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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의 제동왕자 재롱잔치 좋았던 이유

 

<무한도전>에선 가끔 공교로운 일들이 터진다. 얼마 전에 2PM의 재범이 나온 것도 그랬다. <무한도전>이 나중에 재범 사태가 터질 것을 어떻게 예측했으랴. 그저 1년 장기 프로젝트에 당시 뜨는 아이돌이던 2PM을 출연시켰을 뿐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것이 방영되기 전에 재범 사태가 터졌고, 그리하여 <무한도전>에 비친 재범의 모습은 공교롭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만약 다른 프로그램이었으면 그러려니 할 텐데,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더욱 공교롭게 느껴진다.


그것은 <무한도전>이 평소에도 약자나 희생자에 대한 애정을 계속해서 지켜온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추격전을 하는 와중에 철거민의 아픔을 조명한다든지, 사막에서 박명수의 ‘못된 짓’을 통해 물공공성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든지, 미국 특집을 진행하면서 제3세계 커피농민들의 빈곤을 생각해보도록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무한도전>을 특별한 프로그램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우연이라도 <무한도전>을 통해 희생자에게 조명이 비춰지는 일이 생기면,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달력만들기 특집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 ‘제동아 힘내 빨리 일어나‘ -


<무한도전>은 매월 달력에 쓸 설정사진을 찍으면서,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철저히 무작위로 선정한다. 9월 달력 사진을 찍기 위해 무작위로 장소를 골랐는데 하필이면 ‘길과 박정아의 첫 키스 장소’가 걸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장소는 바로 김제동의 집이었다.


김제동 집에서의 촬영에선 김제동이 주인공이었다. <무한도전>팀은 김제동의 집을 방문해 모두가 그에게 애정표현을 했다. 김제동이 왕자라며 팀원 전체가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김제동의 일거수일투족에 호들갑을 떨며 그를 띄워줬다. 마지막 사진 촬영은 김제동을 위한 재롱잔치같은 느낌이었다. 촬영을 어색해하는 김제동의 연예스타답지 않은 모습에서 인간미가 부각되기도 했다.


김제동과 멤버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말도 못하게 사랑해’라며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김제동이 <무한도전>을 사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동시에 <무한도전>이 김제동을 사랑한다는 의미로 보이기도 했다. 박명수는 답가의 형식을 빌어 ‘제동아 힘내, 빨리 일어나’라고 노래했다. 유재석은 김제동에게 ‘외로워도 슬퍼도‘ 밝게 웃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김제동에 대한 격려로 들렸다.


<무한도전>이 김제동을 응원하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최근 김제동의 겪고 있는 시련 뒤엔 거대한 힘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건 <무한도전>다운 일이다. 그런 일이 우연으로 이루어졌다니 정말 공교롭다. 우연이 아니라도 반갑다. ‘참돔이 떴다’보다 ‘제동이 떴다’쪽이 훨씬 보기 좋은 이벤트였다.



방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제동은 요즘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재석은 거기에 응원 출연해 50분 가량 토크쇼를 펼친 데 이어 지난 여름 타이거JK와 불렀던 노래도 춤과 함께 선보였다고 한다. 앞으로도 횟수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부르면 가겠다고 했다고도 한다. 유재석은 너무 피곤하여 출연 프로그램을 조정할 것이라고 알려진 상태다. 그런데도 김제동을 응원하러 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김제동의 집에서 보인 멤버들의 태도가 단지 <무한도전> 촬영을 위한 것이었다고 냉소하는데, 유재석의 그런 행적을 보면 그의 웃음에 담긴 따뜻한 격려의 느낌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진정성 있는 격려가 달력사진을 촬영하는 중에 ‘우연히’이뤄졌다니, 확실히 <무한도전>답다.


그의 처지 때문일까? 방송에서 김제동의 모습은 조금은 쓸쓸해보였다. <무한도전>에서의 노래처럼 ‘빨리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우연이든 아니든, 당치도 않은 웃음과 깊은 의미를 동시에 주려는 <무한도전>의 ‘무한 도전’이 2010년에도 계속 되길 바란다. 내년에도 그들의 따뜻한 재롱잔치를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