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에 20대의 시선으로 한 해의 핫이슈를 정리한다는 ‘엠넷 20's 초이스’가 열렸다. 여기서 20대라 함은 대한민국의 20대를 가리키고, 핫이슈라 함은 대한민국의 핫이슈를 가리킨다.
하지만 ‘엠넷 20's 초이스’는 대한민국과 별다른 상관이 없어보였다. 마치 엠넷의 직원들이 엠넷의 핫이슈를 정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바로, 소녀시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엠넷 20's 초이스’의 주인공은 이효리와 2PM, 그리고 2NE1이었다. 이효리는 핫멀티테이너, 핫바디, 핫스타일아이콘상 등을 수상했다. 2PM은 멤버 닉쿤이 HOT미스터뷰티상을 수상했고, 핫썸머 더위사냥 인기상, 핫퍼포먼스상 등을 수상했다. 2NE1은 핫뉴스타상, 핫CF스타상과 데뷔곡 '파이어'로 핫온라인송상 등을 수상하며, 이 세 팀이 각각 3관왕을 한 것이다.
물론 이효리, 2PM, 2NE1은 한국 최고의 스타다. 하지만 대한민국엔 그들만 있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이승기의 경우 올해 예능, 드라마, 가요계를 넘나들며 최고의 젊은 스타 중 한 명이 됐다. 슈퍼주니어도 전반기에 상당히 활약했다. 결정적으로 2008년까지 원더걸스에게 밀리다가, 2009년 전반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국민 아이돌’ 소녀시대가 있다.
이승기는 드라마 부문에서 하나라도 받았지만, 온갖 명목의 상들이 난사되는 와중에도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에겐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소녀시대를 뺀 2009년 전반기를 생각할 수 있나? 하지만 ‘엠넷 20's 초이스’에선 소녀시대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과 별다른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 여전히 집안잔치? -
이효리, 2PM, 2NE1은 모두 주최측과 관련이 있다. 이효리는 주최측 소속이며 2PM과 2NE1은 엠넷에서 인기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에 소녀시대는 다른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결국 대한민국과 상관없는 엠넷 집안잔치였던 것 아닌가?
이번 시상식에서도 지금까지의 시상식처럼 연예인들의 자세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연예인들이 상을 받아야만 시상식에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 그리고 수상한 사람도 자기가 상을 받은 후 자리를 떠버린다는 비판. 그리하여 스타들이 모두 모여 수상자를 축하해주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으며, 이런 스타들의 이기적인 자세가 계속되는 한 한국의 시상식은 발전할 수 없다는 비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시상식 자체가 대한민국 대중예술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예인들이 왜 그런 시상식에 들러리를 서야 한단 말인가? 대중예술계 각 분야별로 시상식이 있을 때마다 비슷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건 연예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상식 자체의 문제다. 시상식이 먼저 이기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연예인의 이기심을 탓하는 건 무의미하다.
- 쌍팔년도식 구태의 결정판 -
시상식은 중요한 행사다. 어느 집단, 어느 분야든지 상벌이 공정하고 분명해야 발전하는 법이다. 만약 어느 나라 군대에서 훈장을 장군의 파벌에게만 준다면? 그 군대는 오합지졸이 될 것이다. 국가의 운영도 그렇다. 대중예술도 마찬가지다.
아카데미상을 몇몇 힘 있는 영화사가 독식하거나, 주최측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들이 독식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 누구도 그런 일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식의 불공정성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풍토가 바로 헐리우드 영화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이다. 그런 공정성으로 아카데미상은 전 세계인에게 미국 영화산업의 우월함을 인식시키는 ‘소프트파워’의 핵심 장치가 됐다.
반면에 한국의 시상식은? ‘엠넷 20's 초이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시상식이 공정성 구설수에 휘말린다. 특히 방송사가 주최하는 시상식은 방송사 구내식당에서나 할 만한 직원잔치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내국인에게조차 비웃음을 사는 시상식. 과연 외국팬들에겐 어떻게 비칠까? 소녀시대가 없는 2009년 시상식을 누가 납득하겠나?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한국 대중예술산업은 이미 시장을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하고 있는데, 시상식은 여전히 ‘쌍팔년도’식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소녀시대가 삭제된 시상식 광경은 우리 시상식 문화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한국 대중예술계 시상식의 문제로 항상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로, 지나친 상업성 지상주의가 있다. 예술적 성취는 완전히 무시하고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과나 인기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차라리 상업성 지상주의라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싶어진다. 예술성은 고사하고,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사람조차 배제된다면 도대체 시상식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특정 방송사 주최라고 해도, ‘엠넷 20's 초이스’는 방송사 연기대상과는 달리 대중예술계 전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에 걸 맞는 대범함과 공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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