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황정음이 감당해야 할 업보

 

한동안 손담비를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얼마 전엔 유이를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리고 설 연휴가 지난 후엔 황정음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이 셋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빠르게 화려한 스타가 되었다는 점이다. 성공의 규모가 거대해지자 초기에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보게 됐다. 또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거대한 성공을 거둔 후 그에 값하는 ‘실력’이나 ‘컨텐츠’를 보여주지 못했다.


즉, 손담비는 한때 최대의 스타로 떠올랐지만 최고의 컨텐츠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드라마 출연에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이도 섹시춤 이외엔 이렇다 할 컨텐츠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어느 순간 그녀들이 누리는 지위가 너무 과도하다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황정음은 설 연휴 전까지 최고의 스타였다. 무일푼이나 마찬가지였던 신세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일약 수십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기사들이 인터넷 세상을 강타했다. 그러자 초기에 그녀의 귀여움에 마냥 관대하던 사람들이 그녀를 차가운 눈으로 주시하기 시작했다. ‘황정음이 그렇게 대단해? 이 정도를 누려도 되는 사람이야?’



- 황정음이 감당해야 할 업보 -


많은 비난을 받은 설 연휴 특집쇼는 방아쇠에 불과했다. 예쁜 짓을 해도 더 이상 예뻐 보이지 않고, 귀여운 짓을 해도 더 이상 모든 게 용서되지 않는 분위기일 때 마침 그 쇼가 방영된 것이다.


사실 그녀는 생전 처음 하는 MC로서 적당히 우스운 실수들을 한 정도였다. 프로그램과 주위 MC들이 긴장한 그녀의 실수를 자꾸 부각시켜,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 잡듯이 일부러 부추긴 측면도 강하다. 그녀를 ‘초보 허당MC' 캐릭터로 몰고 간 것이다. 제작진과 동료 MC들은 그렇게 하면 웃길 거라고 생각했을 터다. 하지만 사람들은 웃지 않고 비난했다. 황정음을 보는 시선이 이미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기간에 화려한 스타로 떠오른 사람이 감당해야 할 업보다. 무명일 때는 ‘떡실신’ 정도만 해도 사람들이 환호해주지만, 최고의 스타가 된 후에는 그에 값하는 무언가를 냉정하게 요구받는 것이다.


그것이 황정음에게 쏟아지는 그 모든 비판들의 핵심이다. 사실 황정음에겐 억울한 비판도 있었다. 예컨대 ‘스타가 되더니 연기에 전념하지 않고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나온다’는 기사를 들 수 있겠다. 스타가 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황정음은 원래 여기저기 안 가리는 연예인이었다. 아이돌 걸그룹으로 시작해, 예능에서 ‘어이상실’녀로 반짝했으며, 정극에 나왔고, 다시 리얼리티 예능을 거쳐, 시트콤에 나왔는데 우연히도 시트콤에서 떴을 뿐이다. 전문적인 연기자라기보다는 방송출연을 업으로 하는 연예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스타가 되더니 너무 안 가린다’는 비판은 황정음으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결국 황정음이 감당해야 할 업보다. 그녀는 지금 갈림길에 서있다. 2009년 하반기를 장식한 반짝 스타로 스러져갈 것인가, 아니면 당대의 스타로 롱런할 것인가. 그녀가 갈림길이라는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설 이후에 쏟아진 비난들의 진정한 의미다.



- 미운털을 빼내려면 -


어차피 올 것이 왔을 뿐이다. 여러 가지 비판들이 있지만, 본질은 하나다. 그녀가 당대 최고 스타에 값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증명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 언론은 그녀가 너무 과도하게 많이 나온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지금보다 띄엄띄엄 나오면 문제가 해결될까? 화살은 덜 맞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니다.


황정음은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기초공사. 둘째, 실력으로 돌파.


첫째, 기초공사는 겸허한 이미지 만들기다. 그러면 그녀를 보는 시선이 관대해 진다. 같은 실수를 해도 웃어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몇 달 만에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식으로 화려한 이미지만 부각되면 경계심을 자극시킬 뿐이다. 설 MC 때처럼 마구 끼어들면서 나대는 이미지로 비쳐도 안 된다.


둘째, 실력으로 돌파하려면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던 ‘귀여운 짓’을 버려야 한다. 내 귀여움만 챙기는 모습, 내 이쁨만 챙기는 모습이 반복되면 ‘민폐녀’로 찍힐 뿐이다. 이미 성공한 캐릭터를 예능, 드라마 가리지 않고 우려먹는 것도 안 된다.


이승기의 성공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승기는 ‘황제’라는 가당찮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데도 그다지 큰 반발이 없다. 그건 그가 계속해서 겸허하고, 진심이 우러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타로서만 부각됐다면 이승기도 벌써 역풍을 맞았을 것이다. 또 이승기는 집요한 관찰로 강호동, 유재석 등 선배 MC들의 장점을 흡수했다. 즉, 겸허함으로 시청자의 관대한 시선을 유도하고, 관찰을 통해 차츰차츰 능력을 키워갔던 것이다.


황정음도 이렇게 겸허한 이미지 전략과 관찰을 통한 실력 키우기를 병행해야 한다. 화려하게 나대면서 기존 이미지만을 반복하면 지금의 미운털은 치명적인 화살이 되어 그녀에게 날아갈 것이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관찰의 대가인 나문희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녀는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선 서민을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황정음이 연기자로서 내공을 쌓으려면 화려한 세계보다 진짜 사람의 세계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때 황정음은 진정한 스타로 롱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음도 교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