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2016’이 ‘거의’ 폭망 수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시즌 내내 화제를 모으지 못했고, 심지어 결승전 시청률이 1.167%로 준결승 1.412%보다 낮을 정도였다. 아예 시청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것이다. 한때 사회적인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프로그램의 현재가 초라하다. ‘슈퍼스타K’의 부진은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작진은 심사위원단의 조정, ‘20초 룰’ 도입 등 나름 신경을 썼으나 백약이 무효로 끝나고 말았다.
‘슈퍼스타K’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 당연한 수순이다. 처음 오디션이 등장했을 땐 신선했었지만 이내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나왔기 때문에 식상해졌다. 또 기존 아이돌 중심 가요계에선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실력자들이 발견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아이돌들이 경연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보니 오디션 출연자보다 아이돌들이 더 뛰어났다. 오디션이 아닌 경연형식 프로그램에도 엄청난 실력의 일반인들이 줄을 이어, 오디션 출연자들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또, 처음엔 오디션이 인생역전의 기회로 보였었다. 마치 일확천금을 하는 것처럼 오디션 우승만 하면 일반인이 화려한 스타로 재탄생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그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오디션에 우승해봐야 별 볼 일이 없었다. 그저 수많은 가수 중에 신인 가수 한 명 추가되는 수준이었다. 그러자 오디션이 더 이상 드라마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엄청난 재야의 고수들이 발견되어 스타가 되는 화려한 페스티벌인 줄 알았었는데,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나와 그저 그런 우승자가 되는 일반 이벤트로 격하된 것이다. 그러자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시시해졌다. 와중에 케이팝스타가 지상파 프리미엄과 양대 기획사의 직접 심사라는 이점을 내세워 얼마 안 남은 오디션에 대한 관심마저 가져가버렸다. 이래서 ‘슈퍼스타K’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프로그램 폐지론이 나온다. 정말 이대로 ‘슈퍼스타K’를 끝내야 할까?
이대로 끝내기엔 ‘슈퍼스타K’의 역사와 의미가 아쉽다. ‘슈퍼스타K’는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이며 케이블TV 역사의 기념비적 프로그램이라는 의미가 있고, 또 다양한 뮤지션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프로듀스101’이나 ‘쇼 미 더 머니’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아이돌과 힙합이라는 제한된 영역만 다룰 뿐이다. 다양한 뮤지션을 발굴하는 데에는 ‘슈퍼스타K’ 같은 종합 오디션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슈퍼스타K'가 아니었다면 허각,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딕펑스, 김필 등이 발굴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에 우승한 김영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뮤지션들을 발굴해서 가요계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필요한 것이다.
‘케이팝스타’가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내년엔 ‘슈퍼스타K’가 유일한 종합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남게 된다. 그래서 더욱 그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다. 시시한 동네 장기자랑 수준이 아니라 정말 엄청난 실력자들이 나와서 스타가 되는 무대를 만들기만 한다면 시청자의 관심도 돌아올 수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다양한 뮤지션 발굴이라는 의미가 퇴색하진 않을 것이다. ‘슈퍼스타K’의 생환을 기대하는 이유다. 케이팝계에 그래도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유지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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