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 음악 칼럼

무한도전, 여자친구로 깨진 판타지

 

 

무한도전이 미국 LA 특집을 진행하면서, 롤러코스터 타고 음식 먹기를 선보였다. 정준하가 롤러코스터 맨 앞자리에 앉아서 스파게티를 먹는다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정준하 옆에 여자친구 멤버인 은하가 함께 앉아 스파게티를 먹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무한도전멤버들은 그 전부터 조금 과하게 무서움을 탔었다. 롤러코스터는 놀이기구다.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내고 즐겁게 탄다. 그런데 무한도전멤버들은 롤러코스터를 타면 혼비백산해서 정신을 못 차렸다. 한두 명만 그러면 그 사람만의 특성이겠거니 할 텐데, 대부분의 멤버들이 그랬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측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본 건, 그것이 실제상황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어쩌다보니 공교롭게도 무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이 무한도전멤버로 모여 그런 것이지, 작위적으로 시청자를 속이는 건 아니라는 믿음 말이다.

 

이번 LA 특집에서 선보인 고층빌딩 미끄럼틀도 해외토픽에 나왔던 것으로, 미국인들이 돈 내고 즐기면서 타는 모습이 국내 TV 뉴스에서 이미 방영됐었다. 그런데 그것을 무한도전멤버들은 정신 못 차리고 벌벌 떨면서 탔다. TV 뉴스에서 봤던 모습과 무한도전에 나온 멤버들 모습이 너무나 대조돼,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정말 무서워서 그랬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무한도전의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에서 여자친구 멤버 은하와 정준하가 스파게티를 먹는 순간 그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 정준하는 무한도전에서 과거에도 롤러코스터에서 짜장면 먹는 모습을 선보였었다. 그때 정준하는 면발을 다 날리고 하나도 먹지 못했다. 면발을 너무 쉽게 날려서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롤러코스터의 엄청난 속도와 공포심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그러는 것이라는 믿음이 컸다. 그래서 면발을 사방팔방으로 날리며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모습에 폭소할 수 있었다.

 

이번에 믿음이 깨진 것은 여자친구 멤버 은하가 정준하 옆에서 스파게티를 차분하게 다 먹었기 때문이다. 정준하는 언제나 그렇듯이 괴성을 지르며 스파게티를 다 날렸는데, 바로 옆에선 차분하게 다 먹었다. 그러자 정준하가 면발을 날리는 것이 불가항력이라는 믿음이 깨졌다. 마음만 먹으면 안 날릴 수 있다는 걸 바로 옆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정준하도 일부러 날린 것이 아니라, 나름 그릇을 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바람 때문에 목에 맨 수건이 입을 막는 바람에 면발이 얼굴 뒤로 날아갔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릇을 통째로 들이붓다시피 한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정준하는 이미 유사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룻을 붓는 순간 면발이 날아간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롤러코스터 면 먹기에 처음 도전한 여자친구 멤버가 조심한 반면, 정준하는 너무 쉽게 그릇을 들어서 부었다.

 

 

그러자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그때부터 더 이상 웃기지 않았다. 한번 믿음이 깨지자 악영향이 계속 이어졌다. 다른 롤러코스터에서 요구르트를 먹을 때 말이다. 이때는 의자가 거꾸로 돌아가는 바람에 정준하가 입에 쏟으려고 하다가 창졸간에 얼굴에 쏟았다고 볼 여지가 있었지만, 이미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이때도 일부러 얼굴에 쏟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웃음이 아닌 불쾌감만 생겼다. 이젠 멤버들이 과도하게 무서워하는 것도 일부터 꾸며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생겨난다.

 

작위성은 웃음의 적이다. 과거 잘 나가던 패밀리가 떴다도 작위성 논란으로 한 방에 갔다. 멤버들이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식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똑같은 행동에도 웃음이 아닌 짜증이 생길 수 있다. 이번 LA 롤러코스터 스파게티 먹기는 무한도전멤버들의 행동에 의문을 갖게 함으로서 향후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행동이 리얼이라는 판타지가 깨졌기 때문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앞으로라도 시청자의 믿음을 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