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출연 장면을 정상 방영한 ‘미운 우리 새끼’ 측에 질타가 쏟아진다. 하지만 제작진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사람들은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왜 자르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의혹만으로 쉽게 자르는 것도 문제다.
요즘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지목당한 사람을 바로 죄인 취급하는 경향이 일각에서 나타난다. 이런 행태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미운 우리 새끼’ 측에서 김건모 장면을 방영한 시점은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방송 주장만 있던 상황이었다. 강 변호사의 말만 믿고 어떤 판단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 여성이 이 세상에 실존하는 지부터가 확인되지 않은 때였다.
사회적으로 신뢰성이 높은 사람이 같은 내용의 주장을 했으면 훨씬 힘이 실렸을 것이다. 하지만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방송에 대해선 물음표가 있었다. 폭로가 터진 그 주말에 이 소식을 전한 방송 기자가 ‘이러다 강 변호사 처벌 받는 것 아니야?’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 이럴 정도의 신뢰성이었기 때문에 ‘미운 우리 새끼’ 제작진도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김건모에게 사실확인을 했을 것이다. 제작진 입장에선 김건모는 프로그램의 개국공신이고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어서 그 신뢰성이 강 변호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김건모가 억울함을 주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김건모 분량을 자르기가 힘들어진다. 무조건 질타만 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과거 운동선수 출신 모 씨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상적으로 방송이 이루어진 전례가 있다.
‘미운 우리 새끼’가 방송될 때만 하더라도 상황이 모호했던 것인데, 바로 그 다음 날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일단 강 변호사 측에서 정말로 고소를 했다. 사건에 실체가 생긴 것이다. 유튜브에서 말만 했던 상황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날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강 변호사 유튜브 채널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어떤 여성이 직접 방송 카메라 앞에서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면, 완전히 익명으로 주장할 때보다 신빙성이 크다고 간주된다.
그 다음 날엔 김건모에게 2007년에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등장했다. 당시 유흥주점에서 일하다가 술에 취한 김건모에게 안와골절이 되도록 맞았다는 것이다. 최초 성폭행 주장은 일시도 특정이 안 되고, 진단서도 없고, 증인도 없고, 단지 업소 내부구조 그림만 제시돼서 선뜻 믿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이번엔 정확힌 일시와 진단서가 공개됐다.
그 다음 날엔 2007년 폭행 사건의 목격자라는 사람이 등장했다. 유흥업소 카운터 업무를 보다가 여성이 김건모에게 맞았다며 피투성이가 돼서 나오는 걸 봤다는 것이다. 정확히 사건을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황을 증언할 증인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이러니 사건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2016년 성폭행 의혹은 해당 여성이 직접 유튜브 인터뷰에 나섰고, 2007년 폭행 의혹은 진단서에 증인까지 나타났으니 심각해진 것이다. 여기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김건모의 묵묵부답이다. 최초 성폭행 의혹 제기 때만 해도 김건모 측에선 즉각 부인했었다. 그것이 ‘미운 우리 새끼’ 정상 방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미운 우리 새끼’ 방영일 바로 다음 날부터 터진 의혹 제기에는 김건모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러면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면이 전환된 것이다. 술에 취해서 도를 넘는 행동을 했다면, 술버릇은 패턴이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도 ‘미운 우리 새끼’에서 술을 주제로 그렇게 많은 방송을 했다면 가볍지 않은 사안이다. 김건모의 해명과 사실규명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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