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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승리, 그렇게 탈탈 털어도 구속 못 시켰나

 

법원이 승리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처음부터 미심쩍은 구속영장 신청이었다. 승리는 성매매 알선, 성매매, 업무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이렇게 네 가지 혐의를 받았다. 이중에서 성매매 알선, 성매매, 식품위생법 위반은 혐의가 입증돼도 어차피 구속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관건은 업무상 횡령 입증 여부였다. 

그런데 그동안 알려지기로는 업무상 횡령 혐의가 분명하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되는 횡령 액수가 오락가락했고 그 내용도 정확하지 않았다. 경찰이 확증을 잡았으면 누가, 얼마를, 어떻게 횡령했다는 건지, 확실하게 보도됐을 텐데 수치가 오락가락하고 내용이 불분명하다보니 경찰 수사에 의구심이 생겼다. 

영장 신청 단계에서 그 의구심이 증폭됐다. 이달 초 신청한다고 하더니 연기됐다. 그러면서 경찰이 보강 수사를 한다고 했다. 이것은 경찰이 승리를 구속시킬 만한 확증을, 특히 횡령 관련 확증을 아직도 잡지 못했다는 추측을 낳았다.

 

연기됐던 구속영장 신청이 결국은 이루어졌다. 여기에 대해선 두 가지 추정이 가능했다. 첫째, 늦었지만 확증을 잡아 영장을 신청했을 가능성. 둘째, 여전히 확증을 잡지 못했지만 국민여론을 의식해 영장을 신청했을 가능성. 

결국 기각된 것을 보니 후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횡령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혐의점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밖에 승리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승리는 원래 입대가 예정됐었지만 스스로 연기신청을 했다. 그게 불허됐는데 서류를 보강해서 재신청, 결국 연기를 받아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조사에 꼬박꼬박 응했다. 수사 받는 태도가 성실했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이번에 승리를 구속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한 걸로 보인다. 무려 78일에 걸쳐 조사하고 18회나 소환했다. 구속시킬 마땅한 혐의점이 없어 그야말로 탈탈 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여론에 떠밀린 표적수사를 한 셈이다. 

원래는 버닝썬 게이트 수사였는데, 결국 승리 개인비리로 넘어갔다. 일종의 별건수사로 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먼지 하나까지 털고, 지속적인 언론 보도로 국민 공분을 자아냈는데, 결과가 불구속이다. 지금까지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박에 없다.

 

공권력은 국민에게 공평하게 작용해야 한다. 연예인이라고 더 엄격하게 적용해선 안 된다.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누군가를 탈탈 터는 방식도 부당하다. 다수가 요구한다고 무조건 구속시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경찰의 승리수사에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또 다른 의구심은 버닝썬 게이트가 어디로 사라졌느냐는 점이다. 버닝썬 안에서의 성폭행, 마약, 권력 유착은 어디로 가고 승리 개인비리가 버닝썬의 종착점이 됐다.

아무리 조사해도 버닝썬 관련 혐의점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승리 개인비리로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버닝썬 부분을 덮고 승리 개인비리를 오랫동안 털어서 사람들 이목을 끈 것인지, 이 부분에 의혹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승리 탈탈 털기는 역대급 여론몰이 수사, 버닝썬 게이트 조사는 역대급 용두사미 졸속 수사로 기억될 것 같다. 현대사회사에 남을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낳은 사건이 정말 이 정도로 정리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