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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허경영 황당공약, 의외로 실현됐다고?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가 피선거권이 복권됐다는 글을 SNS에 올리자 수많은 매체들이 이 소식을 전하며 이슈가 됐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다는 말도 본좌가 돌아온다는 등의 표현과 함께 전해졌다.

허경영 전 총재는 처음엔 관심을 모으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허황된 언행이 부각되면서 인터넷 인기 캐릭터로 부상했다. 마침 B급 유희가 뜨던 시대에 허본좌캐릭터가 누리꾼을 사로잡은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극심했기 때문에 차라리 이런 황당한 캐릭터에서 후련함을 느낀 사람들도 있다. 특히 허 전 총재가 급부상한 2007년 대선 당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압승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절망한 젊은 누리꾼들이 허본좌를 유희의 대상으로 삼으며 헛헛한 마음을 달랬다. 허 전 총재는 황당한 노래까지 발표하면서 허본좌의 화제성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인기가 커지더니 급기야 공약들이 재평가되기에 이르렀다. 2007년 대선 당시 허 전 총재는 결혼 수당 1억 원, 출산 수당 3000만 원, 65세 이상 노인 연금 70만 원 등을 공약했다. 그때만 해도 황당한 얘기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실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허 전 총재는 또, 정당제도 폐지, 국회의원 100명으로 축소 후 무보수 명예직화, 국회의원 자격고시 실시 등을 주장해 대중의 정치혐오 정서에 부응하기도 했는데, 국회의원 축소도 최근 일부 대권주자들이 주장한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식의 공약 재평가가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더니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서도 다뤄졌다.

 

이렇게 누리꾼들이 호응할 만한 주장들로 주목을 받고, 그렇게 관심이 집중되자 언론이 그를 보도해 주목도를 더욱 키우는 구조가 됐다.

 

이런 식으로 화제성이 너무 커지는 게 문제다. 처음 일부 인터넷 공간에서 그저 B급 유희의 대상 정도로 소비될 때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화제성이 점점 커져 신문, 방송에서까지 그를 부각시키고 그 유명세가 대통령 출마 경력과 결부되자 사회적 폐해의 우려가 생겼다. 허 전 총재를 진지하게 믿고 추종하면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허 전 총재는 최소 4억 원이 넘는 초고가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다니며 여유롭게 생활한다고 하는데, 수입원과 재산이 불분명하다. 과거 한 매체에서 허 전 총재가 지지자들을 불러 모아 돈을 받고 강연을 하거나 몸을 만져 병을 치료해주는 등의 행위를 한다는 주장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인터넷과 언론에서 허 전 총재를 부각시키면 이런 식의 이른바 지지자들, 즉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단순 유희가 아닌 사회적 피해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허 전 총재를 언론 등에서 진지하게 부각시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그는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고 주장하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16개월간 수감됐고 그 때문에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그 후에도 자신의 눈을 보거나, 손을 잡으면 병이 낫고 만사가 형통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을 진지하게 조명할 수 있을까?

 

정식 매체가 그의 공약을 놓고 분석하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향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문제다. 공약 분석 자체가 지지자들에게 허 전 총재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심화시키고, 향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매체에서 고지하는 것이 허 전 총재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순한 유희였던 허본좌 놀이도 이젠 그 위험성을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