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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손혜원 오지랖, 표창장을 줘야 할까

지금까지 나온 손혜원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일단은 표창할 일로 보인다. 손 의원은 근대건축물이 밀집한 목포 구도심을 현대식 모텔들이 솟아나는 끔찍한상황에서 보존하려, 또는 살리려 문화재단을 통해 집중 매입하고 지인들에게도 매입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존한다는 말과 살린다는 말이 마치 충돌하는 것 같다. 보존은 있는 그대로 잘 두는 것인데 살리는 건 뭔가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투자활동 같은 느낌이다. 손 의원이 지인들에게도 이 지역은 보물이라고 권유해 조카도 세 채나 샀다고 하고, 보좌관 남편은 역사적 배경이 있는 건물을 칼국수집하려고 샀다고 하니 보존이 아니라 이익을 노린 투자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지역가치가 올라가면 지역주민이 그것을 향유해야지 왜 외지인이 미리 사서 이익을 약탈하느냐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300여 명에게 장차 보물이 될 목포 구도심매입을 권유했다는 손 의원에게 차라리 복덕방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손 의원이 말하는 보존은 상식적인 의미의 그런 보존이 아니다. 손 의원이 표방한 건 재생이다. 공동화된 도심을 다시 활성화된 지역으로 살리는 걸 재생이라고 한다. 재개발과 다른 건 지역의 외형을 크게 바꾸지 않거나, 지역의 개성을 지켜간다는 점이다. 

외부 자본이 들어와 아파트나 상가, 모텔 등을 지어 현대식 주거지 또는 상업지구로 싹 바꾸는 건 재개발이고, 내용물만 제한적으로 바꿔 활기를 불어넣고 가치를 올리는 건 재생인 셈이다.

 

공동화돼 죽어가는 지역을 재생하려면 외지 사람들이 들어가서 활동을 해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 또는 문화적 활력이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이 트렌드를 이끄는 활동을 해야 지역이 한 곳으로 살아난다. 공방, 공연장, 전시장, 카페, 맛집, 아기자기한 게스트 하우스, 이런 식으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역을 명소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손 의원이 조카와 지인들, 문화예술 활동가들에게 이주를 권유했다는 얘기다 

매체들과 박지원 의원이 매입을 권유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주권유다. 손 의원은 작년 하반기에도 지인 40여 명을 목포로 데려가 이주를 권유했다고 한다. 본인도 서울에 있는 나전칠기 박물관을 목포로 옮기고, 자신이 운영했던 네이밍 회사 기념관도 현지에 만들고, 거주지도 옮겨 목포에서 살 생각이라는 것이다. 손 의원의 연극했던 40대 조카와 보좌관은 이런 생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군대에 있는 20대 조카의 어머니도 아들 제대 후 이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지역을 살리면 당연히 경제적 가치도 올라간다. 손 의원 말대로 보물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이익도 생기는데, 이렇게 생기는 이익은 투기와는 다르다. 건전한 경제적 문화적 활동으로 지역을 살리면서 결과적으로 과실도 누리는 구조로, 권장할 만한 일이다. 사놓고 오르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활동해서 살리는 개념이다. 

손 의원 말대로 공동화된 목포 구도심에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목포가 살아나고 인구도 늘어나면 목포에 좋은 일이다. 외지인이 개발 이익을 빼먹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목포와 연관도 없는 손 의원이 이렇게까지 지역 재생을 위해 노력했다면 대단한 선행이다. 그래서 표창할 일이라는 것이다.

 

문화재 지정을 노린 부동산 투기를 해놓고도 이런 번드르르한 말로 변명하는 거라면 죄질이 안 좋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유는 투기나 생각하는 사람이 재생의 논리를 상상해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지금 정치권에선 손혜원 의원의 말을 상상도 할 수 없는 헛소리라고 하는데 이게 기존 부동산 개발 프레임에 젖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손 의원이 그런 사고방식의 사람이었다면 재생 논리의 변명을 꾸며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떤 주장의 신빙성을 가늠하려면 그 사람의 행적을 봐야 한다. 손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부터 전통 공예 관련 활동으로 유명했고 사재를 털어 전통 공예인들을 돕거나 심지어 자기 돈으로 나전칠기 박물관까지 만들었다. 거기에 적산가옥에 대한 추억까지 있다고 하니 목포 구도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진정성을 추정할 수 있다. 

만약 문화재 지정을 통한 차익을 노리고 미리 건물을 선점한 거라면 사놓기만 하면 되지 굳이 돈 들여 리모델링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창성장을 보면 상당히 신경 써서 꾸민 흔적이 있다. 

손 의원은 의원이 된 후에 전현희 의원을 데리고 경남 통영에서 철거 위기에 놓인 130년 된 공방을 찾았다고 한다. 거기서도 보존해서 문화관광공간으로 조성해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가꾸는 것이 훨씬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생을 통한 지역 살리기가 손 의원의 지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곳의 지역 살리기에 관심을 갖는 오지랖이 체질이었을까. 손 의원은 서울에 있는 박물관을 통영으로 옮기고 자신도 이주하려고 문화재 보호구역 인근에 땅도 샀으나 통영시 측에서 근대유산을 철거하려고 하자 갈등이 생겼고, 그러던 차에 목포를 알게 돼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박지원 의원이 손 의원에게 속았다고 하는데, 손 의원은 사태 초기에 박물관 등의 부지 500여 평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매입하는 중이라고 이미 밝혔다. 매체들은 손 의원이 지인들을 내세워 22곳을 샀다고 하는데, 그런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카와 보좌관이 산 곳들까지 손 의원이 차명으로 샀다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이다. 

한편, 손 의원이 40대 조카가 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하자 경리단길 와인바 사장이 무슨 형편이 안 좋다는 것이냐는 말도 나왔는데, 그 조카가 이주에 쓴 돈이 총 25000만 원이라고 한다. 손 의원이 증여한 1억 원에 더해 와인바를 정리하고 빚까지 내서 마련한 돈이라고 하니, 그게 사실이라면 대형 업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차명 구입 여부, 박물관 이전과 기념관 건립 의지의 진실성, 혹시 손 의원이 문화재 지정을 노리고 투기를 했는지에 대해선 차후에 밝혀져야 한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이미 드러난 문제도 있다. 손 의원은 목포 구도심 재생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한 것 같다. 본인도 가고, 주변인들에게도 가라고 하고, 연관 상임위 국회의원으로서도 구도심을 보존하고 살려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했다. 여기서 국회의원의 문제제기가 문제다. 본인과 지인이 사면서 동시에 의원으로서 지역을 살리라고 하면 오해 받기 딱 좋다. 연관 상임위 의원으로 비판 받을 수 있는 처신이다. 

좋은 의도라면 나쁘지 않지만, 이런 행동이 용인되면 그것을 악용해서 잇속을 채우는 미꾸라지들이 나타나는 게 문제다. 그래서 아예 원천적으로 본인 소유와 정책적 활동을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치인은 세인의 오해 가능성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손혜원 의원의 오지랖은 지금까지의 해명을 기준으로 하면, 시민의 행동으로는 표창할 만한 선행일 수 있고 연관 상임위 국회의원의 행동으로는 오해 받을 지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손 의원이 해명한 내용과 같은 행동은 시민사회에서 권장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