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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문대통령 생일광고, 주체사상 영향일까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지하철 역사 광고가 화제다. 24일 문재인 대통령 66회 생일을 맞이해 여성 지지자들의 모금으로 이루어진 광고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여의도·종로3·동대문역사문화공원·천호역,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고속터미널·건대입구·노원역, 8호선 잠실역 등에서 광고가 집행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야당에서 반발하고 있다. 특히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일침이 화제다. 그는 SNS를 통해 촛불혁명으로 박근혜대통령은 감옥에 보내놓고, 그 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자신의 생일축하 영상과 음악을 서울시내 지하철 4개 노선 10개역에서 50일간이나 떠들게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피도, 눈물도, 염치도, 눈치도, 양심도 없습니까?’라며 저는 김일성주체사상의 영향이라고 봅니다. 김일성주체사상의 핵심인 수령론에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합니다.’라고 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생일축하 광고를 한 주체가 현 정권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것은 사법부이고, 광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여성팬들이 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다양한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반면에 독재국가에선 모든 것이 권력의 통제를 받는다. 김문수 전 지사의 주장은 독재국가에 어울릴 법한 프레임이라 의아하다

더 나아가 주체사상까지 언급한 부분은 황당하다. 지하철 역사에 생일축하 광고를 내는 것은 아이돌 팬덤 문화다. 20113월에 JYJ 팬클럽 연합이 서울 지하철역 21곳에 지상파행 급행열차를 타라는 광고를 냈고, 그해 5월에 소녀시대 팬들이 서현 생일축하 광고를 냈다. 그 이후 지하철 역사에 축하광고를 내는 것이 팬덤 문화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2016년에 아이돌 팬클럽 광고가 400여 건이었던 것이 2017년엔 1038건으로 폭발적 증가세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지하철역에 그 사람의 개인사 관련 축하 광고를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인터넷에서 펴져나가다 문재인 팬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정치적 의미보다 아이돌 팬덤에 훨씬 가까운 행태인 것이다. 이런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주체사상이 뭔지, 수령론이 뭔지, 아예 모를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대고 주체사상의 영향이라고 했으니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게 일회적인 해프닝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얼마 전에도 초등학생이 그린 한반도 평화통일 그림을 놓고 자유한국당 측에서 종북 프레임을 제기하며 공격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게 종북의식이 있을 리 없고, 심지어 지난 보수정권 시절에도 인공기가 그려진 통일그림들이 다수 정부대회에서 입상했는데 이번 그림에 종북프레임을 제기했다. 초등학생 그림 사건이나 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에 주체사상 프레임을 제기한 사건 등을 보면 야당이 지나치게 색깔공세에 매몰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인기영합 정치는 언제 끝나려는지 우려 금치 못합니다라며 이제는 사생팬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 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역시 생일축하 광고의 주체를 권력으로 상정하는 듯한 느낌이다. 팬들이 스스로 한 것인데 대통령의 인기영합 정치라고 한 것이다. , 광고를 낸 공화국의 시민들을 사생팬이라며 폄하하기까지 했다. 사생팬은 스타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가리키는 말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해준 공권력을 사적으로 농단하다 탄핵까지 당했다. 이명박 정부 때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정권보위에 동원돼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수 전 지사나 김성태 의원의 주장을 보면 야당에 여전히 민주주의적 인식이 희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국민이 자유롭게 한 일을 두고 대통령 탓을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체제를 국가관으로 갖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는 정치문화적인 차원에서 비판할 수 있다. 정치행위가 스타팬덤처럼 이뤄지면 위험할 수 있다. 생일축하 광고도 사회적 갈등 유발이나 편법 선거운동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치행위는 연예인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런 담론 차원에서의 비판은 적절하지만, 자유한국당 측의 반응은 색깔공세와 대통령에 대한 정치공세였다. 야당이 이렇게 인터넷을 매개로 나타나는 시민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공세에 골몰하는 것으로 비친다면, 그에 대한 반발로 문재인 팬덤만 더 공고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