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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2017 예능, 외국인의 난과 짠내의 승리

외국인이 예능의 주역으로 자리 잡은 한 해였다. 과거에도 KBS ‘미녀들의 수다등의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주목 받은 적이 있지만 올해처럼 붐을 이루진 않았었다. 올 초 tvN ‘윤식당이 외국인 열풍의 시작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휴양지에 식당을 내고 불고기덮밥, 라면, 만두 등의 음식을 판다는 설정이었다. 국제적 휴양지이다보니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 특히 백인들이 손님으로 많이 등장했는데 시청자는 그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식에 대한 그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큰 화제가 됐다. 외국인이 라면 국물을 흡입하는 모습에 한국 시청자들이 넋을 잃고 몰입했다. ‘윤식당무한도전에 이어 예능 브랜드 평판 2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에 따라 나영석 PD의 위상도 공고해졌다.

 

하반기엔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대박을 쳤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본국 친구들이 한국 여행하는 모습을 담은 관찰예능이다. 그들이 한국 음식과 문물에 감탄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관찰카메라를 통해 나타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각 나라의 특징을 알게 한 것도 시청자를 만족시켰다.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의 위상이 이 한 편으로 수직상승했다.

 

외국인이 이렇게 예능 판도를 뒤흔들자 외국인 기획이 봇물을 이뤘다. SBS ‘내 방 안내서’, JTBC '나의 외사친‘, JTBC2 '영국남자’, 올리브 '서울메이트‘, KBS1 '이웃집 찰스’, TV조선 사랑은 아무나 하나등이다. JTBC '비정상회담도 여전히 건재했다. 외국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외국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한 한 해였다고 하겠다.

윤식당은 여행, 힐링 열풍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준 건 휴양지의 느림의 가치다. 생존경쟁 속에서 각박하게 살던 한국인은 윤식당의 느긋한 분위기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윤식당의 뒤를 이은 건 JTBC ‘효리네 민박이다. 이효리는 올해의 인물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주목 받았다. JTBC ‘품위 있는 그녀로 올해 다시 전성기를 맞은 김희선도 힐링, 여행 열풍에 가세했다. 강호동과 함께 한 올리브 섬총사. ‘윤식당’, ‘효리네 민박’, ‘섬총사’, 모두 내년에 시즌 2가 방영된다. 힐링 열풍으로 제주도가 주목 받으면서 tvN ‘신혼일기2’, tvN ‘강식당등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했다.

 

인문학 열풍과 여행 예능이 만나 TV조선 배낭 속에 인문학이 나왔다. 금수저 논란의 주인공인 가족예능도 여행과 접목됐다. SBS ‘싱글와이프에선 연예인의 부인들이 여행 갔고, tvN ‘둥지탈출에선 연예인의 자식들이 오지로 여행 갔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오지로 가는 게 하나의 흐름을 이뤄 MBC '오지의 마법사도 떴다.

 

여행은 욜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번뿐인 인생이니 지금을 즐기라는 건데, 상반기에 탕진잼과 더불어 맹위를 떨쳤다. 남들이 가지 않는 오지를 찾는 것도 욜로 여행의 한 형태다. 그렇게 욜로를 찾던 사람들은 불안해졌다. 그러자 탕진하는 삶에 스투핏!’이라며 호통쳐주는 김생민이 떴다. 빚에 쪼들려 궁상맞게 사는 이상민도 떴다. tvN ‘짠내투어는 김생민 코드를 여행에 접목했다. JTBC '뭉쳐야 뜬다도 저렴한 패키지여행을 추구한다. 결국 불황이다. ‘짠내가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