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의 목포 기자회견 후 비난 폭등세가 꺾였다. 하지만 기존의 비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야당도 물론 강력히 반발한다. 애초에 다수의 사람들이 질타했던 사건인데, 누가 봐도 투기 같았기 때문이다. 손 의원의 행동이 워낙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 문제다. 또 형식적으로 봤을 때 이해충돌의 구도이기 때문에 윤리적 비난도 거세다. 

왜 조카와 보좌관을 내세웠느냐?‘, ’국회의원이 정책활동으로 지역을 살려야지 왜 땅까지 직접 샀느냐?‘, ’왜 외지인이 땅을 사느냐?‘는 의문들이 누가 봐도 손 의원을 투기꾼으로 느끼게 한 이유다. 

손 의원이 말하는 지역재생은 정책적으로 특수지구를 지정하고 예산을 투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텅 빈 지역에 외지인이 들어가서 다양한 활동을 해야 지역이 핫플레이스로 재생된다. 그래서 외지인 진입이 필수인데 손 의원이 수백여 명에게 목포 이주를 권했지만 동의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40대 조카, 보좌관, 20대 조카의 어머니 등 소수만 이주에 동의했다고 한다. 손 의원 본인도 이주할 생각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동산을 구입한 것이고, 박물관은 지역 재생에 아주 좋은 자산이기 때문에 자기 돈 들여 박물관을 옮긴다면 바람지한 공익적 활동이다.

 

물론 조카, 보좌관 등이 모두 차명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현재 드러난 정황은 이렇다. 40대 조카는 현지에서 카페 운영을 하는 중이고 그 카페엔 손 의원의 이미지가 대놓고 공개돼있다. 20대 조카와 보좌관의 자식이 목포 부동산을 샀을 때는 손 의원이 SNS와 인터뷰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차명 구입이면 이렇게 공공연히 진행할까?

 

대출까지 받아서 부동산을 매집한 것도 전형적인 투기 모양새로 비친 이유다. 

대출은 서울에 있는 박물관의 이전 과정에서 나타난 일이라고 한다. 서울 박물관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목포에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만든 후, 서울 박물관을 팔아 대출을 갚고 이사 간다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이 얼마 전에 박물관 만든다는 말을 못 믿겠다고 했었는데, 손 의원이 조약돌을 만든 공예가와 틀어지게 된 이유가 박물관 목포 이전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가까운 동료와 멀어져가며 박물관 목포 이전을 추진했다면 이전이 거짓말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왜 수십 곳이나 샀느냐도 투기로 비친 이유인데, 손 의원과 주변인이 산 곳을 모두 합쳐서 과다하게 부풀린 수치이고, 또 손 의원은 500여 평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매입 중이라는 말을 그전부터 공언해왔다. 

투기가 들통 나니까 이제서야 기부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손 의원은 이전부터 박물관 기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런데도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사람들이 마치 기부 의사를 이번에 처음 들은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의아하다.

 

손 의원의 행동이 기존의 부동산 개발 및 투기 프레임에 비추어 외형상 누가 봐도 투기인 건 맞는데, 어떤 사안에 대해 판단하려면 외형적 조건만 보면 안 된다. 그 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하고 그러려면 대상자의 과거 언행과 정황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외형적 모양새만으로 공격하는 것은 문제다. 

손 의원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오해도 있다. 옹호자들은 손 의원이 문화재를 지키려 한다고 말한다. 그게 아니다. 손 의원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지역재생을 한다는 것이다. 재생을 위해서 외지인의 이주와 리모델링 등의 변형, 박물관 등 문화시설의 건립이 필요하다. 손 의원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기존의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벗어난 새로운 프레임을 상상해야 한다.

 

이해충돌 질타도 거세다. 부동산 구입을 비롯해, 국립박물관에 나전칠기 구입과 지인 채용 요구, 구 서울역사의 공예박물관화 주장, 한국문화재단 상품관 판매 품목에 손 의원 유관 업체 작품 선정 등의 사안들이 문제다. 외형상 당연히 이해충돌 상황이다. 손 의원이 파렴치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해충돌 행위 그 자체가 비윤리적인 건 아니다. 그런 행위로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일이다. 그걸 판단하려면 역시 내용을 들여다봐 질적인 실체를 이해해야 한다. 손 의원이 전통 공예 애호가로 그것을 진흥하려 전방위적으로 뛴 것은 맞아 보이는데 사익을 추구한 정황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외형상 이해충돌이라고 해서 무조건 파렴치하다고 윤리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런데 이해충돌 행위에 대해 사안마다 이렇게 일일이 질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기 시작하면 정말 파렴치한 정치인이 얼마든지 그 틈새를 이용해 잇속을 채울 수 있다. 예컨대, 전통문화 애호가로 행세하며 국가에 정책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편의상 이해충돌 행위 자체를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손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순수한 열정선행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선 비판 받을 지점이 있다. 손 의원이 그 부분은 성찰해야 한다. 한편, 무조건 외형상의 조건만 보고 비난만 하는 쪽은 보다 실체적 진실을 이해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칫 보기 드문 선행까지 악행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