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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승리, 박유천에게 밀려난 버닝썬, 황하나

 

최근 누리꾼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드라마 열혈사제마지막회엔 이런 대사가 나왔다. “꼬리 잘린 라이징문 수사도 다시 해야 되고”. 이 작품은 절묘한 현실 풍자로 인기를 모았는데 극중에 등장한 라이징문이란 곳이 바로 클럽 버닝썬의 패러디였다. 드라마 속에서 힘 있는 자들과 유착한 공권력이 라이징문 사건을 적당히 덮었는데 마지막회에 재수사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버닝썬 사건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는 메시지였다. 인기 드라마에 이런 메시지가 나올 정도로 버닝썬 사건 조사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버닝썬 조사의 핵심이 언제부터인가 승리, 정준영 단톡방 수사로 바뀐 느낌이다. 단톡방 메시지들을 근거로 연예인 성범죄 혐의를 캐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니 매체의 시선이 당연히 쏠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단톡방 내용이 조금씩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정준영 휴대폰을 포렌식한 파일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그 안에 문제의 단톡방 대화 정보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면 대화 참여자가 누군지, 누가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는지, 범죄 혐의가 있는 대화내용이 어떤 것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거의 한 달여에 걸쳐 조금씩 정보가 공개됐다.

예를 들어 로이킴 이름이 뒤늦게 나왔는데, 처음엔 참고인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며 피의자로 전환했다. 각 단계마다 당연히 대서특필됐다. 그런데 로이킴이 사진을 올린 것은 사태 초기에 정준영 휴대폰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름이 나중에 나왔으며 사진을 올린 것은 또 그 다음에야 알려진 것일까? 어쨌든 이런 식으로 정보를 조금씩 흘리는 것은 사람들의 이목을 지속적으로 집중시킬 때 쓰는 방법이어서, 연예인과 관련된 정보들이 조금씩 공개된 것이 주목도를 크게 높였다.

 

그런 과정을 통해 버닝썬 사건에 원래 제기됐던 의혹은 흐지부지됐다. 버닝썬 VIP인 부유층 자제들이 마약 일탈과 성범죄를 저질렀고, 공권력이 그 뒤를 봐줬다는 의혹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인데 최근 버닝썬 수사 중 마약 부분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버닝썬 공동대표와 MD(영업직원) 몇 사람의 마약 투약 혐의 잡는 정도로 상황이 정리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그래서 버닝썬 VIP룸에서 물뽕하고 성폭행한 사람들이 누군데?”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 부분과 공권력 유착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의혹의 시선은 계속될 것이다.

버닝썬에 시선이 집중된 것 자체가 연예인 효과였다. 승리가 버닝썬 관계자이기 때문에 버닝썬에만 시선이 몰렸던 것이다. 하지만 버닝썬보다 클럽 아레나의 문제가 훨씬 더 크다는 지적이 있다. 버닝썬도 아레나의 영업방식을 배운 것이라고 한다. 과거 강남 대형클럽들을 잠입 취재했던 주원규 작가는 클럽과 관련된 마약, 성범죄, 불법촬영, 공권력 유착이 대단히 심각하다고 했다. 강남 대형클럽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승리라는 이름 때문에 오직 버닝썬만 화제가 됐고, 그 버닝썬 사건마저도 연예인 단톡방 털기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최근 터진 황하나 사건도 그렇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 씨는 2015년에 마약으로 적발됐는데 무혐의를 받았다. 당시 황 씨가 여대생 조 모씨에게 아끼면서 하기 싫다. 오늘 1g씩 사자부산 오빠에게 말해 바로 받겠다고 했다는 메시지가 최근 공개됐다. 30회 투약 분량인 1그램을 사자는 말에선 상습투약이 의심되고, 부산 오빠에게 받겠다는 말에선 황 씨가 여대생 조 모씨에 대한 공급자이며 부산 오빠가 판매책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 이렇게 상습, 공급자, 판매책에 대한 단서가 나왔는데도 경찰이 조사도 안 하고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다. 2018년엔 경찰에 황 씨 마약 제보가 들어왔는데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이나 기각해 수사 진행이 안 됐다고 한다.

너무나 이상한 사건인데 이 건에 대한 관심도 연예인에게 넘어가고 있다. 황씨가 박유천을 공동투약자로 지목해, 박유천 마약 의혹이 황하나 사건의 중심 이슈가 된 것이다. 부유층 자제들로 추정되는 황 씨 지인들의 투약 의혹이나, 황 씨와 버닝썬의 연결 의혹도 묻히고 있다. 대형 이슈들이 연예인 블랙홀에 빨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