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츠’가 동시간대 1위를 지키면서 의외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의외’라고 한 것은 이 작품이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드라마를 한국에서 다시 만들었을 때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았었다.
장동건 출연작이라는 점도 흥행예측에 물음표로 작용했다. 장동건이 출연한 영화들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배우로서의 존재감에 사람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 장동건이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온다고 하자 반응이 그렇게 호의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다.
로펌에서 벌어지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장동건은 최고 로펌의 냉정한 에이스 변호사이자 정장(슈트) 맵시가 멋진 최강석 역할이다. 어느 날 형사에게 쫓기던 고연우(박형식)를 도와주고 보조 변호사로 채용한다. 고연우는 천재적 기억력과 탁월한 공감능력을 가진 인재이지만 가정환경이 안 좋아 불우하게 자란 흙수저 청년이다. 최강석은 그런 고연우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짜 변호사로 만들어 채용한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진짜 변호사가 되라는 조건이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의 관계와 고연우의 성장담이 극의 중심이다. 최강석은 타인을 무시하는 냉정한 인물인 것 같지만 은근히 고연우의 성장을 지원해준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인기를 얻는 ‘츤데레’ 나쁜 남자 캐릭터와 유사하다. 성격이 까칠하고 냉담한 것 같지만 여주인공에게 은근히 따뜻하게 대해주는 남자를 ‘츤데레’라고 하는데, 요즘 여성 시청자들이 선호한다.
‘브로맨스’도 있다. 남자와 남자 사이의 우정을 요즘 브로맨스라고 한다. 말 자체로만 보면 ‘브라더’와 ‘로맨스’의 조합이기 때문에 우정과 애정이 섞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런 동성애적 코드는 전혀 없다. 우정, 의리 등 남자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통틀어 브로맨스라고 하는데 이것도 요즘 여성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코드다.
멘토 코드도 등장한다. 최강석이 고연우를 이끌어주는 멘토다. 고연우는 천재적 기억력 등 지적 능력이 뛰어나지만 과도한 공감능력과 미미한 사회경험으로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최강석은 냉정하게 쳐내버릴 것처럼 말하면서도 고연우를 속 깊게 챙겨준다. 고연우의 성장을 지켜보며 미소 짓기도 한다. 이런 멘토 코드도 요즘 젊은 시청자들이 선호한다.
이런 인기 코드들이 조합된 가운데, 그 코드들을 받쳐주는 극의 분위기가 독특하다.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해서인지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이국적인 느낌이 있다. 한국적인 ‘끈끈함’ 요소가 약한, 뭔가 도회적이고 쿨한 느낌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 도심 빌딩숲 골목도 이 드라마 속에선 왠지 미국 뉴욕의 골목처럼 느껴진다. 주인공들이 종종 들르는 토스트 트럭도 꼭 미국의 푸드트럭처럼 그려졌다.
그런 이국적인 느낌이 처음엔 약점 같았다. 일반적으론 외국 드라마를 완전히 한국식으로 토착화해야 리메이크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슈츠’는 이국적인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도 성공한 사례다. 앞에서 열거한 인기 요소들과 더불어 장동건이 작용했다. 극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을 장동건이 구현하니까 어색하지 않았다. 장동건 아닌 최강석을 상상하기 힘들다. 한없이 건방진 주인공 캐릭터를 그만의 ‘멋짐’으로 그려냈다. 슈트 입은 장동건이 ‘슈츠’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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