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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물의 여교사까지 신상털기, 충격적이다

최근에 한 여교사가 중학생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었다. 그 여교사에 대한 신상털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여교사의 미니홈피 주소와 개인신상정보가 인터넷에 급속히 확산됐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여교사의 근무처와 사진(!)까지 자랑하듯 게시판에 올렸고 모두가 그것을 복사해 다른 곳에 퍼뜨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니홈피는 폐쇄됐고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 홈페이지는 마비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사진까지 공개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아예 얼굴에 주홍글씨를 새길 셈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여교사의 가정까지 신상털기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자세한 가족관계와 남편의 직업은 물론 심지어 아이들의 사진이나 동영상까지 언급되고 있다고 한다.

미쳤다. 모두가 미쳐버렸다. 이럴 수는 없다. 깡패들이 몰려다니며 사람을 때려잡는 형국이다.

신상털기야 언제나 있었지만 이번 신상털기가 특히 충격적인 것은 바로 얼마 전에 타블로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겪으며 인터넷 상에 과도한 사생활 침해, 집단 공격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었다.

네티즌의 집단행동에 대해 자성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고,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남을 공격했던 사람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던 때였다. 타진요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뜨거웠다.

바로 이럴 때 또다시 신상털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도대체 대안이 없는 것인가. 이대로 인터넷은 ‘깡패 네티즌’들에 의해 공포가 판을 치는 암흑시대로 진입하는가?

타인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에 사적인 정보가 공개되고 집단적인 조롱을 당했을 때 당사자가 얼마나 고통을 당할 지 모를 사람은 없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짓을 자행한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완전히 둔감한 사이코패스거나 아니면 상대를 아예 사람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절망적인 건 타진요를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타진요 운영진의 개인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쪽도 신상털기로 공격하고, 저쪽도 신상털기로 보복하는 사회. 깡패들의 ‘개싸움’인가?

그동안 툭하면 신상털기가 자행됐었다. 00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신상을 공개해 아예 매장시켜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아무도 그런 집단폭력이 00녀의 이른바 패륜행위보다 더 흉악한 짓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집단 린치의 부당함을 지적하면 오히려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글을 쓴 사람에게 신상을 털겠다는 협박까지 자행되기도 했다. 나와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극단적인 협박을 일삼는 풍토!

누군가가 마음에 안 들면 신상을 털어서 인민재판대 위에 세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얼마 전 MBC <W>에서 어떤 여성을 집단 처형하는 외국 사례를 방영했을 때 인터넷은 그 나라의 야만성을 공격하는 목소리로 뜨거웠다. 바로 우리 네티즌이 그런 것과 유사한 사이버 야만성을 보여주고 있다.

느슨한 비판으로는 안 된다. 툭하면 자행되는 신상털기와 집단 공격이야말로 인륜에 어긋나는, 잔인한, 야만적인 패륜이라는 점이 분명히 지적되어야 한다. 그래야 신상털기를 일삼는 네티즌이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한 사람은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잘못한 만큼만 죄값을 치르면 된다. 대중이 그를 쳐죽여선 안 된다. 신상털기와 사이버 공격은 어떤 사람을 사회적으로 쳐죽이는 것과 같다. 야만도 이런 야만이 없다.

신상털기를 자행하는 네티즌은 언제나 ‘정의’를 내세운다. 분명히 지적되어야 한다. 그건 정의가 아니다. 집단적 광기다. 인간성을 유린하는 만행이다. 정의를 내세우며 사적 폭력을 일삼는 네티즌은 반드시 이점을 깨달아야 한다. 가벼운 인터넷상의 장난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야만 행위는 절대로 장난일 수 없다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