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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똥파리 김꽃비가 대종상을 살렸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 최고의 대중문화 시상식이 의아함과 민망함 속에서 또 하나 치러졌다. 이번엔 영화부문 대종상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쇼오락이든, 음악이든 한국은 시상식만 했다 하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기묘한 나라다.


올해 대종상은 음악 부문에서 MAMA가 열리기도 전부터 불참 선언이 잇따르는 등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치러졌다. 대종상도 하지원이 후보 지명조차 받지 못한 문제 때문에 시작되기도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었다.


시상 결과를 보니, 평범한 상업영화인 <신기전>에 작품상을 줄 정도라면 굳이 하지원을 배제할 이유가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새삼 떠오른다. 하지원이 두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에 표가 갈렸다는 이유가 있긴 했다. 하지만 수상 명단을 보면 그렇게 엄격하게 시상이 결정된 것 같지도 않다.


각종 영화들이 정말 기묘하게 상 하나씩 나눠 챙겼다. 시상식이 아니라 상 나눔 바자회 같은 인상이었다. 마치 누가 안배라도 한 것 같다. 이렇게 골고루 나눠주는 파티인데, 후보선정에서 하지원에게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것이 이상하기 그지없다.


상 나눔 파티의 정황은 신인남우상에서 가장 극명히 드러났다. 강지환이 <7급공무원>으로 신인상을 받은 것이다. 강지환은 분명히 <영화는 영화다>에 먼저 출연했다. 먼저 출연한 작품이 엄연히 있는데 어떻게 다음 작품에 신인상을 줄 수 있나? <영화는 영화다>에 이미 시나리오상이 배정됐기 때문에, <7급공무원>에도 뭔가 하나 주기 위해서 인심 좋게 신인남우상을 돌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상을 받으며 강지환은 민망하다고 했다. 받는 사람도 민망하고, 보는 사람도 민망한 풍경이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진 것이다. 이렇게 친절하게 안배하는 분위기라면 하지원에게 후보 자리 하나 내줘도 아무 무리가 없었을 텐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시상기준이다.


특히 작품상이 <신기전>에게 배정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이상했다. 예술성을 기준으로 한 것은 분명히 아닌데, 그렇다고 상업적 완성도가 기준인 것도 아니다. 도대체 대종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신기전>이 몹쓸 영화는 아니지만, 작품상까지 받을 작품은 분명히 아니었다. 시상 결과에 어이가 없을 정도다.


- 똥파리 김꽃비가 살린 대종상 -


그나마 신인여우상이 <똥파리>의 김꽃비에게 돌아간 것이 올해 대종상을 살렸다. 시상식은 가능하면 상업적 기준과 멀어지는 것이 좋다. 어차피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인 작품들은 시장에서 인기와 수익을 얻는다. 시상식은 그렇지 않은 작품들의 의미를 발견하고 치하해주는 장이 되어야 한다.


가장 대중적인 시상식인 아카데미마저도 일반적인 상업물에는 상을 거의 주지 않는다. <신기전>에 상을 주는 식이면, 아카데미 수상작 명단은 헐리우드 액션물로 가득 찼을 것이다. 헐리우드에선 정말 잘 만든 액션영화들이 차고 넘친다. 그랬다면 오늘날 아카데미상의 명성이 가능했을까? 대종상은 이 지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는 영화다>와 <7급공무원>에게 하나씩 상을 안겨준 것처럼 작품별로 상을 나줘 주는 분위기에서 봤을 때, 김꽃비의 신인여우상은 작품 <똥파리>에게 배정된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똥파리>를 챙긴 것이 대종상을 구렁텅이에서 끌어 올렸다.


<똥파리>는 독립영화치고는 놀라운 흥행이었지만 일반대중에겐 외면 받았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이런 작품을 평가해주는 것이야말로 시상식의 임무다.


<똥파리>는 기존에 익숙해졌던 드라마나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작품이었다. 일반적인 상업물들은 다수의 대중이 즐거워할 만한, 그러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보기에 가장 무난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에 <똥파리>는 불편하고, 불쾌하다. 그래서 상업물과는 다르다.


<똥파리>는 강하다. 대단히 폭력적이다. 일반적인 흥행 폭력물처럼 스펙타클하게 폭력적인 게 아니라, 내용이 얼굴을 돌리게 만들 만큼 리얼해서 폭력적이다. <똥파리>엔 뜨거운 인간의 이야기도 있다. 초반부엔 거부감이 들 정도로 차갑지만, 중반 이후부터 점차 온기를 느끼게 되고 종반부엔 뜨거워진다. 그리고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내 경우엔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람에게 감동과 눈물을 주려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고조시키진 않는다. 끝까지 건조하다. 이것도 상업물과 다른 점이다.


폭력 이외엔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어느 ‘양아치’의 뜨거운 이야기가 건조하게 펼쳐지는 불친절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김꽃비는 안정적으로 배역을 소화해냈다. 이런 작품과 배우를 발견해서 상을 안겨준 점은 상찬 받아 마땅하다.


작년에 SBS 연기대상이 문근영 대상 하나로 산 것처럼, 올해 대종상은 김꽃비의 신인여우상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상 나눔 파티와 작품상의 민망함을 덮을 순 없다. 우린 언제까지 이런 시상식을 참아줘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