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몰랐었다. 무한도전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 줄.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인터뷰를 보고 든 생각이다. 김태호 PD는 이렇게 말했다.


"박명수라는 악역이 다른 멤버들의 물을 훔쳐 독점하는 상황극을 통해 OPEC의 석유 독과점이나 글로벌 대기업의 자본독점, 제3세계에 대한 노동력 착취 등을 풀어내보는 것이 우리들의 방식이다.“ -김태호PD-

[뉴스엔 2008-06-05]


지난 봄 무한도전은 사막 나무심기 특집을 방영했다.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은 200년 전까지만 해도 초원지대였는데 최근 사막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곳의 모래가 한국 황사의 근원이라고 한다. 식목일을 맞아 무한도전은 그곳에 나무를 심는다는 설정으로 특집을 마련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과는 참담했다.


‘식목일특사’ 무한도전 최저 시청률 기록

[데일리서프 2008-03-30]


시청률 하락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중국까지 가서 멤버들끼리 아옹다옹하는 장난으로 방송의 태반을 때운 것 때문에 많은 비난이 잇따랐다. 해외원정까지 가서 저질 몸개그냐는 지적이었다.


특히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은 박명수의 물장난이었다. 박명수가 자신몫으로 할당된 물은 낭비해버리고 멤버들의 물을 독점해 전체를 고난에 빠뜨렸다. 그에 따라 물쟁탈전이 발생하고 멤버들끼리 엎치락뒷치락하며 싸움을 벌였다. 환경과 박명수 물장난이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악마 박명수를 더욱 부각시켰다. 제작진이 개인당 한 통씩 나눠준 생수를 박명수는 몰래 빼돌려 흙 속에 파묻는 자신만의 이익 챙기기에 나섰고 이에 나머지 멤버들도 '무한 이기주의'를 그 어떤 때보다 여실히 보여주었다 ... 환경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와는 다소 동 떨어진 내용으로 이뤄져 아쉬움을 남겼다.

[매일경제 2008-03-30]


한 경제지는 무한도전 추락의 5대 장면을 꼽으면서 이 사막 나무심기 특집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나무 심는 것이 주제인데 왜 엉뚱한 싸움장난질을 부각시켰느냐는 시각이다. 김태호 PD의 말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다.


바로 그 ‘물싸움질’이 무한도전 나무심기편에서 또 하나의 주제였다는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소위 공익성을 담으며 직접적인 호소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는 태도다 ... 이 같은 설명 과정이 비록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성우 내레이션을 통한 뻔한 구성은 '무한도전' 답지 않다." -김태호 PD-

[뉴스엔 2008-06-05]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무한도전의 방식이 아니므로, 마치 우화처럼 이야기 속에 뜻을 숨긴 설정이었다는 말이다. 무한도전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악마 박명수의 물 가로채기 행각이 공공재, 필수재의 독점 및 이익추구가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설정이었다니, 무한도전이 다시 보인다. 무산된 청와대 특집도 사실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기획됐던 것이라고 한다. 이건 무한도전의 재발견이다.


-예능만도 못한 대통령-


예능프로그램조차도 공공재의 공공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모든 멤버들에게 물을 공평히 배급했는데, 그렇다면 무한도전 제작진이 박멸해야 할 김정일 빨갱이 집단인가? 이명박 정부에게선 그런 인식이 보인다.


공평한 꼴을 못 봐주는 정부다. 모든 부문을 민영화, 즉 자본의 소유로 만들어 이익추구의 장으로 바꾸려 한다. 촛불의 반격을 맞아 지금은 주춤한 상태지만 언제 또 다시 민영화가 추진될지 모른다. 정말로 민영화를 중단한다 해도 애초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물을 사적 이익추구의 도구로 이용했던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별명이 악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악마 육성자 같다. 공공재를 독점해 이익추구하는 ‘악마’들을 양산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중단한다는 민영화도 의료, 전기, 물 등 몇 개 분야에 불과하다. 이 부문들도 사실은 조금씩 조금씩 이익추구원리로 재편해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하다. 그 외 공공부문들의 전면 민영화를 공약했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자본소유-이익추구 원리로 재편될 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박명수만 판치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었길래 망정이지 만약 진짜 인간 세상에 사막에서 박명수같은 사람이 발호하면 힘없는 사람은 목이 말라 죽고 나머지는 폭동을 일으킬 것이다. 그땐 ‘엎치락뒷치락 몸개그’ 수준이 아니라 도심에 검은 연기가 치솟고 아이들이 울부짖는 아비규환이 닥칠 것이다.


왜 공공부문 민영화가 국정지표여야 하나. 왜 박명수 키우기가 목표여야 하나. 무한도전은 박명수가 물을 독점할 때 ‘묵묵히 성실하게 나쁜 짓’이라고 자막표시했다. 왜 우리 대통령은 ‘나쁜 짓’을 고취하나. 왜 엉뚱한 지점에서 ‘성실’하나. 지금도 ‘묵묵히’ 민영화 계획을 짜고 있는 건 아닌가?


현 정권 지지파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이런 말을 하면 김정일 세상이 온단다. 무한도전까지 김정일이 배후조종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예능보다 못한 대통령. 사막처럼 변해가는 나라. 나라꼴이 리얼막장 버라이어티가 돼가고 있다. 뭐, 도심에 콘테이너 산성 버라이어티까지 벌어지는 판이니.


Posted by 하재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지나 2008.06.23 08:37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원래 무한도전은 굉장히 사회를 잘 반영하죠^^;;;
    무서울 정도로.......

  2. 그와의 첫 번째 키스. 2008.06.23 08:5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그와의 첫 번째 키스.
    어떤 입술을 좋아하는지
    어떤 포즈를 원하는지
    미리 알아서 나쁠 건 없다.
    IiOO.xY.tO
    물론 요란하게 기교를 부릴 필요까진
    없지만 당신의 연애 진도에
    스피드를 더해줄 키스와 관련한
    그들의 속마음.
    http://IiOO.xY.tO

  3. 이건 미처 몰랐던 내용이네요...

  4. 엄마사랑해 2008.06.23 14:0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daum-텔레비죤-무한도전 갤러리 - 작성자 : ddolappa 님이 쓰신 "발로 쓰는 무한도전 리뷰" 사막특집 편을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태호 피디가 인터뷰 하기 전, 사막특집이 끝난 직후 나온 리뷰인데, 아주 정확하게 위의 내용을 짚어 놨습니다.

    저도 읽어 보고 깜짝 놀랐는데요, 그 뒤에 태호피디의 인터뷰가 나오고 나서 한 번 더 놀랐더랬습니다.

    그 분도 정말 대단 하단 생각이....

    그래서, 저도 그 글에 댓글 달고 추천하고 했답니다.^^

  5. 무도팬 2008.06.23 14:0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무한도전을 보며 저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데,,
    대다수의 기자님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아직도 무한도전 죽이기에 열을 올리는 걸 보면....

  6. 무도는불쌍해 2008.06.23 14:5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엊그제편도잘봤는데 또 말이 많더군요. 물론 공중도덕 참 중요하죠..하지만 촬영이 끝난게 언젠데 그걸 다시 들추고 무슨무슨 사건이라고까지 붙여가며 이슈만들기 하는 모습은 좀.. 다분히 기자들의 농간(??)으로 보여지는데..예능이지만 일순간 속이 후련하도록 후벼파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무도엔..그래서 제가 꼭 챙겨보는 이유지요..꼭 대놓고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풍자극을 만들어야만 시사코미디라고 할수는 없잖아요. 오히려 무도처럼 알듯 모를듯 넌지시 콕 집어주는 센스..
    그래서 한가지라도 꼬투리만 잡으면 개떼처럼 물고 늘어지는 기사들 보면서 무도가 제작진이 쫌 불쌍한듯..ㅋㅋ

  7. 아오시마 2008.06.23 14: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기자들은 오로지 시청률과 모 프로그램과의 말도 안되는 비교만 늘어놓을 뿐이죠
    글 잘 읽었습니다^^~

  8. 박명수가 정말 나쁜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거 정말 웃기다 2008.06.23 15:0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그 누구보다도 방송에 충실하고 자기가 제일 잘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박명수

    술집에서 여자 팔고 거짓말이나하고
    군대가는것처럼 쇼하고선 공익 출퇴근하고
    잡지에다가 여자한테 돼지발정제나 먹일 생각이나 하고

    뭐 이따위 애들보다도 훨씬 낫지 않냐

    난 왜 박명수를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새해특집에서 반장선거에서 박명수가 투표함에 표 두장넣고 투표함 감시테이프 빼돌리고..
    이런거 이명박 패러디인거 모르나?

    박명수가 없으면 정말 무한도전 안될거다...

    개념없는 시청자가 게시판에 욕하는데도 박명수 기자들한테 불평한마디 안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쪼르르 기자들 부르고 변명하고 거짓말 하는 다른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9. mㅋㅋㅋㅋ 2008.06.23 15:55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식목일 뿐만 아니라,
    무도는 잘 새겨보면 여기저기 사회에 대한 비판이 많더군요.(BBK문제부터,,광우병까지..)

    어떤 이들은 무도가 청와대에 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작정하고 무도를 욕하던데,
    그동안의 무도를 관심있게 봤다면 저런 소리가 나올까 싶더군요.

    일례로,이 명박이 당선되자마자 스텝들 앉혀놓고 투표를 해서 박명수를 1인자를에 앉혀놓고는(그래봐야 3주천하지만),
    대놓고 이명박의 당선을 비꼬고 안타까워 했죠.



    전 외려 요즘같이 방송장악의 음모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을,
    저렇게 대놓고 비꼬고 욕하다가는 태호피디 혹여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돈데 말이죠.

    너무 용감하고
    너무 순수하고
    너무 재능있고,
    무엇보다 너무 젊은 김태호피디의 열정이 요즘같은 시국에선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아,,그리고 저 위에 님이 말씀하신 ddolappa 님의 글을 보면 태호 피디가 직접 쓴게 아닌가싶게 상세히 분석하고 설명을 해 놓았던데,.
    이분 또한 상당히 영화나 음악이나 또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관심도 많고 또 박식하신듯해서,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무도는 참 복습해야할것이 많은 프로더군요.
    그런 분석을 하는 팬도,,
    또 그런 분석까지를 가능케하는 텍스트를 제공하는 무도도 참 대단한듯합니다,,

    전 무도의 묘한 B급 취향이 좋아서 팬이되었는데,
    특히 이번 돈가방 편에서는 B급스러우면서 재기 발랄한 제 영화취향과 많이 비슷해서 넘 재밌게 봤습니다.

    앞으로도 무도가 이런 재기발랄한 새로운 도전을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 무한도전 2008.06.23 19:31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돈가방을 들고 튀어라...편도 박명수의 '역할'이 제대로 표현되었더군요. 정형돈의 돈가방이 결국 박명수에게 강탈당하고 노홍철과 나뉘어지는 상황.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김태호 PD의 일관적인 '메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단순히 소 뒷걸음질에 개구리 밟히기를 기다리는 식으로 B급 몸개그를 위한 장을 펼쳐놓고 그저 웃음을 포착하려는 naive한 제작방식이라는 생각에 좀 싫어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런 '하이 코메디'가 보이더군요. 역시 감독이 시청자인 저보다 한 수 위였던 것입니다. 무도빠는 되지 않겠지만 감독이 심어놓은 코드가 마음에 들어 자주 지켜보렵니다.

  11. 담아갈게요~

  12. 똘아빠님의 무한도전 리뷰를 추천해드립니다 ㅎㅎㅎ

    아니면 무도갤 와서 발로쓰는 무한도전 리뷰라고 검색해도 되구요 ㅎㅎ


    이미 무도갤 사람들은 똘아빠님 리뷰 보면서 저 내용 알았지요 ㅎㅎㅎ

  13. 재미있네요.^^

  14. 이런 뜻일줄은 몰랐네요;; 우어
    근데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면 의미가 없는데 _-;;
    제가 저 프로를 제대로 안보고 지나가다 얼핏 봐서 그런건가..

  15. 말도 안되지 그냥 그 상태인데 그냥 뜻만 만들어낸줄 어떻게알어 나무 심자 특집에 무슨 석유가 어찌고 저짜고 뜻을 담아뒀으면 이해를 할 수있게 만들어야되는데 난 뜻 이 있었다 너희들이 멍청해서 이해를 못했다 이런식으로 밖에 들리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