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뜬다’는 JTBC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연예인들이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 상품을 체험해보는 내용이다. 최근엔 걸그룹 트와이스와 MC들의 베트남여행편이 방영됐다. 프로그램은 40대 MC들과 20대 트와이스의 세대차이를 재미 콘셉트로 부각시켰다. 버스로 이동하던 중에 MC들이 케빈 코스트너, 브루스 윌리스 등을 언급하자 트와이스 멤버들은 모른다고 했다. 그때 김용만이 김추자의 노래는 아냐며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를 불렀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베트남편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방송 프로그램의 국경이 무의미해졌다. 다른 나라의 프로그램도 하루 정도 시차면 자막처리까지 된 고화질 영상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특히 한국 프로그램은 동아시아 전체가 주시한다. 게다가 최근 걸그룹 최대 스타로 떠오른 트와이스가 나왔다. 프로그램에서 트와이스가 베트남 현지 공항에 도착하자 많은 팬들이 환영했고, 심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이들의 버스를 좆기까지 했다.
그럴 정도로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시청할 것이 당연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베트남을 여행하며 베트남 음식을 맛보고 베트남 풍경에 찬탄하는 내용이다. 우리도 해외 스타가 한국에서 한국을 품평하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인다. 스타가 아닌 외국 일반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인기프로그램에 등극했을 정도다. 베트남 사람들도 특급 한류스타 트와이스의 베트남 여행기에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베트남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염두에 둔 방송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런데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라니, 이 얼마나 놀라운 무신경인가. 한국 군대가 베트남에 갔던 사건이다. 우리 입장에선 침략이 아니라 우방을 도우러 간 것이었지만, 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선 어쨌든 외국 군대가 자국에 무장하고 진입한 사건이다. 한국 연예인들이 베트남에 와 웃고 떠들며 ‘김 상사’를 노래하는 모습에 그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바로 이런 일들이 쌓여 반한류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해외 연예인이나 언론이 한국을 품평하는 것에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다. 반면에 우리가 외국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접할 해외의 시선엔 놀라울 정도로 둔감하다. 과거 ‘해피투게더’에서 못 생긴 것으로 유명한 조연배우에게 ‘동남아 사람 같다’고 하는 장면이 방영됐었다. ‘개그콘서트’에선 동남아 출신이고 잘 생긴 닉쿤에게 ‘동남아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다. ‘엠카운트다운’에선 ‘택연이 데뷔 전 2% 부족한 외모 때문에 중국인으로 오해 받았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일밤’에선 개그맨 김현철을 희화화하며 ‘광동성 갑부, 중국 갑부’라고 표현했다. ‘무한도전’에선 유재석이 확성기로 크게 이야기하자 정형돈이 ‘아니 우리가 무슨 중국인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연예인만의 일이 아니다. 이런 내용들이 후반작업을 거쳐 녹화방송됐다는 것은 PD를 비롯한 제작진도 ‘무개념’이라는 뜻이다. 우리 프로그램을 해외에서도 주시하는 시대에, 이런 방송업계의 무개념이 이어진다면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의 칼날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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