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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손담비 끝까지 화살받이가 되다

 

2009년 미니시리즈 최저 시청률에 빛나는(?) <드림>이 끝났다. <드림> 초반부엔 손담비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었다. <드림>이 시작하기 전부터 손담비의 드라마로 알려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의 성패가 손담비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건 드라마 중반부, 심지어 후반부, 더욱 황당하게는 종영한 후까지 <드림>의 성패를 손담비의 성패에 연동시키는 기사들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드림>은 끝까지 손담비의 것이었다.


이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다. <드림>이 방영 전에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손담비의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이 이미 극 초반에 완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드림>은 손담비의 것이 아닌, 주진모와 김범의 것이었다. 손담비는 배경 인물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초반부터 후반부 심지어는 종영 후까지 손담비만 문제 삼았다. 극 초반 드라마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비난이 손담비에게 쏟아지는 것을 보며, 손담비가 화살받이가 되어간다고 지적했었다. 손담비는 끝까지 그 화살받이 역할을 했다.


손담비가 화살을 다 맞으며 ‘실드’ 역할을 할 때, 보호막 안에 있었던 건 두 주연배우와 작품 자체였다. 작품이 참혹하게 실패했는데 주연배우들과 극 자체에게는 전혀 창끝이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 보기 드문 사태였다. 작품과 주연배우들은 두 가지 이유로 보호 받았다.


첫째, 이게 다 손담비 때문이야.

둘째, 이게 다 <선덕여왕> 때문이야.


둘째 이유부터 보면, 아무리 <선덕여왕>이 잘 나간다고 해도 최저 시청률은 말이 안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선덕여왕>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드림>이 힘 있는 작품이었다면 비록 <선덕여왕>에 밀렸다 해도 참혹한 실패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첫째 이유는 완전히 말이 안 된다. 손담비는 극을 말아먹고 싶어도 말아먹을 힘이 없었다. 극이 주진모, 김범 위주로 돌아가고 그 반대편엔 박상원이 있는데, 손담비와 극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손담비는 그저 배경인물이었을 뿐이다.


손담비가 화살받이 역할을 해주는 바람에 주진모, 김범과 극 자체는 확실히 보호받았다. 하지만 사실 <드림>의 실패는 작품과 주연배우의 탓이 컸다.


먼저 작품 자체의 경우. <드림>은 스포츠 액션, 기업경쟁, 성공, 로맨스, 휴먼 가족드라마 등의 코드를 복합적으로 배치했지만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게 부각시키지 못했다. 그저 흉내만 냈을 뿐이다.


<선덕여왕>은 액션이 나올 땐 액션, 호적수간에 경쟁이 나올 땐 경쟁, 성공담이면 성공담, 어느 코드든지 일단 붙잡으면 확실하게 보여준다. <선덕여왕>이 약한 것은 단 하나, 두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뿐이다. 덕만이 김유신을 애절하게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면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너무나 맹탕이어서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림>은 모든 요소에서 다 그랬다. 감정을 이입시킬 만한 구도를 어느 것 하나 보여주지 못했다.


또, <드림>은 주인공 캐릭터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덕여왕>은 주인공 캐릭터가 영 이상해도 다른 캐릭터들이 받쳐주지만 <드림>은 그런 대하드라마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주인공에의 집중도가 컸는데, 김범의 캐릭터가 도저히 그런 집중도에 값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김범은 계속해서 짜증만 내면서 절대로 시청자의 감정이 이입될 수 없는 모습만 보여줬다.


이건 김범의 연기력과 상관없는 일이다. 극 자체의 문제다. 극이 두 주인공 중 한 명의 성격을 이상하게 만든 것이다. 극중 성격과 상관없이 ‘꽃남 F4’로서의 흡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김범에겐 패착이었다. 나머지 주인공, 즉 주진모의 경우는 극이 아주 훌륭한 성격을 부여했다. 복수, 책임감, 희생정신, 의리 등 훌륭한 주인공의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주진모에겐 중요한 것이 부족했는데 그건 바로 연기였다. <드림>에서 누군가 연기력을 지적받아야 한다면 그건 손담비가 아니라 주진모였다. 주진모의 연기는 극이 진행되면서 점점 미궁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의 답답한 발성은 그렇지 않아도 답답한 극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요즘 가수 출신 배우들의 연기력을 지적하는 것이 대세인데, 주진모의 연기는 그들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절대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손담비가 끝까지 화살받이 역할을 하면서 이런 작품과 주연배우들을 모두 보호한 것이다. 손담비 자신은 극에서 비중이 작았고, 그 작은 비중 속에서 '대충' 무난한 수준으로 자기몫을 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물론 더 중요한 배역을 맡았다면 한계가 드러났을 것이다.)


이번 작품의 교훈을 말하자면 이렇다. 먼저 김범의 경우. 아무리 본인이 스타라고 해도 작품선정이 중요하다. 이상한 작품, 이상한 캐릭터로는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주진모의 경우. 아무리 본인이 절정의 미남이라 해도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이젠 연기를 해야 하는 나이로 접어든다.


손담비의 경우. 신인배우면 신인배우답게 조연을 맡아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는 포지셔닝으로 갔으면 화살받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손담비가 작품의 모든 것인 양 언론에 알려졌기 때문에 결국 화살받이가 되고 말았다. 좀 더 겸손한 포지셔닝의 홍보가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