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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전광판중계도 못본다? 해도 너무해

 

월드컵 독점 파란을 일으킨 SBS가 비난 여론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물의를 빚고 있다고 한다. 이번엔 서울 시청·광화문 지역 전광판이다.


해당 지역엔 10개 정도의 전광판이 있는데, 그 업체들에게 월드컵 경기를 내보내려면 경기당 천만 원 정도를 내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심지어 돈을 내더라도 전후반 사이에 전광판 자체 광고를 실어선 안 되고 반드시 SBS의 광고화면을 계속 노출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았다고 한다.


애초에 전광판 업체 입장에선 월드컵 경기를 내보낼 이유가 없었다. 전광판 업체는 광고를 내보내 길가는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고 그 수익으로 운영된다. 월드컵 경기를 내보낸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 시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하지만 붉은악마 응원단이 광고 대신 월드컵 경기를 내보내달라고 해서 흔쾌히 그 요청을 들어줬었다고 한다. 국민의 축제인 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하고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한 것이다.


그런데 SBS가 이런 업체들한테 돈을 내라고 했다는 얘기다. 전후반 사이에 자체 광고 내지 말라는 것은 아예 전광판 업체 수익원까지 통째로 막겠다는 얘기다. 어처구니가 없다. 누구는 자기 이익까지 희생해가며 국민을 생각하는데, 누구는 거기서 한 푼이라도 더 뽑아먹으려는 모습만 보이는 것이다.


지난 그리스 경기 때 서울 시청·광화문 지역 10개 전광판 중에 3개만 월드컵 경기를 보여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17일 아르헨티나전에도 마찬가지란다.


정말 해도 너무 한다. 방송사의 독점적 이익추구가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한 네티즌은 ‘길 가다 눈길만 돌려도 돈 내라고 할 기세’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본과 시장화의 편을 드는 조선일보마저도 이 사태를 일컬어 ‘돈독 오른 SBS’라고 할 정도다.



(이런 국민의 열망을 볼모로 독점수익내면 살림살이 나아지나)

- 빨대 방송사 되려 하나? -


SBS의 기업 이미지가 창사 이래 최악으로 실추됐다. 이렇게 자해적으로 영업하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고 어떻게 한국에서 계속 영업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SBS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독점욕은 국민에게 해가 되는 것은 물론 SBS 자신에게도 장기적으로 해가 되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악수다. 막말로, 월드컵에서 단물 다 빼먹고 한국시장에서 장사 접을 셈인가? ‘먹튀’할 생각이 아니라면 SBS는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의 축제를 독점해 돈을 뽑아내려는 기획을 그만 둬야 한다. 이대로라면 영락없는 ‘국민밉상’이다.


이번에 SBS는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손님들에게 TV로 월드컵 경기를 보여주는 것에도 돈을 내라고 했다가 반발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 기세라면 다음 대회 때는 전광판이 아닌 일반 업소에서도 돈을 받으려 더욱 강하게 나올 것 같다.


지역 지상파인 OBS에도 경기당 2분 동영상을 제공하는 대가로 10억 원을 요구했다가 반발에 부닥치자 철회했다고 한다. 뉴미디어 쪽에서도 백억 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부르는 대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는 아이피티브이 업계 한 간부의 말이 한겨레에 실렸다.


지난 2006년 월드컵 때만 해도 조별 리그 한국전 광고 단가가 2,5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이번 그리스 전 때는 15초당 9,200만 원으로 치솟았고, 아르헨티나 전 때는 1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고 한다. 이 돈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국내 방송사가 해외 이벤트를 독점하기 위해 막대한 외화를 지불하고 국내에서 돈을 뽑아내게 되면, 해당 방송사는 한국인 주머니에서 해외 주최 측에게 돈을 이동시키는 ‘빨대’ 역할을 하게 된다. 국민은 거리 응원하다 돈을 빨리고, 비싼 광고로 돈을 빨리고, 대형 음식점 응원에서도 돈을 빨릴 것이다. 피땀 흘려 수출해 번 달러를 방송사 간 암투 때문에 외국에 뿌리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다. 이것이 방송사가 할 역할인가?


SBS가 대인배가 되어야 한다. 비록 독점은 했지만 타 방송사들에게 돈을 받는 것으로 손해를 막는 대신, 독점적 권리를 느슨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앞으로는 특정 방송사가 국민적 관심사를 독점할 수 없도록 막고, 방송사 간의 중계권 암투를 규제하며, 누군가가 중계권을 땄다고 해도 그 권한을 경기 중계에만 국한시켜야 한다.


독점으로 인해 축제가 짜증으로 변하는 악몽은 2010년으로 족하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NBlogMain.nhn?blogId=photogangwon&skinType=&skinId=&userSelectMenu=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