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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아이유, 이준석 정치공세와 언론 희생양 됐나

 

아이유가 난데없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 매체가 아이유가 과천의 건물과 토지를 46억 원에 매입했는데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로 대박이 나서 1년여 만에 69억 원으로 상승, 23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기사를 냈다. 그러자 투기 논란이 일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유가 어떻게 GTX 노선 정보를 알고 땅을 샀는지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하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여기에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까지 가세했다. 청와대가 청원에 답을 못할 것이라며 ‘20189월에 과천지역 신도시 정보를 유출하고 다닌 건 민주당 과천 시장과 민주당 과천 국회의원 신창현 의원이었음. 그러니까 청와대 청원에 청와대는 답 못함. 아니 안 함. 그냥 허허허 웃으면서 20만 명이 안 되었다고 하고 말 것임이라고 한 것이다.

 

명시적으로 아이유가 어떤 정보를 받았다고 적시하진 않았지만 마치 민주당 측과 모종의 부적절한 연계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풍겼다. 만약 청와대가 이 사안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청와대가 뭔가를 감추려 하기 때문이라는 식의 뉘앙스도 풍겼다. 이 청원에 대해선 어차피 20만 명 동의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청와대가 언급 안 할 가능성이 높은데, 거기에 대해 음모론을 깔아놓은 셈이다. 이런 식의 의혹 제기는 정당한 것일까? 

이렇게 연예인과 정치권의 부적절한 유착 이슈에 대해 공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의혹을 제기하려면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의 주장엔 근거제시가 없다. 우리 사회는 공지영, 김영환 전 경기 지사 후보 등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김부선의 말이 사실이라고 주장해 큰 논란을 겪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여전히 근거 없는 아님 말고식 의혹 제기가 난무한다면 그것을 건강한 풍토라고 할 수 있을까?

 

논란이 터졌을 때 합리적인 대처는 일단 사실관계부터 따져보는 것이다. 그 과정 없이 이슈의 화제성에만 편승해 의혹제기부터 하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 사건은 아이유가 산 부동산이 폭등했다는 기사로부터 출발했는데, 그 내용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 시세차익이라는 것의 실체가 있는 것일까? 왜냐하면 부동산 관련 보도 중에는 카더라통신도 많고, 일부는 시세 폭등을 강조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인의 대박 사례를 검증 없이 끼워 넣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매체에서 현지 검증 취재한 기사를 보면 해당 지역은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곳으로 실가격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69억 원으로 상승했다는 말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유가 건물을 산 곳은 GTX 역이 생길 만한 곳도 아닌, 외진 지역이어서 특별한 수혜 지역이 아니라는 현지인의 말도 나왔다. 그린벨트 내의 전원주택단지 건물인데 향후에 그린벨트 해제 전망이 지금으로선 없다는 말도 나왔다.

 

아이유 측에선 건물 내부를 공개했다. 아이유와 어머니, 그리고 후배 뮤지션들이 쓸 공간을 꾸며놓은 모습이었다. 투기, 즉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샀다면 그렇게까지 꾸밀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실사용 목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건물 위치도 중요하다. 만약 연고가 없는 지역에 건물을 샀다면 ?’라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건물은 아이유 본가와 10~20십 분 거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님 동네에 실사용 목적의 건물을 산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GTX 노선 관련 정보가 정치권 유착을 의심할 정도로 엄청난 비밀인지도 의문이다. 수도권 GTX 노선에 대해선 몇 년 전부터 수많은 보도가 이루어졌고 특히 부동산 업계에선 관련 정보가 파다하게 퍼졌었다. 그리 대단한 정보가 아닌 것이다. 보통 연예인들이 건물을 살 때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조언을 듣고 선택할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조언자는 해당 지역의 호재들을 나열하면서 알려준다. 성수동 빌딩 구매를 권하면서 성수동 개발 전망을 알려주는 식이다. 이런 정보들은 일반적으로 드러난 것들인데 GTX 관련 정보도 그 정도 수준으로 많이 드러난 것이었다.

 

이런 점들을 따져보면 아이유 투기 및 정치권 유착을 강하게 의심할 정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투기를 단정하면서 루머까지 퍼뜨린 일부 누리꾼들은 문제가 있다. 정치인까지 가세한 건 너무 했다. 아이유가 관심 받으려는 일부 언론사와 정치공세하려는 정치인에게 희생양으로 이용된 느낌이다. 향후에 투기와 유착의 근거가 나온다면 얘긴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특별히 나온 게 없다. 근거가 없는데도 아님 말고 식으로 의혹을 던지고 보는 풍토가 우리 공론장을 병들게 한다.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