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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우결 화요비커플 웃다가 쓰러졌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전면 개편된 특집을 방영했다. <우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데 이런 건 좋은 점이다. 나쁜 점은 식상할 수 있다는 것. 좋은 점은 식상할 때 바꿀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이나 <1박2일>같은 포맷은 일단 캐릭터가 구축되면 바꿀 수가 없다. 흥하면 흥하는 대로, 망하면 망하는 대로 <라인업>처럼 끝까지 가는 거다. <우결>은 출연 커플만 바꾸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무한도전>같은 경우는 모든 멤버를 빼고 새로 시작할 수 없다.


<우결>이 처음 시작됐을 때 어느 정도 재미를 느꼈었는데 곧 질려버려서 그 후로 안 봤다. 추석을 맞아 모든 커플이 전면 교체된다고 해서 ‘어디 이번엔 어떤가 보자’하는 마음으로 봤다. 처음에 은근히 기대했던 건 최진영-이현지 커플이었다. 나이차도 많이 나고 이현지가 명랑한 이미지여서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지도 않았던 화요비-환희 커플이 대박이었다. 화요비 때문에 웃느라고 쓰러졌다. 추석 연휴 특집들이 워낙 지루해서 특집예능물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그나마 <패밀리가 떴다>가 선방했고, <우결>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의외로 <우결>이 명절 예능의 하이라이트였다. 그것이 화요비-환희 커플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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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는 너무 무게 잡는 듯한 이미지였고, 화요비는 그전에도 4차원스럽기는 했지만 <우결>같은 화사한 포맷에 어울릴까 싶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화요비의 4차원과 환희의 ‘가오’는 최강조합이었다.


<우결>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성격도 그렇고, 재미의 요인, 인기의 원인도 리얼리티에 있다. 화요비-환희 커플이 가장 리얼리티스러웠다. 화요비는 거의 진짜 같은 환상을 줬는데, 그게 환상만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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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에게 매달리는 듯 하다가도, 자기 기분에 도취해 환희 위에 있는 듯 하기도 하면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환희의 무뚝뚝함과 화요비의 ‘이상한’ 귀여움이 정말 웃겼다. 화요비는 본인의 다양한 재능과 특이(?)한 기호를 심심할 틈 없이 선보이며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줬다. ‘이태원 박훌’이라고 할 때는 넘어져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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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할 때는 임산부 옷 같은 걸 입고 나갔다가 정작 집에서 밥 먹을 때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것도 황당했고, 다시 또 옷 갈아입는 건 진짜 ‘버라이어티’했다. 일부러 웃기려고 설정한 거면 그다지 웃기는 얘기는 아닌데, 화요비가 워낙 진짜같아서 안 웃을 수가 없었다. ‘리얼리티’의 승리다.


얼마나 ‘리얼’했든지, 살 찐 거 걱정하면서도 먹는 거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달려드는 화요비에게 마트 직원이 ‘식사하시고 가세요’라고 하는 장면에서도 쓰러졌다. 마트직원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거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화요비라서 재밌었다. 그 말에 또 발끈해서 ‘배 안 고파요! 안 먹어요!’라고 삐지는 것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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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도망치는 환희에게 박수 치고 있으라면서 잡아놓는 장면도 명장면이었다. 잠시만 한 눈 팔면 도망가는 환희인데, 찾아서 돌아다니다가 적반하장으로 환희가 오히려 화요비에게 뭐라고 하자 빵으로 무마하는 장면도 웃겼다.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코너에서 신봉선의 처음 캐릭터가 그랬다. 무뚝뚝하고 타박만 하는 남편이 한 소리할 땐 씩씩대다가도, 남편이 ‘이거 맛있네’라고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얼굴 표정으로 ‘맛있습니꺼? 그렇지예?’하면서 좋아하는 캐릭터였는데, 그전까지 ‘움직이는 벤쳐기업’이라고 들이대기만 하던 신봉선이 그 캐릭터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변했었다. 화요비도 그런 캐릭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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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렇게 ‘버라이어티’하다가 마지막에 사랑의 이중창으로 끝나는 것은 마치 누가 대본을 짜기라도 한 것처럼 완벽한 구성이었다. 그 자체로 한편의 드라마같았다.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도 이런 식의 구성이 많다. 이렇게 ‘리얼리티’하면서도 ‘드라마틱’하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고, 인기도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반면에 손담비-마르코 커플은 너무 그림 같아서 이렇다 할 감흥이 없었다. 뭐랄까 ‘인조’같은 느낌이랄까? 이현지는 4차원과 ‘4가지’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이 아슬아슬했다. 7년간 모은 저금통을 굳이 깨게 만드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는데, 이것이 ‘4차원’인지 ‘4가지’인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분명해질 것 같다.


화요비는 확실히 ‘4차원’인 것 같다. 정신세계가 좀 독특한 느낌? 그래서 여러 가지 이벤트들이 다 ‘리얼’로 보인다. 가식적으로 그렇게 한다는 느낌을 줬다면 거부감이 들었을 것이다. 환희도 무뚝뚝하지만 정이 있는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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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하모니를 몇 번 더 들려줄 것 같기도 하고, 겸사겸사 지금까지 <우결> 몇 번 본 이래 처음으로 다음 주가 기다려지는 커플이다. 모처럼 쓰러지면서 본 명절 예능이었다. 정말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