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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슈퍼밴드2, 이래서 호평 받는다

JTBC 오디션 슈퍼밴드2’가 호평 속에 순항하고 있다. 시청률은 4% 수준으로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호평이 이어지는 건, 이 프로그램이 제목에서 표방하듯이 밴드 오디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이돌 대국으로, 밴드 음악의 토양이 극히 척박하다. 그렇게 소외된 분야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호평이 나오는 것이다. 밴드가 주제라는 점을 놓고 보면 4%도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대중성이 약한 밴드음악으로 그 정도나마 대중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이 인정받는 이유다.

 

밴드 자체로 이미 비대중적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음악도 매우 비대중적이다. 이다온은 레이서 엑스의 'Scarified'를 연주(!)했고, 정나영은 스키드 로우의 'Best yourself blind'를 연주했다. 이런 음악들은 현재 한국 주류시장에서 완전히 외면 받는 장르라서 TV에서 접하기 힘들다. 그런 음악들이 슈퍼밴드2’에선 전면에 나선다.

 

앞에서 연주라는 단어 뒤에 느낌표를 붙였는데, 현재 한국 쇼프로그램에서 연주가 그만큼 희귀한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서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면서 연주의 존재감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슈퍼밴드2’에선 기타 솔로 정도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고, 그 외의 악기들도 다양하게 조명된다.

 

그러다보니 세션이라는 이름으로 뒤에 가려졌던 연주자들이 보컬 이상으로 주목받는다. 메탈 기타리스트로 우뚝 선 윌리K를 비롯해 천재, 영재라며 찬사 받는 연주자들이 줄을 이었다. 다른 오디션에서도 그런 찬사가 종종 나오긴 하지만, ‘슈퍼밴드2’에선 정말 시청자를 입틀막하게 만드는 실력자들이 넘쳐났다.

 

기존의 유행가들을 새롭게 편곡해 신선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윌리K 팀이 선보인 'Oops! I did it again'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대히트한 아이돌 댄스음악을 전혀 다른 느낌의 시네마틱 록으로 바꿔 100점을 이끌어냈다. 녹두 팀이 선보인 'Forever Young'도 놀라운 편곡이었다. 이런 공연들이 슈퍼밴드2’를 음악의 성찬으로 만든다.

 

빈센트와 같은 보컬도 발견됐다. 빈센트는 록보컬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류무대로부터 외면 받았을 텐데, 거칠고 강력한 느낌의 전형적인 록보컬이 아니어서 록의 세계에서도 평가절하됐을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공연 내공과 반주를 찢고 나오는 고음으로 인정받았다. 김예지나 린지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더 크게 사랑 받았을 법한 보컬이다. 박다울, 황린 같은 기이한 인재들도 잇따랐다.

 

이들이 한국에 아이돌 케이팝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 번 싱어게인당시 다양한 음악의 등장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었는데 슈퍼밴드2’는 그런 다양성을 더 밀어붙이고 수준도 높였다. 그 결과 오디션 홍수 시대에 모처럼 찾아볼 만한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공연들이 모두 다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다른 오디션에선 음이탈, 가사실수 등의 사건사고, 또는 과도한 긴장이나 잘못된 편곡 등으로 인해서 실망스러운 무대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슈퍼밴드2’에선 수준 이하 공연이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참가자들의 실력이 고르게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하고, 프로그램 자체가 마치 록페스티벌처럼 음악을 즐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 속에 몰입하는 가운데 실수도 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도 그렇게 음악에 몰입하면서 보게 된다. 오디션에서 으레 나타나는 음악 외적인 요소로 인한 노이즈가 없기 때문에 더욱 음악이 부각된다. 수준 높고 신선한 음악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말 명실상부한 슈퍼밴드들이 탄생한다면 우리 음악사의 대형사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