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친구편이 5%(유료가입 기준)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기존의 최고 시청률이었던 독일 친구편의 3.6%보다 훨씬 높은 기록이다. 본방송 시청자 수에 다시 보기, 재방송 시청자 수를 더한 TTA 순위에선 지상파를 포함해 전체 1위에 올랐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핀란드 친구 편은 그 전 다른 나라 편에 비해 극적 재미가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정적인 느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압도적인 시청률이 나오리라고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외국인의 한국 풍경 감탄기, 외국인에게 한국의 자극적인 음식 먹이기, 이런 설정에 대해서도 식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핀란드 친구 편의 인기가 더욱 특이하다. 포털 댓글 반응도 일반적인 프로그램들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열기였다. 사람들은 왜 핀란드 친구 편에 호응했을까?
인간이 느끼는 재미, 몰입의 강도는 사건의 내용 또는 행위의 주체에 의해 결정된다. 먼저 사건의 내용은 간단하다. 재밌는 사건이 재밌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는 평범한 사건이 아닌 극적인 사건을 그린다. 행위의 주체라는 건 그 사건을 끌어가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선 시청자와의 관련성, 또는 매력이나 관심도가 중요하다. 몰입을 이끌어내는 가장 확실한 주체는 바로 ‘나’다. 내 이야기일 때 인간은 가장 큰 재미를 느끼며 빠져든다. ‘점심 때 짜장면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소재는 주인공이 나일 때 무엇보다 중대한 사안이 된다. 하지만 남의 일일 때는 아무런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걸 영화 시나리오로 쓰진 않는다. 내 일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건 가까운 사람의 일이다. 친구에게 닥친 일, 그 다음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에게 닥친 일이다. 그래서 미국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에선 세계 정도는 구해야 우리가 흥미를 느끼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에선 훨씬 소소한 소재에도 빠져든다. 그다음, 매력적이거나 관심의 대상인 사람이 겪는 이야기도 인간을 빨아들인다. 제작자가 거액을 주고 인기 스타를 캐스팅하는 이유다. 똑같이 밥을 먹어도 좋거나 관심 가는 사람이 먹을 때 재미있는 사건이 된다.
핀란드 친구 편은 바로 ‘좋은 사람 관심 가는 사람’이 나온 사례였다. 사건 자체는 그렇게 특이할 것이 없었고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 나온 것도 아니었지만, 대신에 궁금하고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외국인의 한국 여행기였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화제를 일으킨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열광했다.
이것으로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얼마나 핀란드에 호감과 관심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 북유럽 가구 스타일이 유행할 정도로 북유럽 전체가 관심의 대상인데 그중에서도 핀란드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경쟁과 대도시 속에서 각박하게 사는 우리에 비해 핀란드는 자연과 함께 여유를 누리며 사는 복지국가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핀란드를 이상향으로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하지만 예능에서 핀란드인의 생활 모습이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 관심이 폭발했다. 시청자들은 취미가 숲에서 버섯 캐기인 핀란드 청년들의 순수한 모습에 위안 받았고, ‘이상적인 사회’에서 온 그들이 한국의 문물에 감탄하는 모습에 뿌듯해 했다. 젊은 세대의 ‘핀란드 판타지’가 깜짝 시청률을 만들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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