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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주지훈은 불쌍하고 청담동클럽은 퇴폐되고

 

마침 주지훈 사건을 취재한 팀을 만났다. 주지훈이 불쌍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네티즌이 주지훈을 욕하면 욕할수록 점점 더 불쌍한 느낌이 강해졌었다. 그 팀도 동의했다. 처벌이 너무 심한 느낌이다. 여기서 처벌이란 법적 처벌이 아닌, 여론의 단죄 - 사회적 처벌을 의미한다.


어느 날 주지훈 이름 석 자가 마약과 함께 엮여 포탈 메인을 장식했다. 주지훈은 톱스타다. 톱스타의 마약 스캔들은 엄청난 사건이다. 동시에 매우 ‘섹시한’ 사건이다. 매체와 여론이 발칵 뒤집히는 것이 당연했다.


주지훈과 마약이란 단어가 엮인 헤드라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니까 처음엔 주지훈이 글자 그대로 전형적인 마약사범인 줄 알았다. ‘톱모델 - 환각파티 - 난잡한 유흥’이 자동적으로 떠올려지는 구도였다.


나중에 알려지기로는 그가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한 것이 아니란다. 1년 몇 개월 전에 만취 상태에서 주위의 권유로 순간적인 실수를 한두 번 저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그후엔 자책 속에 살았고, 시일이 흘렀기 때문에 이번 경찰 조사에서도 음성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물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주지훈이 끝까지 잡아떼면 경찰로서는 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리던 주지훈은 경찰서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자기 자신이 한심해서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자기 자신의 양심에 당당하기 위해서 그랬다고도 한다. 이렇게 사실을 금방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과거에 만취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고, 그후 자책 속에 반성하며 살았다면, 그리고 증거가 없음에도 순순히 사실을 밝혔다면, 그렇게 중죄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됐든 실수를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환락의 마약 연예인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인 건 너무 심했다. 사법적 처벌에 반대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 이상으로 가해진 여론재판을 지적하는 것이다. 연예인으로서는 극형 수준이었으니까.


- 연이어 터진 청담동 클럽 사건 -


수사 도중에 주지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터져나왔다. 어떤 기사 제목은 ‘충격! 주지훈 환각파티’였다. 제목 자체가 사람 죽이는 카피다. 거기에 연예인 마약공급책이라는 섹시한 사건이 겹쳐졌고, 속옷, 생리대 등의 단어가 줄줄이 나왔다. 이미지는 최악, 선정성은 최고인 구도로 간 것이다.


수사 도중에 실명이 발표된 것에 사람들은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 사건은 그 구도상 핵폭탄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한 사람이 매장될 수 있는 일이었다. 꼭 그렇게 중간에 실명을 발표해 사회를 발칵 뒤집어야 했을까?


초특급 수준으로 선정적인 사건을 무리하게 터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장자연 사건 등으로 악화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이 아니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여부는 알 수 없으나 타이밍은 확실히 절묘했다.


그다음엔 청담동 클럽 환락파티 사진 유출 사건이 터졌다. 여기에도 ‘속옷 - 유사성행위 - 연예인’ 등 섹시한 키워드들이 깔렸다. ‘연예인과 골빈 된장녀들의 섹시파티’ 정도의 이미지다.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유출타이밍도 역시 절묘했다. 몇몇 웹이미지도 아니고 수많은 촬영원본이 나타난 것도 특이했다.


내막은 알 수 없는 일이고, 아무튼 이것도 지나치게 난타당한 느낌이다. 클럽에서 미친 듯이 놀았다고 해서 그게 그렇게 질타 받을 일인가? 이건 ‘마약에 이은 막장 클럽사진 유출’, '클럽, 범죄의 온상 오명 청담동클럽 사진-연예인 마약'  등의 제목으로 기사화됐다.


두 개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주지훈 - 마약 - 속옷 - 여자 - 연예인 - 클럽파티 - 유사 성행위’ 등의 키워드가 대중의 인상 속에서 뒤범벅으로 엮였다.(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무의식중에 느낌으로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CF가 이미지 위주인 것이다.)


클럽에서 환락에 빠진 연예인과 된장녀들을 여론재판하는 구도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래 클럽의 유흥문화는 퇴폐적이거나 일탈적이다. 그것까지 엄격한 도덕률로 억누르는 사회는 답답하다. 박정희 체제가 그랬다. 영화 <고고70>을 보라.


다시 말하지만 범법은 분명히 처벌 받아야 한다. 한 사회가 과도하게 퇴폐유흥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지훈은 불쌍하고, 청담동 클럽 사진으로 이어진 연예인 사냥과 파티 단죄는 과하다.


순간의 실수로 어느 날 갑자기 마약의 아이콘이 돼버린 주지훈과, 자기들끼리 재밌게 잘 놀았을 뿐인데 사진 때문에 여론재판을 받게 된 사람들에게도 인권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너무 공격적이다. 무섭다. 사법적 단죄는 엄정하더라도 여론만은 좀 더 관대하고 관용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게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