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부부 리얼리티 예능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가 10% 내외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굳혔다. 시청률만 잘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호평도 이어지는데, 이건 요즘 분위기에서 특이한 일이다. 연예인 가족예능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가족예능 빙하기’이기 때문이다.
‘동상이몽2’는 관찰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연예인들이 지켜보며 토크하는 구성이다. SBS ‘싱글와이프’나 tvN ‘둥지탈출’의 구성과 같다. 그런데 ‘싱글와이프’와 '둥지탈출‘ 관련 기사엔 악플이 줄을 잇는 데 반해 유독 ’동상이몽2‘ 기사에만 악플이 없다.
‘동상이몽2’엔 추자현-우효광 부부, 이재명-김혜경 부부, 이지애-김정근 부부 등이 출연한다. 이중엔 연예인의 등에 업혀 연예계에 진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부가 없다. 추자현-우효광, 이지애-김정근은 원래부터 연예인 또는 아나운서였고, 이재명 시장의 부인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연예인이 되거나 개인사업을 시작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금수저 특혜 구도에서 자유로워졌다.
대중이 분노하는 것은 연예인 가족 그 자체가 아니라, 일반인이 단지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연예계에 진입하는 구도였다. 최순실 씨의 딸이라는 이유로 정유라 씨가 특혜를 받는 등 이어지는 금수저 특혜에 격앙된 대중정서가 연예인 가족예능에 폭발했던 것이다. ‘동상이몽2’에도 만약 박명수 부부처럼 연예계 진출을 노리는 느낌을 주거나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배우자가 나왔다면 대중의 질타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작진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금수저 특혜의 느낌을 주지 않을 출연자들만을 선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시대정신을 거스르지 않았다.
요즘 대중이 연예인 가족예능에 염증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위화감이다. 일반 서민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조건은 점점 팍팍해지는데 연예인들은 리얼리티 예능 속에서 사고 싶으면 사고, 놀고 싶으면 놀며 별천지 같은 생활상을 선보였다. 그러한 연예인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처음엔 신기하고 대리만족의 쾌감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공분이 치솟았다. ‘싱글와이프’의 경우는 연예인의 부인이 방송국이 시켜주는 해외여행을 즐기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중으로 질타를 받았다. 금수저 특혜에 해외여행 자랑이 겹친 것이다.
‘동상이몽2’는 이 문제에서도 벗어났다. 이재명 시장 부부는 정말 중년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일반적인 부부의 생활상을 보여줬다. 여름휴가도 화려한 해외여행이 아닌 강원도 해변 여행 정도였다. 이지애-김정근 부부는 김정근이 회사를 그만 두고 이지애의 월급으로 생활하는 중이기 때문에 경제력을 잃은 남편의 짠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가장 화려한 스타인 추자현 부부조차도 의외로 용돈 80만 원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서민적인 느낌이었다. 김정근과 이지애가 카드사용으로 ‘쩐의 전쟁’을 벌이거나, 용돈 떨어지는 바람에 제주도에서 택시를 못타고 버스 타고 헤매며 찾아온 우효광에게 추자현이 삼계탕을 끓여줄 때 높은 시청률이 나타났다. 위화감이 아닌 공감을 줬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맨틱한 달달함까지 가미된 것이 ‘동상이몽2’의 성공이유다. 대중이 분노하는 연예인의 화려함, 금수저 특혜에서 벗어나 대중이 원하는 것만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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