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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내일은 미스트롯, 트로트에 오디션 접목하니 중장년층 열광

 

다른 방송사들이 땅을 칠 일이 벌어졌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 시청률 11%를 돌파, 종편 예능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운 사건이다. 기존 기록은 JTBC ‘효리네 민박10.75%였는데, ‘미스트롯이 마의 11%선을 깨고 말았다.

미스트롯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데, 최근 오디션은 한 장르가 아니었다. Mnet ‘슈퍼스타K'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이 잇따라 오디션에 뛰어들었지만 SBS 'K팝스타정도만 성공했을 뿐인데, 그후 관심이 시들해지며 슈퍼스타K'’K팝스타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그 다음엔 Mnet '프로듀스101’이 성공을 거두자 아이돌 오디션 열풍이 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MBC는 젊은 시청층을 겨냥, 힙합에 경연 형식을 도입한 킬 빌을 선보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오디션 경연이 한물 간 장르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데도 미스트롯제작진은 오디션을 내세웠다. 오디션 자체가 식상한 터에, 핫한 트렌드도 아닌 트로트까지 겹쳐지자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시청률이 치솟았다. 시장은 바로 이런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디션에 트로트를 접목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아이돌, 힙합 등 젊은 코드만을 추구할 때 미스트롯은 중장년층을 조준했다. 젊은 세대에게 오디션은 익숙한 장르였지만 중장년층에겐 신상이었다. 트로트가 오디션 형식에 담겨 새롭게 다가가자 중장년층은 열광했고, 원래 본방 시청을 많이 하는 세대 특성상 중장년층의 호응은 곧 놀라운 시청률 수치로 나타났다. 젊은 코드만 신경 쓰다 중장년층 오디션 시장을 간과한 여타 방송사들에게 뼈아플 일이다.

과거에 오디션 열풍을 만들었던 요인들이 미스트롯에도 똑같이 나타났다. 경연이란 형식이 가지는 긴장감, 몰입도, 팬덤 현상, 탈락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그것이다. 학생, 주부 등 일반인들이 꿈을 실현할 땐 시청자들이 내 이야기처럼 감정이입했다. 무명가수가 화려하게 이름을 알리며 눈물짓는 모습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출연자들의 인생역정이 알려지며 마치 인생극장같은 휴먼스토리가 생겨났다. 11 맞대결을 펼칠 땐 누가 떨어질지 몰라 더욱 숨죽이며 몰입하게 됐다.

 

젊은 세대에게 식상할 만큼 익숙해진 구도인데 트로트를 접목하니 중장년층에겐 신세계로 다가갔다. 제작진은 여기에 미스코리아식 구성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준비했다. 출연자들이 마치 미스코리아 도전자들처럼 행진하고, 경연 후에 진선미를 가린 것이다. 요즘 세대에게 미스코리아는 별 감흥이 없지만 중장년층에겐 과거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다. 일종의 복고 코드로 핵심 시청자 층에게 다가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청률 면에선 대성공을 이뤘지만 아쉬운 점은 있다. 미스코리아가 몰락한 것은 여성 상품화에 대한 경계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스코리아 형식을 내세운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나온다. 선정적인 무대가 종종 연출된 점도 같은 맥락의 문제다. 익숙한 코드로 시청률은 올릴 수 있어도 트렌드를 선도하진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트로트 신인들을 발굴하면서 종편 예능과 전통가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