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그는 사망 직전에 누나에게 ‘이제까지 힘들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이틀 전에도 우울해서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종현의 지인은 종현이 음악적인 부담이 많았다며, 생전에 수면제 없이는 잠을 못 잘 정도로 힘들어했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자 종현이 ‘치료를 받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록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나인에게 유서를 미리 전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나인은 그 유서를 즉시 종현의 가족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외에도 종현이 SNS에 남긴 글이나 그가 쓴 가사에선 그의 우울과 고통을 짐작케 하는 대목들이 나온다. 예컨대 ‘놓아줘’는 ‘세상에 지친 날 누가 좀 제발 안아줘, 눈물에 젖은 날 누가 좀 닦아줘, 힘들어하는 날 제발 먼저 눈치채줘, 못난 날 알아줘, 제발 날 도와줘’라는 가사였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종현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이전에 주위에서 알아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한 것이 아닐까? 이 지점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종현은 별명이 ‘소’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올해에도 자작곡 앨범 발매를 비롯해 여러 앨범에 관여했고, 22회에 달하는 공연에 참여했다. 12월 9~10일에는 솔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최근엔 신곡 준비 작업 중이었으며 내년 초에 있을 샤이니 투어도 준비 중이었다. 이외에도 3년 정도나 라디오 진행에 임했고, 다른 가수들의 곡까지 만들어줬으며, 소설도 낸 적이 있다. 이렇게 정신없이 달리는 동안에 스스로를 돌볼 여유도, 여력도 모두 고갈된 것이 아닐까?
평소 일정 관리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아니면 평소엔 정신없이 밀어붙였더라도 위험신호가 감지된 즉시 일을 중단하고 치유의 시간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 우리나라 아이돌은 혹독한 일정으로 악명 높다. 종현은 그 일정을 소화하면서 창작의 고통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런 사정을 조금 더 배려해주는 조치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다고 마냥 소속사나 주위 사람들 탓할 상황은 아니다. 종현 스스로가 일을 찾아서 했고, 책임감이 강해서 주위 사람들을 걱정시키지 않았던 것 같다. 또 주위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종현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니까 ‘차차 나아지겠지’라는 믿음이 있었을 수 있다.
흔히 우울증은 치료 받으면 낫는 병이라고 하면서, 병원 가면 된다고 한다. 우울증의 90%는 약만 먹어도 호전된다고 한다. 그러니 소속사나 주위 사람들도 종현이 병원 치료 받는다는 말에 안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종현에게 병원은 별로 도움이 안 됐던 것 같다. 유서를 보면 병원에서의 상담이 오히려 종현을 더 힘들게 한 것으로 느껴진다. 사람들은 병원을 믿었는데 종현에게 병원이 피난처가 돼주지 못했던 것이다.
병원 방문 치료만 믿을 것이 아니라, 종현에게 위험신호가 감지됐을 때 일정을 전면 중단시키고 적극적으로 보호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 종현의 경우는 이미 늦었지만, 앞으로 다른 연예인들의 우울증 사례에 참고할 일이다.
악플러나 사생팬의 문제도 짚어야 한다. 종현은 유서에서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라고 했다. 지나친 공격과 지나친 관심이 예민한 뮤지션의 영혼을 갉아먹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부딪힌 것을 후회하고 알려진 것을 아파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관대하고, 배려해주는 분위기였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고 할 정도로 너무나 힘들었다는 종현, 부디 하늘나라에선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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