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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

<하재근의 문화읽기> 학교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

 

[EBS 하재근의 문화읽기]

용경빈 아나운서

하재근의 문화읽기 시간입니다. 서지현 검사를 필두로 한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에 거세게 일어난 지 벌써 한 달 정도가 됐는데요. 문화예술계를 강타했던 미투 운동이 이제 교육계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시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안녕하세요. 

용경빈 아나운서

안타까운 얘기입니다만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지난주에 문화예술계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는데, 이번 주엔 교육계에서 굉장히 많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하재근 문화평론가

스쿨 미투라고 해서 교육계 미투 운동의 폭로가 나오는 SNS 홈페이지가 개설됐는데, 거기 여러 가지 것들이 지금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한테 성추행을 당했는데 누구한테도 그걸 말하지 못하다가 서른 살이 되어서야 겨우 엄마한테 고백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것도 이야기를 했고. 그리고 자기가 고등학교 다닐 때 학생부장 선생님한테 성추행을 당했다, 이런 분도 있고 그리고 학생이 아니라 기간제교사인데 학교 간부한테 성추행을 당했고 뭔가 내가 항변을 할 수 없었다. 권력 관계 때문에. 그리고 어느 기간제교사는 담임교사가 학생을 성추행하는 걸 포착하고 학교에 고발을 했더니 그 성추행 가해자가 처벌, 징계를 받기는커녕 그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고발자인 나를 오히려 학교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더라, 이런 얘기도 했고. 그리고 80년대에 초등학생을 성추행했던 어떤 가해교사는 징계를 받지 않고 승승장구하더니 나중에는 장학사까지 되더라. 이런 식의 폭로들이 지금 쏟아지고 있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이게 뭐 사실 영화로도 있어서는 안 될 얘기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얘기들이 사실이라면 굉장히 충격적인데요. 이게 문제는 초중고등학교 얘기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대학이라든가 대학원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있었다고 얘기들이 나오고 있어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지금 지성인들이 있는 대학원, 이게 교육단계 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곳인데 대학원도 한 곳도 아니고 여러 대학원에서 한양대 대학원이라든가 복수의 대학원에서 교수로부터 성희롱 내지는 성추행을 당했다, 이런 폭로들이 나오고 있고. 그리고 동덕여대라든가 단국대라든가 여러 대학교에서 교수로부터 성추행이라든가 부적절한 일을 당했다. 연세대 같은 경우에는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고 그리고 또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OT 때 선배가 19금 게임을 강요했는데 교수가 그것을 못 하게 막기는커녕 오히려 좋아하더라. 그런 게임을 즐기는 것 같더라. 이런 식의 폭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이게 이제 대학에서 나오는 얘기들 지금 모아보면 물론 모든 예술대학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조민기 씨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예술계 대학들에서 이런 얘기들이 좀 더 두드러지는 것 같거든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네, 예술대 문제 지금 엄청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가 국민들한테 충격을 주고 있는데 거기에 남성 교수가 네 명 있었다는 겁니다. 네 명 전원 성추문에 휩싸인 상태고, 특히 그중에 한 명의 경우에는 국민들이 지금 깜짝 놀라고 있는데, 어떻게까지 했냐면 학교 내부에 안마 밀실 같은 걸 만들어가지고 여학생을 그리로 계속 불러서 안마를 시켰고, 강의 중에 강의실에서 학생들 있는데 여학생을 불러다가 또 안마를 시키고. 또 남학생을 폭행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학생한테 BB탄을 쐈다는 이야기도 있고 술을 강제로 먹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떻게 교수라는 분이 이럴 수가 있느냐,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것 아니냐. 이것은 지금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고. 그 외에도 세종대 예대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왔고. 창원대 무용과, 가천대 무용과, 이런 데서도 폭로가 나왔고.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과 관련된 학생들이 있는 학교인데 거기서도 뭔가 좀 부적절한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 그 외에도 최근에 미투 운동으로 화제가 됐던 조민기, 조재현, 한명구, 배병우 이런 분들이 다 대학 교수였거든요. 서울예대라든가 청주대라든가 다 문제가 됐고. 또 서울예대 같은 경우에는 교수 대 학생만이 아니라 학생간에도 선배가 후배한테 뭔가 좀 부적절한 일을 한 것이 아니냐, 이런 폭로까지도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사실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서 이런 일들은 그동안 많이 밝혀져왔었는데, 근절되지 못했던 이유를 보면, 처벌이 너무 약했던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거든요. 

하재근 문화평론가

처벌이 너무 약한 게 문제인데, 조민기 씨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국민을 공분하게 하는 폭로들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관계는 더 밝혀져야 되겠지만. 어쨌든 학교 측에서 처음에 내린 처벌이 뭐냐면 정직 3개월이었던 거죠. 정직 3개월이면 3개월 후에 학교로 다시 돌아오는 겁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나한테 성폭력을 가했던 선생님이 3개월 후에 다시 교수님으로 돌아온다면 다시는 고발을 못 하게 되는 거죠. 그분이 나한테 또 해코지를 할 줄 알고. 너무나 솜방망이 처벌이 있었다는 것이고. 또 해임됐다가도 소청심사 같은 것을 통해서 다시 돌아온다든지, 그리고 또 초중등 과정 같은 경우에는 교사가 성폭력을 가하고도 나중에 장학사까지 됐다는 폭로가 있었다고 제가 말씀드렸고. 또 고발을 했는데 가해자가 처벌받기는커녕 고발을 한 사람을 조직의 배신자 취급을 하더라. 이게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하니까 결국에는 성폭력의 고리가 안 끊어지는 것이 아니냐. 특히 한예종,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경우에 2016년에 성추행 제보가 388건이 나왔는데, 그래가지고 ‘바른성문화 TF’를 구성하고 교수진이 공동명의로 사과까지 했는데 징계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는 거죠. 이런 식이니까 결국 이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아니냐. 또 최근에 나타난 사례는 학교에서 성추문으로 해임이 됐는데 이분이 어느 협회 협회장으로 추대가 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그 업계에서 영향력이 유지가 되는 한, 과연 이 악습이 깨지겠느냐, 이 학교에서 교육자의 특별한 지위를 이용해서 성폭력을 저지른 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관행을 확립해야 그 악습을 고리를 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경빈 아나운서

맞습니다. 사실 요즘 뉴스 보기가 두렵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추행, 성폭행 관련된 소식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만날 때마다 굉장히 놀라게 됩니다만 분명한 건 놀라고 경악하는 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반드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되어야 한다는 걸 우리가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