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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손혜원, 장제원, 송언석, 죄질 비교해보니

 

이해충돌(이익충돌)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자유한국당 장제원, 송언석 의원이다. 장제원 의원은 국회 예결특위예산조정소위에서 교육부 차관에게 역량강화대학지원을 강화하라고 호통 쳤다고 한다. 그런 후에 1개 대학당 지원금이 4억 원 가량 늘었는데, 장제원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대학도 역량강화대학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똑 떨어지는이해충돌 구도다. 국회의원이 정부에, 본인 가족의 학교를 지원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장제원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사익이 아닌 공익적 목적으로 정책적 방향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익적 의도가 있었더라도 결과적으로 사익과 연결된 부분이 있으면 파렴치한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한 것은 최근 손혜원 의원을 공격한 한국당 자신이다. 한국당이 그동안 손 의원에게 한 말을 되돌리면 그대로 장 의원 해명에 대한 반박이 되는 것이다.

 

장제원 의원은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야에서 눈에 띄는 문제점을 내가 지적하지 않으면 지방대학이 받는 불이익은 누가 대변하느냐고도 했는데, 손혜원 의원이 개인적으로 잘 아는 전통 공예 분야에 문제 지적한 것을 두고 이해충돌이라며 질타한 것도 한국당 자신이다 

보도에 따르면 장 의원 측에서 자신의 가족이 유치원, 전문대, 4년제대 다 가지고 있는데 그럼 교육정책 관련된 무슨 의정활동도 다 이익충돌에 걸린다는 얘기냐라고도 했다는데, 손 의원에게 자신 및 특수관계인이 가지고 있는 단체와 연관된 언행이 모두 이해충돌이라고 공격한 것도 한국당 자신이다.

 

손혜원 의원은 이해충돌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해충돌에 관한 한 손 의원의 성찰도 필요하다고 누차 지적했었다. 반면에 손 의원을 질타하는 한국당은 이해충돌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고 관련 윤리의식도 아주 높은 것 같았다. 그래서 장 의원의 입장이 더 옹색해진다. 대단히 나쁜 행동이라고 분명히 인지하면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에 남부내륙철도 분기점이 원래 왜관 근처였는데 그것을 김천역으로 틀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된 후엔 정부에, 문경에서 김천으로 연결되는 철도 건설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천역 근처에 송 의원을 비롯한 일가 공동 명의의 4층 건물이 있다는 것이다. 철도 분기점은 상당한 부동산 호재다. 송 의원이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건물 가치를 직접적으로 올릴 정책을 추진하고, 국회의원으로서도 그런 정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또 국도 3호선의 확장을 요구하며 이것을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했는데, 놀랍게도 해당 국도 인근에 5,500여 평 정도의 땅을 소유했다고 보도됐다. 이 역시도 자신의 땅값이 뛸 정책을 요구한 셈이 됐다. 

송언석 의원은 지역발전을 추진했을 뿐 사익추구하지 않았고, 투기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발전을 추구해도 자기 땅의 가치가 올랐으면 이해충돌이라며 공격한 것이 한국당이다. 투기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해충돌이면 파렴치한 악행이라고 공격한 것도 한국당이다. 더군다나 송 의원은 이른바 손혜원랜드 게이트 진상규명 TF' 일원으로 손 의원 공격에 나섰기 때문에 스스로 잘못이라고 규정한 일을 저지른 구도여서 역시 입장이 더 옹색해진다.

 

한국당이 손 의원을 공격하면서 이해충돌에 대한 아주 수준 높은 이해와 철저한 윤리의식을 과시했는데, 그것이 그대로 부메랑이 된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보이지도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해충돌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 손혜원 의원을 공격하며 펼친 논리를 뒤집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해충돌이야말로 국회의원이 저지를 최대의 악덕인 것처럼 몰아붙이지 않았던가. 바로 그 때문에 이해충돌이 크게 이슈화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손혜원, 장제원, 송언석, 모두 이해충돌로 보인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조금 다르다. 손혜원 의원은 자신이 직접 낙후된 지역으로 이주해 그 지역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물관은 기부하겠다고 했다. 조카들과 보좌관도 모두 이주해 지역재생 사업을 한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형식적으로는 이해충돌이지만 질적으로는 지역재생을 위한 일종의 사회문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장제원 의원이나 송언석 의원의 경우는 수혜를 보게 되는 자산을 기부한다는 말도 없고, 재생사업과 같은 명분 있는 활동으로 형식적 이해충돌을 상쇄할 계기도 없어보인다. 장 의원과 송 의원의 이해충돌이 손혜원 의원의 이해충돌보다 질적으로 더 안 좋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일 말고도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이해충돌 사례는 많았다. 사학재단 관련 국회의원이 사학법에 대해 발언하며 사학재단의 편을 든다든지, 종부세 과세 대상 국회의원이 종부세 반대에 앞장선다든지, 이런 것들이 모두 질적으로 나쁜 이해충돌행위에 해당한다. 그런 행위엔 조용하다가 왜 이번에 들끓었는지는 의아하지만, 어쨌든 관심이 커졌으니 이참에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윤리에 대해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