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라이프 온 마스‘는 현대의 경찰 한태주(정경호 분)가 연쇄살인마를 쫓다 사고를 당한 후 1988년으로 돌아가 형사활동을 한다는 설정이다. 1988년에 살던 어렸을 때의 자기자신과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도 대면한다. 아버지의 사고로 봉인됐던 기억이 이 만남을 통해 되살아나고 그것이 연쇄살인마 수사의 실마리로 연결된다.
일종의 타임슬립물인데 식상하다는 느낌이 없다. 지금까지의 타임슬립물은 진짜로 시간을 넘나드는 것이었는데 반해 ‘라이프 온 마스’는 주인공의 무의식이란 점이 다르다. 한태주 형사가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자신의 무의식에 저장된 1988년으로 돌아가 잊었던 과거를 떠올린다는 설정이다. 그 기억과 무의식적 환상이 너무나 생생해 마치 현실처럼, 정말로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시청자는 환상이란 걸 알면서도 긴장하며 몰입하게 된다.
BBC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보통 서양 원작을 리메이크할 경우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에 국내 시청자가 몰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라이프 온 마스’는 그런 리메이크의 문제를 완전히 극복했다. 도저히 리메이크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토종 원작의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한국의 1988년을 정말로 생생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이다. 인권을 우습게 아는 강압적인 수사 행태, DNA도 모를 정도로 과학적 지식이 미약했던 당시의 한계, 경찰서 내부에서조차 대놓고 횡행하는 여성차별, 군사정부 끝자락의 권위주의적인 분위기 등이 꼼꼼하게 그려졌다. ‘시대의 공기’가 느껴진다고 할 만하다. 그런 복고적 묘사 속에서 인간적인 정취도 전해준다. 요즘과 같은 첨단기술 시대엔 접하기 힘든 따뜻함이란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러니 외국 원작 리메이크라는 이질감 없이 작품에 젖어든다.
현대식으로 수사하는 한태주 반장과 ‘쌍팔년도’식으로 수사하는 강동철 계장(박성웅)은 매번 부딪히지만 최고의 파트너다. 이 둘 모두 기억할 만한 연기로 작품을 떠받힌다. 이렇게 두 명이 티격태격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버디물’이라 하는데, 정말 잘 뽑힌 버디물이다. 특히 강동철의 슬랩스틱과 아저씨 느낌이 웃음과 인간미를 만들어낸다. 작품은 간단한 용의자 검거 장면도 대충 넘기지 않고 현장의 소동과 혼란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수사물 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이 정도면 드라마로서 최고 수준의 성취다.
tvN ‘시그널’, OCN '터널‘ 등의 뒤를 잇는 장르물 수작이라 할 만하다. ’터널‘, ’보이스‘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장르물 명가의 반열에 오른 OCN의 작품이다. ’터널‘에선 80년대 형사가 현대로 와서 경찰 활동을 했는데, 여기선 현대의 형사가 80년대로 가서 경찰 활동을 한다. 자칫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인공의 환상이라는 설정이 추가돼 식상함을 막고 미스터리를 강화했다. OCN이 처음 드라마를 했을 때는 그렇게 인정받지 못했었는데 ’터널‘을 기점으로 채널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라이프 온 마스‘가 OCN의 위상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OCN도 믿고 보는 채널이 돼가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지상파 방송사들의 앞길이 더욱 험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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