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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윤계상, 고마운 줄을 모른다

 

윤계상이 황당한 좌파 발언을 했다가, 좌파의 의미를 몰랐다며 사과했다. 문제가 됐던 좌파의 의미도 의미지만, 그것과 별개로 윤계상의 억울함도 보는 이를 억울하게 했다.


윤계상은 자신이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아이돌 출신이란 소리를 듣는 것에 꽤나 억울해하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영화계를 향해 좌파라는 볼멘소리까지 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좌파라는 단어는 진짜 의미와는 상관이 없는, 그냥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 관용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김태원이 <남자의 자격>에서 뭔가 억지스럽고 강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공산당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좌파가 나쁜 것과 동일시된 상황이 개탄스럽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윤계상의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함이다.


그는 한국 영화계가 막혀있다고 했다. 자신이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8작품이나 했는데도 단 한 번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말을 안 들은 적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그런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 때문에 결국 최근 문제가 된 인터뷰까지 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자신을 배우로 인정해달라는 윤계상의 이런 억울함을 보며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주요 드라마들에 가수 출신 배우들이 줄줄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윤은혜, 성유리, 정윤호, 유진 등이 그렇다. 비록 주역은 아니었지만 손담비도 주역 이상으로 조명을 받았었다.


순수하게 배우로서의 능력만 따졌을 때 이들 중 과연 주연으로 데뷔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성유리가 국민 요정 핑클 출신이 아니었다면 조연 이상의 배우를 할 수 있었을까? 발음도 안 좋은 일개 배우지망생이었다면 윤은혜가 주연을 맡는 기적이 일어났었을까? 정윤호는 데뷔작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을 수 있었을까?


아이돌 출신이라는 건 엄청난 프리미엄이다. 수많은 배우 지망자들이 아무리 사력을 다해 연기연습을 해도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넘사벽’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프리미엄을 업고 드라마의 주연 자리를 손쉽게 꿰찬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들이 그에 값하는 연기력을 보여준 사례는 드물다.


아이돌 출신 주연 배우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지, 결코 어떤 편견에 의해 나타난 차별적 현상이 아니다.


윤계상도 그렇다. 국민 아이돌 GOD의 스타가 아니었다면 과연 윤계상이 지금과 같은 배우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을까? 윤계상은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특혜에 감사해야 할 입장이다. 윤계상 정도의 입장에서 억울해하면 그렇지 못한 젊은 배우들의 억울함은 풀 데가 없어진다. 세상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해 절망하는 배우 지망생들이 차고 넘친다.


김명민 정도의 배우도 전직을 고려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다가 나이 30을 넘어서야 겨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국민배우라는 타이틀도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그 자신이 열정적인 연기를 몇 년에 걸쳐 보여주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를 그렇게 보게 됐다.


남들에게 배우로 봐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람들에게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아직도 아이돌 출신이란 꼬리표를 못 떼고 있다면 송구하고 죄송할 일이지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열정적인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러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은 윤계상을 배우로서 인정해줄 것이다.


아이돌 가수들은 점차 종합 방송인이 돼가고 있다. 배우로 활동하는 아이돌 출신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들이 연기자로서 열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쉽게 주연만 맡으면서 자신들을 배우로 인정해달라고 하면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 반감이 싫다면,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면,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가져야 할 것은 억울함이 아니라 기회를 쉽게 얻은 것에 대한 감사함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송구함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젊은 배우보다 더 노력하는 자세다. 이번처럼 영화계 사람들의 자세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남 탓을 하는 태도로는 없는 편견도 만들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