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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영상 칼럼

쓰리데이즈, 골든크로스, 이 나라는 마피아공화국입니까

 

<쓰리데이즈>는 재벌, 고위 공무원, 정치인 등이 작당해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이익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그들의 결속력이 얼마나 강한지 대통령의 권력도 그들 앞에선 무력하게 느껴질 정도다.

 

<골든크로스>는 경제관료와 은행 경영자, 공권력 등이 작당해 멀쩡한 은행을 팔아먹으며 이익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이들도 은행 매각이 국가경제와 서민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한다. 이들은 거대은행의 상태를 부실하게 조작하는데, 그런 엄청난 일들이 이들만의 인맥으로 간단하게 해결된다.

 

 

 

최근 방송 콘텐츠 파워지수 1위를 기록한 <신의 선물>은 대통령 자식의 살인사건을 덮기 위해 영부인, 고위 검찰 관계자, 경호실 요원 등이 작당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속력으로 멀쩡한 사람을 연쇄살인마로 간단히 조작해냈다.

 

요즘 드라마에선 이렇게 힘 있는 집단의 ‘작당’ 설정이 많이 나온다. ‘그들의 작당’이 이 나라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봉건시대 군왕이 가장 경계한 것이 신하들의 작당이었다. 자기들끼리의 연줄로 작당해 기득권을 점유하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군왕이라 해도 어찌 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작당한 사대부에 의해 조선 후기 왕은 결국 허수아비로 전락했고, 백성은 도탄에 빠졌으며,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결국 식민지가 신세가 됐다.

 

작당한 자들은 자기들끼리의 사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공익이 무너지지 쉽고, 특히 그들의 작당에 끼지 못한 사람들 즉 일반 서민들은 작당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 버림받은 신세가 되기 쉽다. 드라마 속에서 ‘그들의 작당’ 설정이 계속 나온다는 건 그만큼 이 나라의 기강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해양 마피아’가 서로 봐주며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원전 문제가 터졌을 땐 원전 마피아 얘기가 나왔다. 사학비리가 터지면 교육부 마피아 얘기가 나온다. 금융사고가 터지면 모피아(재무부 마피아) 얘기가 나온다. 이 나라는 그렇게 굴러가고 있었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하나회라는 군의 사조직이 국민 전체의 위에 있었으니, 그런 식으로 통치되는 나라에서 각각의 기득권자들이 저마다 작당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해양 마피아, 원전 마피아, 교육부 마피아, 모피아 등 각 영역의 마피아는 각자 자기들 영역에서의 기득권을 챙기며 그저 작은 사고(?)나 유발한다. 문제는 그 작은 마피아들의 수뇌부가 모인 ‘궁극적 마피아’의 발호다. 한국사회 최상층에 포진한 인사들의 결속 말이다. 국민은 그런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 분노를 갖고 있고 그것이 <쓰리데이즈>, <골든크로스>, <신의 선물> 등의 드라마에 반영됐다.

 

<하얀 거탑>은 각 영역별 작은 마피아 안으로 진입하려는 한 서민(장준혁)의 분투를 그린 작품이었다. <추적자>와 <황금의 제국>은 궁극의 마피아에 진입하려는 서민의 이야기였는데, 이 모든 작품들에서 서민은 결국 마피아 안에 진입하지 못한다. 그것은 그들만의 강고한 성채를 떠올리게 했다.

 

세월호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들이 학생들을 버리고 탈출한 것은, 마피아들이 국민을 버리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챙기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그래서 오랫동안 버림받아온 국민들의 분노가 이번에 터져나온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기득권 마피아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더욱 커졌고, 드라마는 국민의 그런 정서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드라마 속에서 마피아의 발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