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박해영 작가, 김원석 PD의 신작으로 주목 받았다. 김원석 PDtvN 히트작인 미생시그널을 차례로 선보이며 스타 PD의 반열에 올랐다. 박해영 작가는 tvN또 오해영을 썼다. 정통 멜로드라마가 소외되는 요즘 오랜 만의 멜로드라마 히트작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서현진이 멜로퀸으로 부각됐을 정도다. 박해영 작가가 그려낼 또 다른 로맨스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인물 구성이 알려진 후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남주인공이 이선균, 여주인공은 아이유인데 문제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였다. 무려 18살 차이, 극중 설정에선 20살 차이다. 중년남과 소녀의 부적절한 멜로가 펼쳐질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 돈 많은 중년남이 백마 타고 나타나 가난한 신데렐라 소녀를 구원해주는 전형적인 스토리일 것 같았다.

 

드라마가 시작되자 또 다른 이유로 비난이 쏟아졌다. 1회에서 작은 체구의 여주인공 이지안(아이유)가 건장한 사채업자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묘사됐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사회문제다. 여혐 폭력 조장 드라마라는 질타가 집중됐다.

 

보통은 방영 초에 부정적으로 낙인찍히면 회복하기 힘들다. 그런데 나의 아저씨는 불과 4회 만에 이 모든 비난에서 벗어났다. 이젠 반응이 대부분 호평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빨리 악평을 호평으로 바꾼 작품은 드물다. ‘나의 아저씨에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 간부 박동훈(이선균)과 사채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계약직 직원 이지안(아이유)의 이야기다. 이지안은 사채를 갚기 위해 박동훈 회사 사장의 사주를 받고 박동훈을 회사에서 잘라내려 한다. 약점을 잡으려 박동훈의 휴대폰을 해킹해 도청한다. 도청하다보니 박동훈의 일상을 알게 된다.

 

쉽게 타협하지 못하는 박동훈이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비정하다. 언뜻 보기에 걱정없는 대기업 간부 같지만 사실은 상처로 가득하고 한없이 쓸쓸한 사람이다. 그는 가족이란 짐까지 짊어지고 산다. ‘아무도 모르게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게 가족이라고 묘사될 정도로 그를 힘들게 하는 가족을 두 어깨에 얹고 그는 꾸역꾸역 회사에 출근한다. 월급이 600만 원씩이나 되지만 조금의 여유도 없고, 마치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건조한 삶을 살아내는 박동훈을 도청하며 이지안은 조금씩 위안을 받기 시작한다. 이지안은 한 번도 울지 않았지만 언제나 우는 것 같았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삶의 무게를 무표정으로 감췄다. 그러다 박동훈의 삶이 이지안의 고통을 어루만져줬고 드디어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치유의 출발이다.

애초에 우려했던 백마 탄 기사의 전형적인 로맨스물이 아니었다. 삶에 지친 두 사람이 서로를 연민하고 이해하며 치유하는 이야기였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도 치유 받는다. 박동훈이 짊어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휴먼드라마의 감성도 전해준다. 박동훈을 위협하는 회사 내 파벌 싸움이 스릴러 같은 긴장감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상처받아 너무 일찍 커버려 불쌍한여주인공을 그려낸 아이유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과연 그들은 지독한 삶의 무게를 덜 수 있을까? 그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면 시청자도 조금은 삶의 무게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하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