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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한국당의 어이없는 역사인식, 왜들 이러나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진행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파문이 계속 이어진다. 이종명 의원에 대해선 징계가 결정됐지만,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해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공분이 꺼지지 않는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은 1980년 신군부가 권력찬탈 과정에서 자행한 국민 학살이었다.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륜적 국가범죄인 것이다. 당시 신군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듯 군사행동을 감행했다는 정황이 여러 차례 나왔다. 심지어 헬기에서 사격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이런 반인륜 국가범죄에 대해선 여야 보수진보 구분 없이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만원 씨 등이 광주민주화운동 참여자가 북한군이라며 희생자, 피해자, 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신군부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영웅이라며 국민 학살을 정당화해왔는데,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지 씨를 연사로 초청하고 그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까지 쏟아낸 사건이다. 

지 씨는 5.18 자료사진에 등장하는 시민군들이 광주에 내려온 북한 특수군이라며 광수라 지칭하고, 한 명 한 명 번호를 매겨가며 사람을 특정해 마치 실증적인 연구가 뒷받침된 듯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36광수 최룡해라고 지목된 이가 나는 도청에서 체포됐던 유공자 양기남이라며 반박했다. ‘75광수 리선권으로 지목된 이는 광주 시민군 홍 모씨라고 한다. ‘230광수로 지목된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80년 당시 나는 14살이었고 요덕수용소에 있었다고 했다. ‘286광수라는 김정아 탈북 장교는 당시 나는 4살이었다고 했다. 

북한 특수군의 근거가 희박한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선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조사 등 여러 차례 공식 조사에서 북한군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국방부도 이 의혹을 부정한 바 있다. 북한군에 대한 정보력이 한국보다 더 정확하다는 미국 정보부의 문서에서도 북한군 개입설은 부정된다. 오히려 당시 미국 대사는 북한 침투군에 쓸 특수부대를 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썼다고 비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2016년 인터뷰에서 북한 특수군 600명 이야기가 나오자 이런 반응이었다고 한다. 

전두환: "뭐라고? 600명이 뭔데?"

정호용: "이북에서 600명이 왔다는 거요. 지만원 씨가 주장해요."

전두환: "어디로 왔는데?"

정호용: "5·18 때 광주로. 그래서 그 북한군들하고 광주 사람들하고 같이 봉기해서 잡았다는 거지."

전두환 "그래? 난 오늘 처음 듣는데."

 

이렇게 근거가 없는 말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한국당이 동조하거나, 동조행위를 방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큰 문제다.

‘5·18 특별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킬 당시 한국당의 주장으로 북한군 개입 여부가 조사범위에 들어갔다. 이미 근거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안을 한국당이 굳이 조사대상으로 선정하도록 한 것부터가 부적절하다. 이번 공청회 사태 직후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 ‘5·18 특별법을 근거로 북한군 개입 여부가 검증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의 문제제기를 두둔한 것이다. 

윤영석 의원은 또 공청회 발언과 관련해서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나라인데 국민들이 하는 하나하나 얘기를 전부 다 민주당과 청와대와 대통령까지 나서서 겁박하고 압력을 가하고 입을 틀어막고 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 차원이라고 하며 반대편이 역사적 사실을 지적하는 것을 두고 겁박이라고 한 것이다.

 

한국당의 황당한 역사인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언했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남의 당내 문제이니 다른 당은 신경 쓰지 말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백승주, 이완영 의원 등도 공청회에서 북한군 개입 의혹제기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됐다. 

이러니 한국당의 역사인식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사태가 커진 이후에 지도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의의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사과도 했지만, 앞에서 열거한 그전까지의 태도 때문에 여전히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이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그나마 한국당이 가시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공청회 관련자들에 대한 확실한 선긋기였다. 그런데 김진태 의원과 김순례 의원이 연일 전당대회 정국에 등장하며 지도부가 한 사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러니 비판이 쏟아진다. 

보수의 명분을 내걸고 5.18 희생자들을 욕보이는 언행이 반복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을 학살한 반인륜 국가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로 보수의 가치가 될 수 없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과, 일부 누리꾼들의 정확한 역사인식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