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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이승기 하차, 이해는 된다

이승기가 갑자가 <1박2일>에서 하차한다고 해서 무리가 있다고 생각됐다. 여태까지 진한 형제애를 그렇게 과시하다가, 프로그램이 위기에 빠진 지금 더 좋은 활동처를 찾아 떠난다는 것은 이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승기가 갑자가 하차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1년 전에 하차의사를 밝혔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차의사를 밝혀놓고도 1년간이나 프로그램과 동료들을 위해 헌신해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승기는 <1박2일>팀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멤버 중 하나였다. 이번 설악산 종주편에서도 그랬다. 그는 촬영 직전에 몸이 아팠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조에서 가장 먼저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수근이 도착하지 않자 다시 밖으로 마중을 나가기도 했다.

동료들이 모두 도착해서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그는 쥐가 났다며 쓰러졌다. 그만큼 프로그램을 위해서 긴장했었다는 소리다. 강호동은 카메라 앞에서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그런 기적을 일으키는 주체는 프로그램을 위해 초인적인 성실성을 발휘하는 당사자의 마음가짐일 수밖에 없다.

몸이 괜찮느냐는 PD의 질문에 이승기는 자기가 언제 아팠었느냐며 시종 밝은 표정을 지었다. 식사를 할 때도 그랬다. 극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추위에 떠는 상황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음식을 원할 수밖에 없다. 열량이 공급돼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최적의 음식이 삼겹살이라고 한다. 그 삼겹살이 눈앞에서 익어가고 있었다. 이성이 마비되는 상황이다. 그때 제작진이 담요를 받아와야 한다고 하자 이승기는 즉각 자신이 나가서 받아오겠다고 나섰다.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봐 이봐 이러니 안 반하고 반해? 이 어메이징한 청년아!'소리가 절로 나왔다.

바로 이런 자세로 그는 지난 1년간 프로그램과 동료들에게 헌신해왔다. 그렇다면 하차한다고 해서 그를 배신자라 비난할 수 없다. '제작진은 지금까지 뭘 했단 말인가'란 탄식이 나올 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고민하길 -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승기를 지금의 대형스타로 키워준 <1박2일>이 위기에 빠진 지금 사라지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느낌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간 강조했던 형제애와도 배치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C가 하차의사를 밝히기 전에 먼저 하차했으면 몰라도, 김C와 엠시몽의 연이은 하차와 김종민의 컨디션 문제로 최악의 위기에 빠진 지금은 결코 좋은 시기가 아니다.

<1박2일>이 아니었으면 이승기는 인기 연예인들 중의 한 명일 수는 있었겠지만, 황제 소리까지 듣는 특급 스타는 못됐을 것이다. 이승기도 충분히 <1박2일>을 위해 헌신했지만, <1박2일>의 가장 큰 수혜자가 또한 이승기이기도 한 것이다. 이럴 때 '의리'라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게 된다. 빠져도 <1박2일>이 좀 더 안정화된 다음에 빠지는 것이 구도상 바람직하다.

우리 대중이 '의리'를 얼마나 중시하는 지는 최근 카라 사태에 대한 여론의 추이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신뢰관계가 있었던 기존의 기획사 대표, 이사, 매니저가 사라진 상황에서 카라 3인의 답답함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인데도 대중은 '의리'를 중시했다.

의리도 의리지만 <1박2일>은 이승기에게 여전히 큰 기회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이나 <무한도전>은 여느 인기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국민이 출연자들에게 절대적 호감을 느끼도록 하는 마력이 있다.

유재석에게 <무한도전>이 없었다면, 만약 그가 시청률 20% 이상의 다른 프로그램 하나를 더 맡았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절대적 사랑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강호동도 <1박2일>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인간미를 느끼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1박2일>은 단순한 인기 연예인이 아닌 국민스타를 만들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이승기는 그 기회를 충분히 활용할 덕성과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굳이 프로그램에서 빨리 하차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하차문제는 좀 더 여유 있게 고민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