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두 번이나 비호감을 호감으로 반전시켰다. 한 번 반전은 종종 있었지만, 두 번 반전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백종원은 요즘 들어 부쩍 커진 반 대기업 정서까지 뛰어넘었다.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소유진이 백종원이라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사업가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여론이 안 좋았다. 돈으로 이루어진 결혼 같은 느낌을 사람들이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미지가 비호감으로 흘렀다.
반전의 계기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었다. 여기서 백종원은 ‘돈으로 결혼한 비호감 부자’가 아닌, 놀랍도록 유머러스하고 소탈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요리법을 가르쳐주면서, 여자친구에게 매력발산하는 법 같은 우스운 이야기들을 곁들였다. 자신이 중식도를 쓰는 것은 단지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말하는가 하면, 요리 실패에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면서 허당 매력도 선보였다.
마침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아재 캐릭터, 요리, 먹방 등이 트렌드였다. 백종원은 그 모든 것에 해당됐다. 거기에 부인을 생각하는 가족애까지 보여줬다. 우승 상품인 자기홍보 시간에 ‘와이프 좀 예뻐해주세요. 진짜로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 한 마디로 백종원, 소유진 부부는 비호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들을 오해했다며 과거 악플을 반성하는 네티즌이 속출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백종원 음식들이 설탕 등 자극적인 재료로 현혹하는 수준이라는 혹평이 생겼다. 백종원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그의 사진을 내걸었는데, 이러다보니 백종원이 주요 상권을 점령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백종원 커피전문점까지 생기자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문어발 대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생겼다. 이럴 때 백종원 기업이 대기업 지정에서 빠져 이익을 본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도의 적용이었을 뿐 백종원의 잘못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가 특혜를 받은 것처럼 생각했다. 사람 좋은 아저씨 이미지에서 욕심쟁이 포식자 이미지로 바뀌며 다시 악플이 많아졌다.
두 번째 이미지 반전의 계기는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이다. 백종원이 푸드트럭 사업자들의 멘토로 나서는 내용이다. 기존의 간단한 요리법을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요식업 사업 노하우를 제대로 알려준다. 프로그램은 먼저 경영난의 푸드트럭들을 보여줬다. 그다음 백종원이 부진 원인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제시한다.
가게나 집을 새로 꾸며주는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장사 노하우를 알려주는 경우는 없었다. 알려주더라도 전문가들의 원론적인 말뿐이다. 그에 반해 백종원은 산전수전 다 겪은 요식업 대가의 비결을 아주 구체적으로 아낌없이 전수해줬다. 어느 중년 사업자는 백종원의 조언으로 음식맛이 마법처럼 바뀌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백종원이 단지 돈과 조미료로 밀어붙이는 사업가가 아니라, 요식업에 전방위적으로 내공을 갖춘 고수라는 것이 증명됐다.
그런 수십 년 내공을 흔쾌히 공개하자 ‘까방권’(까임방지권)이 발급됐다. 그야말로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상생모델이다. 영업비밀까지 전수하며 서민의 살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젠 백종원 프랜차이즈를 비난하는 목소리까지 잦아들었다. 지식을 방출해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얻은 형국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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