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이 그 회의 초대손님과 함께 일손이 부족한 곳에 가서 일을 한다는 설정이다. 하룻동안 일하고 일당을 받는다. 과거 ’체험 삶의 현장‘과 다른 것은 그때는 일당을 기부했지만 이번엔 자기가 기분 좋은 일에 쓴다는 점이다.
‘체험 삶의 현장’과 다른 점이 또 있다. 그때는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는데, ‘일로 만난 사이’에선 일도 중요하지만 유재석과 초대 손님 간의 대화도 중요한 테마다. 초대 손님에게 집중하기 위해 일터에서 접촉하는 일반인과의 대화를 최소화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프로그램 초기에 비판적인 지적이 나왔었다. 왜 남의 일터에 가서 연예인들이 그들끼리만 소통하느냐는 것이다. 일단 야외로 나갔기 때문에 사람들이 리얼버라이어티나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혼동했다. 그런 포맷에선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와 소통한다. 그런데 ‘일로 만난 사이’에선 연예인들끼리만 대화를 나누니 일부 사람들이 어색함을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연예인들끼리만 소통하는 그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MC가 초대손님 연예인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포맷이 토크쇼다. ‘일과 만난 사이’는 그 토크쇼를 스튜디오 바깥으로 확장해 일터 배경으로 옮긴 것이다. 이러니 리얼버라이어티, 리얼리티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연예인들만 토크하게 됐다.
스튜디오 토크쇼는 요즘 약세다. 유재석이 MBC에서 진행했던 ‘놀라와’는 아예 폐지됐고, ‘해피투게더’도 반응이 좋지 않다. ‘일로 만난 사이’는 아예 야외에서 판을 새로 깔았다. 과거 ‘해피투게더’가 목욕탕 안에서 진행됐었는데, 이번엔 유재석이 밖으로 나간 것이다.
밖에서 과거 ‘무모한 도전’과 같은 생고생 버라이어티과 토크쇼를 섞었다. 생고생을 하긴 하는데 예능을 위한 설정 고생은 아니고 진짜 일을 하는 것이다. 평소에 노동을 거의 안 했던 연예인들이 노동을 하려니 엄청난 생고생이다. 그렇게 구슬땀을 흘려가며 토크를 하는 것이 나름 신선하다.
워낙 고생을 하다보니 스튜디오에서 편하게 토크할 땐 나오기 힘든 날것의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함께 고생하며 일하는 동료로서의 친밀감이 토크에 반영되기도 한다. 때론 설정용이 아닌 진짜 감정이 드러나는 것도 생고생 토크의 묘미다.
지방의 일터를 찾아다니다보니 자연풍경이 많이 등장하고 그게 스튜디오 토크쇼는 줄 수 없는 편안함을 준다. 토크쇼에선 어색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감초 MC가 요소요소마다 활약한다. ‘일로 만난 사이’에선 일이 감초다. 토크와 땀을 뻘뻘 흘려 일하는 모습이 교차되는 것인데, 이것도 새로운 그림이다.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먹방도 이어진다.
지방 일터에서 지역 특산품에 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회에선 강화도 화문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왕골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런 것이 흥미 있는 정보가 되고, 우리 특산품이 홍보되는 효과도 있다. 익숙한 사물들이 어떤 노동의 과정을 거쳐 우리 손에까지 오게 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격이 쌀 수 없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고, 그런 제품을 만드는 노동에 대한 존중도 생긴다.
그런데 시청자 반응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아무리 야외에 나갔어도 토크쇼 자체의 한계가 있는 것일까? 시청자들은 이왕 야외로 나간 이상 보다 버라이어티적이 되고 일반인과의 소통도 강화할 것을 원할 수 있다. 아니면 아예 고정된 팀을 짜서 힐링의 스토리를 전해주던지. 그런데 요즘 야외로 나간 대부분의 예능이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 ‘일로 만난 사이’처럼 야외 리얼리티와 연예인 토크쇼를 접목한 기획은 희귀하다. 이런 포맷은 이런 포맷대로 살아남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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