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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음악 칼럼

프로듀스101 야동론을 위한 변명

 

Mnet 한동철 국장이 천하의 파렴치한이 되어 뭇매를 맞았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스101’을 제작한 배경에 대해 “(‘프로듀스101’) 출연자들을 보면 내 여동생 같고 조카 같아도 귀엽잖아? 그런 종류의 야동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소녀들의 꿈을 야동으로 만들었다’, ‘걸그룹을 야동 출연자 정도로 봐왔던 거냐등등의 비난이 폭주했다. 야동은 야한 동영상이라는 뜻으로 보통 포르노를 가리키는 말이다. 걸그룹이 되겠다는 소녀들을 이용해 야동을 찍었다고 방송사 간부가 대놓고 말했으니 대중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기는 하다.

 

하지만 맥락을 따져보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포르노는 성적인 동영상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본능적인 차원에서 원초적인 자극을 주는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재미, 중독성, 이런 특징을 가진 콘텐츠를 폭 넓게 지칭할 수도 있다.

 

먹방을 푸드포르노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야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강력한 재미를 준다는 뜻이다. 주말 멜로드라마를 주부들을 위한 포르노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동철 국장도 야한 것과는 다른 의미로 야동이라는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자판 프로듀스101’에 대해 남자판은 반대로 여자들에게 야동을 만들어주는 거다. 예전에는 비의 무대 영상이 여자들에게 야동이었다고 한다.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는 게 남자판 프로듀스(101)’”라고 했다.

 

남자들을 출연시켜 야한 동영상을 찍겠다는 게 아니다.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구현시켜주는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여자판 프로듀스101’이 야동이라는 것도 이 말과 같은 맥락에서 나왔으니, 지금 사람들이 돌을 던지는 것처럼 성적인 의미라고만 해석하기는 힘들다.

 

물론 포르노, 야동, 이런 단어는 매우 민감한 단어이기 때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함부로 쓰면 안 된다. 방송국 간부가 써서는 더더욱이나 안 되는 말이었다. 전문가들끼리 논의할 때, 아니면 앞뒤 맥락이 충분히 설명되는 강연 같은 장에서 써야할 말인데 일반 인터뷰 자리에서 앞뒤 자르고 툭 던진 것은 문제였다.

 

그렇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할 때는 그 사람이 한 말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하는 것이 좋다. 자극적인 단어 하나만 가지고 무작정 돌을 던지는 식으로는 논의가 성숙되기 어렵다. 이번에 한 국장이 여론재판을 당한 것은 말꼬투리 잡기에 다름 아니었다.

 

말꼬투리 잡기는 우리 공론장의 고질병이다. 얼마 전 표창원 의원이 여학교에는 잘생긴 젊은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을 스쿨폴리스로 배치한 것이 문제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외모 관련된 말꼬리 잡기식 비난이 폭주했다. 표 의원은 그저 스쿨폴리스 운영이 외모중심으로 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지난 총선 땐 김을동 전 의원이 여자가 똑똑해 보이면 밉상이다라고 했다며 뭇매를 맞았다. 이건 김을동이 여성 예비후보들에게 선거운동 전략을 가르쳐주다가 나온 말이었다. , 김을동의 여성관을 설파한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의 기술을 전해준 것이었다. 그 기술이 맞거나 틀리다고 지적할 순 있지만 여성비하하고는 거리가 먼 것이었는데, 말꼬리만 잡고 사람들은 돌을 던졌다.

 

이렇게 자극적인 표현 하나만 움켜쥐고 너 잘 걸렸다는 식으로 여론재판을 해대는 일이 반복되면 차분한 논의가 어려워진다. 애초에 차분한 논의는 하기 싫고 욕은 하고 싶고, 그래서 말꼬투리 잡을 기회만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