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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5.

<하재근의 문화읽기> '천재소녀' 소동..일그러진 학벌주의

EBS | 입력 2015.06.15. 21:07

[EBS 저녁뉴스]

[EBS 뉴스G]

유나영

네, 한 주간의 문화이슈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하재근 문화평론가 자리했습니다.

[스튜디오]

유나영

최근에 미국의 한인 고등학생이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를 동시에 합격했다고 알려져서

우리나라 언론이 굉장히 떠들썩했는데요. 이게 다시 거짓말로 밝혀졌다면서요?

하재근

네,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하신대로 그 사건인데,

미국의 한 한인 여고생이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동시에 합격했다고 알려져서

우리나라 언론이 떠들썩했다가, 한 일주일쯤 지난 이후에 그것이 거짓말로 밝혀져서

또다시 떠들썩하게 거의 국가적인 파문으로 확장된 사건이고요.

그 이 대학 합격 소식뿐만 아니라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학생의 SAT 점수라든가

경시대회 성적이라든가, 그리고 그 학생이 페이스북 창업자가 자신에게 전화를 해서

자기의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이야기했던 그런 내용들이 모두 다 거짓말로 꾸며진 것이 아니냐,

그런 일들이 지금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유나영

이 오보의 근간에는 미국과 학벌, 이 두 가지 권력에 종속돼 있는

한국의 사회를 투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가 문제다,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들의 반응은 처음엔 의심보다 선망이었잖아요.

하재근

그러니까 이것이 학벌주의가 문제라는 것이,

이 여학생이 우리나라 언론 매체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나 당당하게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했다는 겁니다.

자신의 모든 성과를 부풀리면서, 그것은 이 여학생이 정신적 안정성 자체가 무너진 상태가 아닌가,

그러니까 자기가 거짓말을 한다는 걸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가 하는 말을 스스로 믿는 상태가 아닌가, 그런 걸 보고 우리가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그 여학생이 지금 그러한 상태가 아닌가라고 추측이 되는 거고,

과연 무엇이 이 여학생을 정신적으로 그렇게 불안정하게 만들었는가를 따지고 본다면

결국에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기는, 학벌주의,

그로 인한 입시 경쟁, 좋은 대학에 가야 되고 좋은 성적을 내야 되고 1등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국내에서도 학교를 황폐하게 하고 학생들의 인성을 파괴하고 자살자까지 만들어내고,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결국에는 이 여학생도 기러기 가족으로,

아버지는 우리나라에 있으면서 오로지 명문대를 가야 된다는 입시의 목적으로

나머지 반쪽의 가족은 미국으로 간 상태다 보니까, 이 여학생한테 가해지는

입시 스트레스라는 건 엄청나지 않았을까, 결국에는 그런 한국의 독특한 학벌주의 때문에,

이 여학생도 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유나영

잘못이긴 하지만, 정서적인 불안정이 낳은 결과다, 뭐 이런 얘기네요.

사실 부끄러운 얘기기는 합니다만, 언론도 화살을 피할 수가 없거든요.

검증 없이 베끼기에 몰두해서 이 사실을 경쟁적으로 보도한 언론이 더 문제다,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하재근

대부분의 매체가 이 사건을 분석하는 것이, 첫째 학벌주의가 문제다,

둘째,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매체가 문제다,

이 두 가지가 우리나라 언론이 기본적으로 분석하는 틀인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설사 사실 확인을 했더라도 문제다.

사실 확인을 했더라도, 이게 과연 보도할 만한 감이 됐는가.

결국 고등학생이 일류 대학에 갔다는 얘긴데, 이게 무슨 국가적인 사안이라고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 언론이 떠들썩하게 이 소식을 전하고,

거짓말이라고 밝혀지니까 또다시 떠들썩하게 전해서 국가적인 파문으로 만들고, 이게 말이 되는가.

EBS 같으면 어차피 교육 전문으로 하는 방송국이니까 이런 소식을 전할 수 있다고 해도,

다른 종합 방송국들은 지금 메르스 사태 때문에 국무총리 검증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데 국무총리 검증도 못하는, 후보자 검증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여학생의 입시 소식을 대서특필했다는 것은 어떤 메시지냐면,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에서는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보다도

일개 학생의 입시 관련 소식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국민들한테 전달해준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송국의 태도가 결국에는 한국의 독특한 학벌주의 문화를 더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가 있는 겁니다.

유나영

지금 뭐 말씀하셨지만, 계속 예전부터 방송사들이나 신문사들,

언론사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입시 경쟁을 과열시킨다는 얘기, 있어 왔지 않습니까?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면 좀 타파를 할 수 있을까요?

하재근

일단 편성을 결정하는 분들이 가지고 있는 입시에 대한 지나친 민감성,

이걸 좀 줄여나가야 되는데, 이분들이 뉴스 가치를 결정할 때,

이번에도 나타났지만 입시 소식을 국무총리 검증보다도 더 중요한 뉴스라고 생각을 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입시 뉴스가 더 많이 편성이 된 거죠.

이런 거 자체가 문제고, 그리고 뭐 쇼 프로 같은 데서도 가수를 소개하는데,

그냥 가수라고 소개하면 되는데 굳이 S대 출신 가수라고 소개를 하면서,

이런 것도 다 학벌주의를 고취하는 것이죠.

그리고 또 특정 대학을 나온 것과 인간의 지성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명문 학벌이라는 것은, 고등학교 때 시험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 얼마나 시험을 잘 보느냐와 인간의 지성은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예능 프로 같은 데서는 어느 출연자가 딱 나와서

뭐 명문대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자막으로 바로 지성까지 갖춰진 사람이라는 식으로 바로 자막을 답니다.

그래서 뭐 미모에 지성까지, 이런 식으로. 이러한 방송국들의 방송 관행이

바로 국민들의 학벌주의를 계속 고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피디라든가 편성권자, 이런 분들이 다른 사람의 학벌주의를 비판하고 문제 삼기 전에

자신들의 학벌주의는 과연 문제가 없는가, 이것부터 좀 생각을 좀 깊게 하고,

그리고 툭 하면 지금 예능 같은 데서 나타나는 것들이,

입시 강사 같은 분들을 출연을 시켜서 여러 가지 입시에 대한 방법론을 전달을 해준다든지

이런 것들도 입시 경쟁을 너무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관행을 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나영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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