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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사회문화 칼럼

방탄소년단에 보복한 일본, 한국 무시하는 이유

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9일에 예정됐던 TV아사히 '뮤직스테이션' 출연을 하루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당한 것이다. 작년에 지민이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입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 티셔츠는 원폭투하 사진과 광복 만세 사진이 인쇄된 것으로, 원폭으로 일본이 항복하고 한국이 독립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담은 옷이었다. 여기에 대해 일본 네티즌이 반일활동이라며 반발했고, 도쿄스포츠는 너무나도 비상식적이다. 한국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의 '반일(反日) 활동'이 한국에서 칭찬받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이 원폭 사진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고 일본인의 신경을 건드린다. 자국 역사에 대한 뿌리 깊은 콤플렉스가 나타난다라는 황당한 기사를 냈다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 범죄에 대해선 반성하지 않으면서 원폭으로 패전한 것에 대해서만 원통해한다. 자신들이 핵폭탄을 직접 맞은 피해자라는 것이다. 조선인을 징용으로 끌고 가 원폭을 맞게 하고, 원폭이 터진 곳의 청소까지 시킨 일에 대해서도 반성이 없다. 그저 자신들이 핵폭탄의 피해자라고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일본 원폭피해를 가볍게 거론하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한테만은 그러면 안 된다. 한국은 그들이 식민지로 점령했다가 핵폭발로 해방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의 패망스토리와 연결된 광복을 기념하고 기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일본은 한국한테 자기들 구미에 맞는 수준으로만 광복을 기념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아예 광복 기념 자체를 금지시키려고까지 한다. RM이 과거 광복절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순국하신 독립투사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래요! 대한독립만세!’라고 포스팅한 것에 대해 도쿄스포츠는 앞에서 언급한 기사에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끄는 방탄소년단이 반일 자세를 숨기지 않고 있다한국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데 쓰이는 상투적인 말이라고 비난했다.

 

한국인이 조국 광복을 기념하는 행위 자체를 반일이라고 규정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한국을 자기들 속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기사에는 조선이 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던 건 청일전쟁에서 일본인들이 많은 피를 흘려 조선인들을 위해 대신 싸워줬기 때문이라는 어이없는 내용도 있다. 한국을 침략하고도 한국인들에게 고마워하라는 투다 

한국을 독립국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한국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주장들이 정식 매체에 버젓이 나오는 것이다. 일본 대중도 여기에 호응해 일본에선 혐한 마케팅이 유행이다. 일본 정부에서도 툭하면 망언이 나온다. 

한동안 일본에선 혐한세력의 발호로 한류가 소강상태였다. 최근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의 활약으로 한류가 다시 부흥할 조짐이 보인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조짐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연말 홍백가합전의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출연도 무산될 수 있다. ,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이들이 혹시라도 일본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언행을 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점도 있다. 최근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앙심을 품고 방탄소년단에게 보복한 측면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방영 직전 일방적 하차는 그 방식이 너무나 우악스럽다’. 논란이 커지고 한국에서 반발이 터질 것이 뻔한 데도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과거엔 독도에서 공연한 이승철을 공항에서 억류했다가 입국 거부하는가 하면, 광복절 기념 독도 수영 행사에 참여한 송일국의 드라마를 방영 직전에 취소시키기도 했다. 당시 일본 외교 차관이 송일국에 대해 앞으로 일본에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하기까지 했다. 이런 것도 모두 한국을 무시하는 행태다. 

일본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한국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은, 그래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잠시 인터넷 여론이 끓어오르기만 할 뿐, 평소엔 아무 생각 없이 일본 상품을 구매하고 일본 여행을 다닌다. 최근 들어선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본 여행이 폭발적으로 유행한다. 예능에선 툭하면 일본 여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에 외화를 퍼주는 것이다. 아무리 망언을 하고 황당한 가해 행위를 해도 계속해서 퍼주기만 하니 한국을 무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에 방탄소년단에게 보복한 사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질 듯하다. 지금까지는 한국 네티즌만 잠시 격앙되다 이내 잠잠해지는 정도였지만, 이번 사건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이 티셔츠 하나 때문에 일본에서 출연거부당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세계 아미들이 일본의 침략 범죄를 처음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과 별개로, 일본의 한류 보복 또는 한류 견제가 앞으로 심화될 것 같아 우려된다.