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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양예원의 무고죄를 확신할 수 있을까

양예원의 사진을 유포한 혐의를 받은 모집책에게 징역 26개월이 선고됐다. 공판 직후 양예원은 기자들 앞에서 오열하며 심경을 밝혔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누리꾼들에게 난도질당했다며 “2차 가해를 멈춰달라 ... 지금도 '살인자', '꽃뱀', '창녀'라고 불리고 있다 ... 매일매일 어떻게 살지, 또 어떻게 죽을지 고민한다고 했고, 악플러에 대한 법적 대응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여전히 악플 일색이다. 양예원이 스스로 원해서 사진 촬영에 응했으면서 마치 강제로 당한 것처럼 무고를 하는 바람에 스튜디오 실장이 투신 자살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예원을 무고 범죄자, 스튜디오 실장을 죽게 한 살인자로 단정하고 비난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숨진 스튜디오 실장과 양예원의 메시지 대화가 공개됐는데 거기에 양예원이 이번 주에 일할 거 없을까요?’라고 묻는 등 촬영에 적극적으로 나선 듯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 충격을 받았다던 양예원이 당시에 일상적인 모습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적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양예원이 거짓 주장을 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양예원은 법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첫날부터 음부와 얼굴이 드러난 촬영을 당했기 때문에 사진이 유출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스튜디오 실장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당시에는 생활비가 학비가 필요했고, 무엇보다 사진이 유출될까 두려웠다고 했다. 

양예원의 주장이 아주 말이 안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일단 문제의 사진을 찍힌 후엔 유출이 두려워 상대를 거스를 수 없게 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거기에 자포자기 심정까지 더해져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돈이나 벌자라고 생각하게 됐을 수 있다.

 

양예원 등이 찍었다는 사진들은 도저히 10만 원~20만 원 수준의 돈을 받고 자의로 찍었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십몇만 원 줄 테니 그런 사진을 찍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처음부터 응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최초 촬영까지는 자의가 아니었는데 그후 순응하게 됐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사진을 찍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상자를 물색해서 끌어들이고, 사진을 찍고, 유포하는 과정이 하나의 산업으로 패턴화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만일 그렇다면 가해자들은 대상자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려 순응시키는 것에 최적화된 기술을 가졌을 것이고, 그 속에서 마치 대상자가 스스로 원하는 것과 같은 대화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오직 양예원 고발 때문에만 실장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단정하는 것도 섣부르다. 당시 실장이 양예원이 고발한 것과 유사한 범죄 혐의를 받은 적이 두 차례 더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수사 중에 추가 피해자까지 등장했으며 실장이 사진 유포에 가담한 단서를 경찰이 포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불리해지는 상황에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누리꾼들 말대로 정말 양예원이 거짓말을 하고, 검경이 그에 놀아나며 편파수사를 일삼고, 그 때문에 억울하게 실장이 목숨을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단정할 수는 없다.

 

단정할 수 없을 때는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 그런데도 누리꾼들은 수사 단계부터 양예원이 무고 살인자라고 단정 지으면서 악플을 퍼부어댔고 아직까지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여성들에게 상처를 안긴 이른바 비공개촬영회 카르텔에 대한 분노보다 양예원에 대한 분노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 이상하다. 촬영에 자의로 응했는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한다고 해도, 분명한 건 양예원이 사진 유포 피해자라는 점이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가 너무 적대적인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