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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문성근 김여진 합성사진 집유 석방, 무엇이 문제인가

문성근, 김여진의 음란 합성사진을 만들어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팀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국정원법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 자격정지 1년이 나온 것이다. 구속 상태였던 그는 재판 후 바로 석방됐다

재판부는 국가 안위를 위한 정보수집을 해야 하는 국정원이 특정 국민의 이미지 실추를 목표로 여론조성에 나선 것은 허용될 수 없다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서 유포하고 이런 계획을 부하들과 공유하는 한편 상급자들에게도 보고했다는 것이 국가기관으로서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 “피해자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유 씨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이유 중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황당하다. “유씨가 상급자 지시에 따라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이고”, “합성 기술이 조잡해 실제로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고 믿게 하기엔 부족하다징역형이 확정되면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되는 점을 감안했다라고 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가기관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을 자행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우리의 국체를 위협한 엄중한 사안이다. 조선시대로 따지면 포도청이 아닌 의금부에서 다뤄야 할 국가 차원의 중대 범죄다. 이런 사안에서 단지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다는 것이 참작의 이유가 되는 건 말이 안 된다

합성 기술의 조잡이 사유가 된 건 더 황당하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범죄 기술이 조잡하면 형이 줄어든다는 말인가? 국가기관이 주권자를 음해한 것 자체가 이미 대역죄다. 왕조시대로 따지면 왕을 모해한 것과 같다. 기술이 출중하건 조잡하건 그런 건 본질이 아니다.

 

게다가 더 황당한 건 조잡한 기술자체도 고의적인 전략이었다는 점이다. 국정원은 조악한 B급 에로영화 같은 3류 합성물을 만들어 대상자의 이미지 자체를 저질로 만들려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의 조언까지 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됐었다.  

조잡한 합성이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주권자의 사회적 위신을 깔아뭉개려는 악질적인 심리전이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까지 모의를 했으면 이건 가중처벌의 사유이지 감경의 사유가 될 순 없다.

 

징역형이 확정되면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되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대역죄를 저지른 공무원의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절차인데, 그게 어떻게 형을 줄여주는 이유가 된단 말인가

공화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혀 이유가 되지 않는 것을 재판부는 감경 사유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법부에 과연 민주공화국에 대한 시민적 의식이 제대로 있는 것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우리 국체를 뒤흔든 국기문란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여느 형사사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판에 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다.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을 구속적부심으로 풀어주면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를 사유 중 하나로 제시한 것도 그런 의문을 강화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국가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전부터 있어왔다. 입시교육과 성적경쟁으로만 엘리트를 충원하면서 공화국의 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학습이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닌, 기술적으로 시험을 잘 본 사람이 엘리트가 되는 구조다. 이러니 국기문란 행위가 태연히 벌어지고, 그 사실이 드러나는 데도 사안의 엄중함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처럼 느껴진다. ‘조잡한 합성사진 가지고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냐?’ 엘리트들의 국가관이 이 정도라면 우리 국가의 미래가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