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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한끼줍쇼, 내 집에 닥쳐온 명절 악몽

JTBC ‘한끼줍쇼는 이경규, 강호동 등이 일반인의 집에 예고 없이 찾아가 밥을 차려달라고 해, 얻어먹으며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덕화 편에선 천호동의 한 주택을 찾았다.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집이었다. 노년에 접어든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는 낯익은 중견 연예인들을 반색하며 맞이했다. 아들의 동의까지 떨어져서 이경규와 이덕화는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집 안에서 아들에게 한 첫 질문이 결혼 하셨어요?’였다. 안 했다는 대답이 나왔다. 잠시 후엔 원래 뭐하세요?’라고 직업을 물었다. 화면엔 실례지만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아들은 에둘러 답했다. 밥상이 차려진 후 결혼 얘기를 다시 꺼냈다. 이덕화, 이경규, 어머니, 어머니의 친구가 둘러 앉아 아들 한 명을 놓고 결혼 이야기를 하는 구도였다. 아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10월 한 취업 정보 사이트의 조사에서,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미혼 직장인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결혼은 언제 하니?’였다. 이밖에도 취업, 학업, 직업, 수입 등 민감한 사생활 관련 질문이 가장 큰 명절 스트레스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친척 어르신들이 걱정하며 던지는 질문이 받는 사람 입장에선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재앙인 셈이다. 그게 무서워 고향 행을 포기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 명절 스트레스가 불시에 40대 아들에게 닥친 것이다. 좌불안석은 기본이고 숨통이 조이는 듯한 스트레스를 느꼈을 것이다.

 

처음부터, 반색하는 어머니에 비해 아들은 무표정이었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가 너무나 좋아하니까 아들도 할 수 없이 방송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아들에게 출연자들은 집에 들어가자마자 호구조사를 한 것이다. 출연자들은 밥만 먹여달라며 허락을 구했지 사생활 조사를 하겠다는 말은 안 했다. 하지만 방문을 허락받은 후엔 호구조사에 돌입했다. 이미 촬영을 허락한 이상 아무리 불편해도 중도에 나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들은 인질처럼 보였다.

 

이래서 한끼줍쇼가 민폐방송이라는 말이 나온다. 잠실 편에선 트와이스 정연과 함께 방문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대출 여부를 묻는 장면이 나왔었다. 질문을 받은 주민은 머뭇머뭇하며 에둘러 답하고 침묵에 빠졌다. 이 장면이 불편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 논란이 있었으면 조심할 만도 한데, 바로 다음 주에 40대 미혼남에게 호구조사 폭탄을 날린 것이다. 도를 넘은 무신경이다. 그 전부터 사생활 민폐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진행자들이 주의했어야 했고, 또 부지불식간에 현장에서 그런 장면이 연출됐다 해도 논란 이후엔 편집으로 문제 장면을 걷어냈어야 했다. 그대로 방영되는 바람에 시청자까지 40대 아들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느끼고 말았다.

한끼줍쇼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일반 가정의 따뜻한 저녁 한 끼를 통해 인간미와 공감을 전해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20위권 안에 언제나 들어갈 정도로 사랑받는 이유다. 하지만 불쑥 튀어나오는 사생활 침해 민폐가 암초다. 언제 그런 질문이 나올지 몰라 불안해하면서 시청하게 된다. 갑자기 카메라 앞에서 사생활이 까발려지는 사람의 불편함이 전해져 시청자까지 힘들다. 제작진이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원칙에 더 충실해야 한끼줍쇼를 편안히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