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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음원 사재기, 케이팝 경쟁력이 무너진다


음원 사재기, 케이팝 경쟁력이 무너진다

 

박경이 실명을 거론하며 음원사재기 문제를 제기한 후 논란이 뜨겁다. 지금까지 음원사재기 의혹 제기가 많았지만 법정에까지 간 적은 없었다. 이번엔 실명을 거론당한 측에서 억울하다며 줄줄이 법적대응에 나서고 있어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명을 거론당한 사람들에 대한 진실도 중요하지만, 이 기회에 음원사재기 자체에 대한 조사도 진행될 필요가 있다. 거론당한 사람들 중 한 명인 송하예는 전혀 사실이 아니고 강경 대응하겠다고 하면서도 박경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준 것 자체엔 감사하다고 했다. 본인도 진실을 궁금해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럴 정도로 음원사재기 의혹이 가요계에 큰 이슈였다.

 

과거엔 음반사재기 논란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음반시장이 붕괴되고 음원시장이 커진 후엔 음원사재기 논란으로 바뀌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의혹이 거세게 나타났다. 2012년 경엔 음원사재기 브로커의 존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1위를 만드는 데에 억대의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  

요즘엔 실시간차트 50위에 천만 원, 1위에 수억대, 이런 식의 소문이 오간다. 업자들이 음원사이트를 해킹해 차트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IDIP를 다량으로 구매한 다음 이를 매크로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수백여 대의 기계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실시간 차트 순위를 올리는 게 음원사재기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소문이 나오는데도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답답한 일이다. 그래서 이번에 박경의 의혹 제기가 경솔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어쨌든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의혹을 단순한 인터넷 소문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업계 인사들이 증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승환, 성시경, 김간지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증언에 나섰다. 대형기획사 대표인 박진영도 음원사재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 대형기획사들이 음원사재기 의혹을 고발한 적도 있다.

 

문체부가 조사한 적이 있지만, 문체부는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기획사들의 고발로 검찰도 수사에 나선 적이 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유야무야됐다. 검찰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달려들었어도 그런 식으로 끝났을까? 그런 의혹이 있기 때문에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사재기만 문제 삼는데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도 문제다. SNS 등을 활용해 마케팅하는 것인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부분이다. ‘요즘 뜨는 노래’, ‘노래는 좋은데 소속사가 열일 안 하는 노래’, ‘일반인의 소름 돋는 라이브’, 이런 식으로 어떤 곡을 소개하는 데 이중에 어떤 것은 돈 받고 하는 광고라는 것이다. 순수한 소개와 광고는 구분돼야 한다. 돈 받고 하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분명하게 고지해야 한다. 그런 알림 없이 순수한 소개처럼 하는 광고는, 사재기만큼은 아니라도 문제가 있다.

 

사재기나 소비자를 속이는 광고 의혹으로 실시간 차트가 얼룩졌다. 음악시장의 질서가 교란되는 것이다. 이건 케이팝 산업의 토대를 흔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신뢰성도 무너진다. 우리나라에선 무언가가 선정되면 기본적으로 의심 받는다. 베스트셀러, 히트브랜드 등 고질병이다. 그중에서 음악시장이 가장 심각하다. 공들여 만든 좋은 음악이 차트에 오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장되는 일이 흔하다. 케이팝의 경쟁력이 무너진다.

 

우리 사회의 신뢰 문화 제고를 위해서도, 음악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진상규명과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 실시간 차트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실시간 차트의 과도한 영향력과 불투명성이 문제의 근원인 만큼, 실시간 차트의 존폐와 만약 존치한다면 운영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