tvN ‘둥지탈출’은 연예인의 자식들이 부모 품을 떠나 자립하는 내용을 그린다.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경비만 지급하고 네팔 오지에서 생활하도록 한 리얼리티 예능이다. 그들은 ‘청년독립단’을 이루어 스스로의 힘으로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해간다. 이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연예인 부모들이 지켜보며 대화를 나눈다.
연예인의 자식이 등장한 ‘아빠 어디가’와 일반인 부모가 연예인 자식의 생활 모습을 보며 토크하는 ‘미운 우리 새끼’를 합친 느낌이다. 요즘 뜨는 코드는 다 넣었다고 할 수 있겠다. MBC에서 ‘아빠 어디가’를 연출했던 김유곤 PD가 tvN으로 이적해 선보이는 첫 프로그램이어서 더 주목 받았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지쳐 있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상의 작은 위로’이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네티즌 반응이 흉흉하다. ‘지쳐 있는 사람의 염장을 지르고 일상의 짜증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예인 자식들이 나온 게 문제였다. ‘아빠 어디가’가 나왔을 땐 연예인 가족의 TV 출연이 드물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하지만 그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자기야’, ‘유자식 상팔자’ 등에 연예인 가족이 연이어 등장하자 반발심이 쌓여갔다. 그러다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여론이 터졌다.
그 전까지 나왔던 연예인 자식들은 어린 아이였는데 ‘아빠를 부탁해’에선 20대였다. 20대가 등장하자 청년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신들은 사회에 진입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아빠를 부탁해’ 출연자들은 단지 연예인의 자식이란 이유만으로 너무나 쉽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때 본격적으로 연예인 금수저 논란이 촉발됐다.
이미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둥지탈출’ 제작진은 또다시 연예인의 청년 자식들을 예능에 내세웠다. 당연히 반발이 터졌는데, 이번엔 ‘아빠를 부탁해’ 당시의 수준이 아니다. 정말 흉흉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공분이 크게 일어났다. 그 사이에 연예인 가족예능을 보는 시선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
과거엔 연예인이 그렇게 선망 받는 직업이 아니었다. ‘딴따라’라며 멸시당하고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했다. 지금은 경제적, 사회적 모든 면에서 수직상승해 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종이 됐다. 연예인 되는 것이 신분상승으로 간주되고, 연예인 데뷔 과정이 ‘연예고시’라고 표현된다. 연예계가 개천에서 용이 되는 사다리인 것이다. 비슷하게 사다리 역할을 한 것이 수능이나 고시였다. 그런 ‘사회적 사다리’ 시험에서 조직적 부정이 벌어지면 나라가 발칵 뒤집힌다. 연예인 가족을 손쉽게 유명인으로 만들어주는 연예인 가족예능도 그런 고시 부정과 비슷한 맥락이다. 연예계에 입문하기 위해 재능을 갈고 닦은 수많은 지원자들을 제치고 단지 부모를 잘 뒀다는 이유로 TV 출연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러니 네티즌이 박탈감을 느낀다.
‘둥지탈출’은 부모 둥지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독립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부모 덕분에 방송사가 시켜주는 해외여행도 하고 TV 출연도 하는 구도다. 이것을, 부모 ‘빽’ 없어서 강제로 독립해야 하는 ‘미생’ 청년들에게 오락으로 즐기라고 만들었다. 어차피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이니 대리만족이라도 하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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