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상처만 준 희대의 망작이 됐다. 요즘 세상에 다시 볼 수 없을 희귀템 폭망작이다. ‘해피투게더’ 이번 주 방영분이 그렇다. 정해인, 김고은, 김국희, 정유진, 이렇게 4명이 나왔다. 프로그램은 대놓고 정해인과 김고은만 떠받들었다. 그게 패착이었다.
그렇게 다른 두 명을 병풍 취급할 거면 아예 정해인, 김고은만 나왔어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공정, 차별에 민감한 시국이다. 주연 스타와 그보다 비중이 작은 배우들을 나란히 앉혀놓고 마치 양반과 상민을 가르듯 노골적으로 주연 스타만 떠받든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어이 상실’ 구도였다.
그것이 시청자를 불편하고 민망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바뀐 걸 너무 몰랐다. 이런 차별적 구도에 시민들이 아주 강하게 부당함을 느끼는 시대라는 점 말이다. 특혜, 특권의 ‘특’자만 나와도 악플의 융단폭격이 이뤄지는 판인데 제작진이 너무 부주의했다.
그렇게 다른 출연자들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정해인, 김고은을 ‘특별히’ 떠받들었는데, 이것이 정해인과 김고은에겐 좋은 일이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두 사람만 마치 ‘백두혈통’을 모신 북한방송처럼 떠받드는 바람에, 시청자가 정해인, 김고은에게도 반감을 느끼도록 유도한 셈이 됐다. 정해인은 예능적으로 말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김고은은 본인 말대로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지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럴 때 재미를 끌어내려면 사회자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라디오스타’ 사회자들이 하는 역할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이번 ‘해피투게더’에서 사회자들은 정해인과 김고은의 말에 그저 ‘오오~’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그 말의 꼬리를 물고 들어가 작용과 반작용의 상승효과를 끌어낸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없는 억지 감탄으로 분위기만 떨어뜨렸다. 마치 정해인과 김고은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알아서 해보라’면서 감상하는 듯한 구도였는데 그 바람에 정해인과 김고은의 단점만 더 부각됐다.
요즘 이런 식의 예능은 없다. ‘라디오스타’가 물어뜯기식 토크쇼를 선보인 이후 스타 용비어천가식 예능은 사라졌다. ‘해피투게더’도 평소에 이런 식으로까지 노골적인 스타 떠받들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번 편에 악수를 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제작진에게 정해인, 김고은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구성을 생각해내긴 힘들 것이다. 만약 그들의 소속사에서 출연 조건으로 극한의 떠받들기를 요구했다면 자살골이다.
사회자들의 이미지도 실추됐다. KBS1 채널의 명사와의 대담 같은 프로그램이 떠오를 정도로 무미건조한 토크쇼가 됐기 때문에, 시청자가 ‘해피투게더’ 사회자들의 예능감을 의심하게 됐다. 그러니 모두에게 상처만 준 것이다.
가장 큰 상처는 시청자가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냉정한 세상에 지친 터에 웃어보겠다고 기껏 예능을 틀었더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선명하게 선을 그어 상하를 가르는 냉혹한 차별쇼 폭탄을 맞았다. 다른 사람들 노래는 다 들으면서 정작 뮤지컬 배우 노래만 건너뛰는 건 정말 너무 했다. ‘해피 투게더’라더니 ‘투게더’가 아니었다. 그들만 ‘해피’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스타 출연에 다른 배우를 함께 출연시키는 것 자체도 배려일 순 있지만, 시청자의 시선을 생각했어야 했다. 시청자들이 어떤 가치에 민감한지, 영상을 본 이들이 어떤 심경이 될지, 그런 걸 고민하고 제작에 나서야 이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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