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외국인은 예능 치트키
케이블 채널인 MBC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인기다. 첫 회 시청률 0.8%에서 시작해 3.2%까지 올랐다. TV온라인 화제성 비드라마 부문에서 목요일 화제성 지수 2위에 올랐고, 프로그램 방영 후엔 검색어 1위를 장악한다. 웬만큼 인기 있는 드라마도 방영 직후 포털 메인에 기사가 한두 개 정도 걸리는 게 보통인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네 개까지 걸렸다. 그다지 주목받지 않던 MBC에브리원으로선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이 터진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JTBC ‘비정상회담’ 출연 외국인들이, 한국 방문 경험이 없는 본국의 친구들을 불러 한국여행을 시켜준다는 내용이다. 이탈리아 편과 멕시코 편을 거쳐, 현재 독일 편이 방영되고 있다. 매 회 화제성이 커지더니 독일 편에 이르러 대박이 났다.
사실 별 내용은 없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입국해 먹고 자면서 여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다다. 스타도 없고, 예능적인 재미도 없다. 하지만 외국인이 나온다는 게 중요했다. 우리는 외국인이 한국을 보는 시각에 대단히 민감하다. 외국 스타들에게 ‘김치 아십니까?’, ‘싸이 아십니까?’ 등등을 물어보며 한국에 대해 안다고 하면 감격하는 우리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의 풍물에 감탄하거나 그들만의 시각으로 논평하는 모습이 한국인에겐 그 어떤 예능적 코드보다 더 흥미진진한 ‘떡밥’이었다.
외국인 출연으로 먼저 뜬 건 KBS ‘미녀들의 수다’였다. 외국 여성들의 한국 토크에 감격하던 한국인은,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 중 한 명이 본국에서 한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책을 냈다는 소식에 책 내용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덮어놓고 집단 히스테리에 가까운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외국인이 우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그것이 좌절됐을 때의 분노도 큰 것이다.
종편이 고전하던 개국 초창기엔 ‘비정상회담’이 JTBC의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본국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은 외국인들의 한국 평가와 더불어 외국의 문물에도 대단한 관심을 보인다.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준 프로그램이어서 100회를 넘긴 아직까지 장수하고 있다.
그리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선 스튜디오 토크쇼를 넘어 여행 관찰리얼리티에 까지 이른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멕시코 사람들이 한국 전철과 삼겹살, 뚝배기 불고기에 열광하자 그 모습에 한국인도 열광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독일 사람들이 한국의 버스, 휴게소 등을 찬양하며 한국 승용차의 첨단 기술에 감탄하자 신드롬이 터졌다.
외국인의 눈을 통해 한국을 낯선 시선으로 재발견하는 의미도 있다. 독일인들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한국 근대사를 공부하고 경주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도 평소 익숙했던 한국의 구석구석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1박2일’ 같은 한국인 여행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의미다. 출연자들의 언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각 나라의 국민성과 여행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외국인에 민감한 한국인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외국인이 ‘예능 치트키’로 깜짝 활약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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