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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카라 향한 기자폭력 너무하다

카라가 입국했다. 공항에서 기자들이 너무 달려드는 바람에 구하라가 머리를 찧고, 한승연이 넘어지는 등 사고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카라 측이 과잉경호를 하는 바람에 사고가 벌어졌다며 카라를 비난하는 분위기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카라 멤버들이 취재에 응하지 않고 그냥 공항을 나선 것도 비난하고 있다. 카라 때문에 물의가 빚어졌으며 그로 인해 시민들까지 피해를 봤다는 식의 보도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보니 문제는 기자들이었다. 기자들이 카라에게 그야말로 '개떼'처럼 달려들었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터진 것이었다. 이건 기자들이 저지른 폭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기자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자신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무조건 대행한다는 착각이다. 그렇게 자신들의 정당성을 믿기 때문에 연예인의 병실에도 쳐들어가고, 빈소에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생활 몰카 취재를 한 사람이 당당하게 TV에 나와 인터뷰를 하는 것일 게다.

그렇게 취재를 일종의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취재를 거절하거나 비협조적인 연예인에 대한 비난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과거에도 한 방송에서 기자들이 뽑은 문제 있는 연예인을 공개했었는데, 그 사유가 취재에 잘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빈축을 산 적이 있었다.


이번에 기자들 때문에 한승연이 쓰러지는 등 멤버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기자들에게 고함을 쳤다. 상당한 막말이 나와도 정상인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기자를 대접해준다고 첫 마디에서만 욕을 하고 그 다음부터는 존대말을 썼다.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기자들이 미안하다고 했어야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조차 고압적으로 매니저에게 호통치는 기자가 있었다. '감히 기자에게 욕을 하다니!' 이런 심정이었던 것일까?

자신들의 취재가 국민의 알권리를 대행한다는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을 밀고 쓰러뜨리고 가는 길을 막는 건 명백히 폭력이다. 일반사회에서 누가 그런 짓을 저지르면 경찰에 끌려갈 일이다. 기자들도 평소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취재를 할 때는 자신들에게 정당성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게 착각이다. 정치권력이나 금권 등을 파헤칠 때는 기자가 국민의 알권리를 대행하는 게 맞다. 정치인 등 공인에겐 취재에 응해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공공기관은 기자들의 취재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기자의 눈과 귀는 국민의 권리를 대신하는 것이므로.

하지만 연예인 가십을 취재할 때는 알권리를 대행하는 게 아니다. 그건 그냥 매체의 돈벌이일 뿐이다.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연예인에 대한 알권리 따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연예인은 그저 개인에 불과하다. 어떤 개인에 대해 알권리를 가진 다른 개인은 공화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왕국의 왕이나 그런 권리를 가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화국에서 연예인을 따라다닐 때 언론은 국민의 권리를 대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대중의 호기심을 이용한 상업활동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기자가 연예인에게 고압적인 자세를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이번 카라의 공항 사태는 기자들의 집단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공항에서 행선지로 가는데 갑자기 수십 명이 달려들어 그 사람을 위협한 사건이다. 이런 폭력이 취재라는 이름으로 미화될 순 없다.

물론 기자들의 적극적인 취재는 우리 사회를 투명화, 선진화한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연예인 가십에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며 상대를 물어뜯듯이 취재하는 모양새는 언론의 '오버'일 수밖에 없다.

카라 내분에 대해 아무리 호기심이 넘쳐난다 하더라도, 그들이 사태를 수습하고 입장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최소한의 '이성' 혹은 '인간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