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상 칼럼

신언니, 나를 울린 은조의 한 마디

 

그동안 <신데렐라 언니>에 상당히 몰입해있었지만 눈물이 나온 적은 없었습니다. 은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99%까지 차올랐었지만 눈물로 이어지기까지 1%가 부족했었다고나 할까요. 그 1%가 10회에서 터졌습니다.


은조가 ‘아빠’라고 할 때, 그 순간 뜨거운 눈물이 흐르더군요. 드라마 보다 이렇게까지 정서가 고양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요즘엔 주로 사람이 만들어낸 이야기인 드라마보다 실제 세계를 보여주는 예능에서 울 일이 많았었죠. <무한도전> 권투편이라든가, <단비> 우물 편이라든가.


정말 모처럼 드라마가 눈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힘이 무섭네요. <아이리스>, <추노>에 이은 <신데렐라 언니>의 질주. KBS 수목드라마가 신들렸나봅니다.


- 장례식까지 혼자 치른 은조 -


아버지가 죽었을 때 효선이와 엄마는 시신을 부여안고 통곡했지만 은조만은 홀로 어두운 계단으로 가 흐느껴 울었지요. 은조는 장례식도 결국 혼자 치르고 말았습니다.


장례식이 치러질 때 은조는 슬픔에 잠길 수 없었습니다. 은조에겐 아버지의 뜻을 이어 대성참도가를 살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으니까요. 은조는 자신의 사업상 잘못 때문에, 혹은 자신과 엄마의 사나운 운수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아버지의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래서 오열을 꾹 누르고 사무를 처리하지요. 효선이는 그런 은조에게 냉혹하다는 속 모르는 소리를 하고.


은조에게 대성참도가의 술은 아버지의 분신입니다. 은조는 대성참도가를 살릴 방안을 궁리하면서 한편으론 술을 빚습니다. 앞으로 대성참도가를 살릴 술을. 마침내 그 술이 완성됐을 때, 은조는 자신이 모를 리가 없지만 굳이 아버지의 친딸인 효선이를 통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을 받습니다. 친딸이 아니라서 아버지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은조의 처지가 다시금 느껴지는 장면이었지요.


효선에게 확인 받은 은조는 그 술동이를 들고 아무도 모르게 홀로 아버지 영정을 찾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갔지만 은조는 이제 아버지의 뜻을 살려낸 겁니다. 대성참도가를 이어나갈 기틀을 마련한 것이기도 하지요.



비로소 은조는 울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젠 할 일을 해냈기에, 마음껏 오열해도 됩니다. 그녀는 홀로 장례식을 치릅니다. 초인적인 의지로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지요.


은조는 자신이 해낸 일에 대해 아버지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술을 아버지에게 내밀지요. 8년 전에 은조가 칭찬을 듣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은 기훈이었습니다. 그래서 기훈에게 상장을 내밀었었습니다. 기훈이 떠난 후 이제 은조가 칭찬을 듣고 싶은 사람은 아버지입니다.


칭찬 받고 싶고, 사랑 받고 싶고, 기대고 싶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했다는 자책감에 은조는 서럽게 웁니다. 그리고 마침내 생전에 아버지가 그토록 듣고 싶어 했지만 해드리지 못했던 한 마디, ‘아빠’라고 불러드리며 용서를 구합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오며 절로 눈물이 흐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사무치는 한을 표현한 문근영의 연기는 정말 ‘왜 문근영인가’를 확실히 느끼게 했습니다. 이젠 국민여동생이 아닌 국민여배우가 맞습니다.


<신데렐라 언니>는 그 폭풍 같은 격동의 장면을 단칼에 잘라버렸습니다. 보통 드라마 같으면 시청자가 마음껏 울라고 은조가 방바닥에 엎드려 오열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줬을 텐데, 이 작품은 ‘나는 질펀한 신파 따위가 아니다’라고 시위나 하는 듯이 매정하게 툭 끝내버렸죠. 네티즌 유행어대로 정말 ‘후덜덜’한 작품이네요. <신데렐라 언니>가 무서워집니다.


앞으론 엄마의 마수로부터 아버지의 딸을 지키려는 은조와, 구박 속에서 성장해가는 효선이, 아저씨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외부세력으로부터 대성참도가를 지키려는 기훈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모처럼 한 주를 기다리기가 힘들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